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되기 참 쉽죠 잉!
장관되기 참 쉽죠 잉!
  • 김성주
  • 승인 2015.08.2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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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실시했다. 청문회 과정에서 장관후보자는 스스로 ‘복지에 문외한!’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온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한 ‘송파 세모녀’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있었다. 그럼 복지만 모르고 보건은 잘 아느냐? 그것도 아니다. 정후보자는 평생을 정형외과 의사로 살아온 분이다. 유일한 행정경험은 분당서울대병원장 5년 경력이 전부다. 보건행정을 경험하거나 의료정책을 다룬 적이 전혀 없다. 더더구나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 전문가도 아니다.

게다가 분당서울대병원장 시절 병원 수익을 개선하는 데 주력한 결과 환자들의 부담을 높이는 주범인 건강보험이 적용 안 되는 비급여 수익을 53% 크게 늘렸고, 소위 특진비인 선택진료비 수입을 2년 만에 50억 늘려 그 중 17억을 의사들 수당으로 나눠주기도 했다.

대신 재임기간 중 병원 응급실 개선에 소홀한 탓으로 응급실 과밀병원 6위, 응급실 대기시간이 긴 병원 10위에 올라 응급의료기관 평가를 최우수에서 중위권으로 떨어뜨린 장본인이기도 했다.

또한, 환자이송, 환자급식, 콜센터 등 병원업무를 크게 외주화시켰고, 비정규직을 꾸준히 늘려가기도 했다. 이처럼 메르스 사태를 확산시킨 병원 내 감염전파의 조건을 만드는데 앞장선 후보를 청와대는 메르스 후속 대책을 위한 장관으로 임명했다.

그런데 왜 청와대는 복지에 문외한이고 보건의료분야에도 경험이 적은 후보를 보건복지부장관으로 임명했을까?

아마도 그 이유는 중동지역 의료수출에 기여할 적임자로 판단한 듯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일전에 서울대병원이 사우디아라비아 왕립병원 위탁사업자로 결정된 이후 감격에 겨운 어조로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구하러 중동으로 가라고 역설한 바 있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건설 중동 ‘붐’에 이은 제2의 의료 중동 ‘붐’을 만들고 싶을 것이다. 중동 메르스에 뚫린 무능한 박근혜 정부가 중동의료수출을 추진할 사람을 장관으로 임명한 것을 보면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메르스를 막을 사람을 장관으로 임명한 것이 아니라 ‘중동으로 가자’는 구호를 앞장서 외칠 사람을 선택한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다뤄야 할 의료분야를 끊임없이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려고 하는 기도가 메르스 대란을 초래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의료체계를 강화하는 대신 의료수출과 원격진료를 강화한다면 제2 메르스 사태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의료개혁은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늘리는 비급여 진료를 줄이고 선택진료비중을 낮추며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이는 것이다. 또한, 환자들이 수도권 병원으로 몰려 삼성병원, 아산병원 등 소위 ‘빅5병원’의 의료매출이 모든 병원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과도한 쏠림을 해소하기 위해 동네의원과 지방거점병원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이런 절박한 과제를 외면하고 의료산업화라는 명목 아래 의료의 영리화를 촉진시킨다면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은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에 보건과 복지 잘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이 단 한 명도 없는가 개탄스러울 뿐이다. 복지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도 개인 흠결이 적다고 장관을 시킨다면 장관 되기 참 쉬운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정진엽 복지부 장관 후보자에게 부적격 판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야당이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장관임명을 강행할 것이다. 야당은 ‘발목 잡는 정당’의 오명을 청와대 대변인과 다를 바 없는 언론으로부터 뒤집어쓸 것이다.

TV 개그 프로그램에서 유행하는 말 한마디가 떠오른다.

장관되기 참 쉽죠 잉!

김성주<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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