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운용본부 둘러싼 논쟁… 소재지 명시·공사화 문제
기금운용본부 둘러싼 논쟁… 소재지 명시·공사화 문제
  • 최낙관
  • 승인 2015.08.2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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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8년 출범한 한국의 4대 사회보험 중 하나인 국민연금은 그간 보여준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굵직한 사회적 이슈를 생산해 내고 있다. 국민연금이 거대 이슈의 중심에 서게 되는 데에는 말을 앞세우는 정치적 입김도 한몫하고 있어 씁쓸함을 남긴다. 최근 국민연금 산하 기금운용본부의 소재지와 공사화 논란 또한 일부 의원들의 뜬금없는 입법발의로부터 촉발된, 좀 더 저급하게 표현하면 일단 질러보자는 식의 정치행위로부터 기안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기금운용본부는 현행 국민연금법상 전북으로 이전이 확정된 사안으로 2016년 하반기 전북 혁신도시로 옮겨올 예정이다. 이전을 위한 공사가 한창인 시점에 소재지를 놓고 논란이 촉발된 것은 새누리당 정희수 의원이 기금운용본부를 공사로 독립시키고 소재를 서울로 명시한 개정 법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이 발의안의 핵심은 기금운용본부의 소재지 명시와 공사화를 통한 독립으로 요약할 수 있다. 물론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과하고 전라북도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화들짝 놀라 민감한 사안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자라보고 놀란 토끼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그간 정치권 놀음으로 전북의 몫을 지키지 못했다는 심리적 압박이 가중되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법으로 정해진 기금운용본부의 소재지 문제는 논의의 본질에서 벗어난 지엽적인 문제일 뿐이다. 향후 논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에 초점을 맞춘 공사화의 문제가 핵심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시작된 기금운용본부 논란의 쟁점은 공사화를 통해 연금의 3대 원칙인 ‘독립성’과 ‘책임성’, ‘효율성’이 담보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공사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이슈를 선점하고 있다. 이는 연금공단의 기금운용 수익률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연금기금 고갈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명분으로 삼아 기금운용본부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동시에 정부의 간섭으로부터 독립된 특수법인으로 분리하자는 것이다.

공사화를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현재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아 정부와 정치권의 외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나아가 비전문가들이 상주하고 있어 세계 5대 연기금 중 최하위 수준의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을 논리적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논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지난 17일 박윤옥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운용공사는 기금운용 전문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사장 1명과 본부장 및 감사 1명을 둔다”는 조항이 명시적으로 포함되어 있어 오히려 정부가 국민연금의 지배권을 강화하려는 그 의도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아울러 투자된 연기금이 수익률이 낮다는 지적 또한 타당한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자신의 임기인 2016년 5월까지 기금운용본부 인력을 400여명까지 확대해 공사화 못지않은 큰 조직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고 2000년에서 2013년까지 14년간 한국의 연기금 수익률이 6.33%로 세계 7대 연기금의 장기 수익률 가운데 가장 높았음을 언급하며 공사화에 대한 논의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설사 기금운용본부가 공사로 새롭게 출발한다 해도 어차피 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높은 수익률만을 위해 민간 펀드매니저들을 영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처음부터 다시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고수익만을 위한 투자가 얼마나 위험한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기금운용본부 공사화를 둘러싼 논의가 정치적으로 휘둘리지 않고 가입자인 국민들의 의사가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제3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작게는 전라북도에 득이 되고 크게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대안이 도출되기를 기대해 본다.

최낙관<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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