89세 김상철옹 정보화 경진대회 도전
89세 김상철옹 정보화 경진대회 도전
  • 박기홍 기자
  • 승인 2015.08.27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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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전하는 삶은 아름답다. 나이를 잊고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겠다는 의지는 주변에 신선한 충격을 준다. 구순(九旬)을 바라보는 실버 시대의 정보화 도전기라면 더욱 그렇다.

부안군 백산면 석교마을의 김상철 옹은 호적상으로 86세이지만 집 나이는 89세다. 88세의 미수(米壽)를 넘긴 그는 전북도민일보와 한국생산성본부가 공동 주최하는 ‘정보화 실무능력 경진대회’에 다음 달 5일 참여, 손자 세대와 한판 겨루게 된다. 전북대 정보전산원에서 열리는 이 대회는 올해로 12회로, 936명이 10개 부분에 대거 지원해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역대 대회 참가 최고령인 김 옹은 초·중·고 등 학생들이 대거 신청한 정보기술 분야(ITQ)에 10일 전 신청한 후 요즘 매일 2~3시간씩 짬이 날 때마다 PC 앞에 앉아 부지런히 연습하고 있다.

“손자뻘 애들과 함께하는데, 자신이 있어유. 또 지면 어때유, 재미도 있고…. 상은 못 받아도 괜찮아요. 열심히 배우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지….”

20대 후반부터 80대 초반까지 고향에서 농사를 지었다는 김 옹이 PC를 접한 때는 불과 5년 전의 일이다. 농사일을 접고 적적한 세월을 보내는 모습에 서울에 사는 아들이 PC를 사서 인터넷까지 깔아준 게 계기가 됐다.

시간을 보내고자 재미 삼아 PC와 친해진 김 옹은 4년 전 부인과 사별한 후 모든 의욕을 잃게 됐고, 급기야 우울증까지 앓게 된다.

“마음이 아픈 어려운 상황에서 부안 노인여성회관이 운영하는 PC 무료교육을 알게 됐고, 상실의 아픔을 잊기 위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됐어요. 지금은 웬만한 프로그램은 다 맨들고(만들고) 동영상은 후배들에게 가르쳐주고 있어요.”

고령에 PC에 매달리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 기억력 감퇴와 영어 문외한이라는 점이다. 전문용어를 배워도 돌아서면 깜빡 잊어버리고 하루 지나면 다시 공부해야 하는 고통이 뒤따랐다. 하지만 김 옹은 꾸준히 PC를 놓지 않고, 그의 말대로 ‘함께 놀며’ 희미한 기억의 한계를 극복해 나갔다. 영문 표기가 많고 영어 용어가 수두룩한 점은 대학을 나온 까마득한 후배들에게 묻고 강사에게 하나씩 배워 나갔다.

김 옹의 PC 실력은 일취월장했고, 지난해 포토샵을 터득한 데 이어 이제는 파워 포인트를 공부하고 있을 정도다. 계산표나 보고서 등을 만드는 엑셀 프로그램이 어렵다며 다시 도전하고 있다.

김 옹은 “고향 친구와 후배들이 ‘컴퓨터 배워서 써먹을 일도 없는데 뭐하냐?’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생각허지(하지) 않는다”며 “내일 죽어도 오늘은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저승에 가서라도 후배들을 가르치면 되잖여!” 김 옹의 얼굴엔 피곤함이 전혀 없었다.

노인여성회관의 김진경 정보화교실 강사는 “연세가 많으신 고령이신데 수업 전에 일찍 나오셔서 예습도 하시고 다른 어르신들에게 알려주시는 분”이라며 “진정한 배움의 모습을 보여주셔서 젊은이들이 많이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왕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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