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닮은 전라도 인심(人心)
꽃을 닮은 전라도 인심(人心)
  • 고관달
  • 승인 2015.08.2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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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여름 기운이 한풀 꺾인다는 처서도 지났다.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가을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전북혁신도시에 자리를 잡은 지도 두 계절이 지나고 있다. 다소 차가운 봄기운이 느껴지는 지난 3월, 한 달간의 이사를 끝내고 이곳에서 땅을 일궈 씨앗도 뿌리고 꽃도 심고 또 잡초도 뽑고 그러면서 봄과 여름을 보내고 있다.

반년 정도 이곳, 전라북도에서 살다 보니 전라도의 정이 넘치고 넉넉한 인심(人心)이 우리 과학원에서 연구하는 꽃과 채소, 과실을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의 순리대로 때가 되면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원예작물처럼 문화와 전통을 사랑하며 자연과 함께 삶의 여유를 갖고 이웃과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전라북도의 인심이 참으로 비슷하다. 전에 살던 수원과는 달리,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처음 만난 이웃이 내게 웃음 띤 얼굴로 인사를 해와 무척 어색하고 낯설었는데, 이제는 내가 먼저 웃으면서 인사를 나누는 전라도 사람이 다 됐다.

세계적인 육종학자인 우장춘 박사가 초대원장인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올해 3월 60여년의 역사를 간직한 수원시대를 마감하고 전북혁신도시에 둥지를 틀며 새로운 미래 100년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새로운 곳으로 이사해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었으나, 전라북도민 여러분들의 따뜻한 정과 격려 덕택에 잘 적응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시작하고 있다. 우리 과학원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뿌리내리고 한가족이 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 무엇보다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함께 성장해 나아가고자 한다.

전북에서도 우리 농업의 핵심 연구기관이 이전해옴에 따라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기대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우리 과학원에서는 지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를 만들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되는 등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며 나아가고자 한다.

이미 지역 지자체와 협력하기 위해 전주시, 익산시, 정읍시, 완주군, 고창군, 장수군 등과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원예특용작물의 새로운 품종과 신기술 개발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현장연구를 확대해 지역농업 활성화에 앞장서 나가겠다. 특히 농업인의 소득 증대에 도움이 되는 우수한 품종과 신기술은 시범사업 등을 통해 이 지역에 우선 보급하고, 찾아가는 현장컨설팅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 지역민과 함께하며 영농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또 전북도와 협의해 도민을 위한 사과, 고추, 블루베리 등 특화 작목 대학도 개설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리고 우리 과학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내년 상반기에 김제 민간육종연구단지가 완공되면 종자 관련 20여개 기업이 입주해 품종개발을 본격 진행하게 된다. 입주 예정기업의 대부분이 채소, 화훼 분야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우리 과학원과의 협업과 업무 협조가 필요한 만큼, 전라북도와 협업을 통해 지역농업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기술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농업의 중심지 역할을 해오고 있는 전라북도, 또 정책적으로도 농산업과 식품산업을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기에 어찌 보면 원예특작과학원의 전북으로의 이전은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여기에 전라북도가 가진 순박한 정과 인심이 원예작물을 연구하고 있는 우리 기관과 참 닮아 마음이 한결 가볍다.

앞으로 열정을 갖고 최선을 다해 지역민에게 신뢰받는 기관으로 자리 잡아 국가 농업 발전은 물론 전북의 농산업 발전과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하며 함께 힘을 모아 세계로, 미래로 나아가고자 한다. 전라북도민 여러분의 많은 응원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고관달<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약력 ▲제주시험장 원예연구담당관실 연구사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채소과장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작물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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