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잘 받는다는 것
교육을 잘 받는다는 것
  • 박세훈
  • 승인 2015.08.2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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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학기가 시작되었다. 아직 대학은 개학 준비를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초·중등학교는 이미 2학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여름 방학은 길지 않다. 특히 메르스 휴업 때문에 짧은 여름방학 기간이 더 줄어든 학교도 있다. 방학이라고 학생이나 교사들이 쉬는 것도 아니지만, 방학으로 느슨해진 마음을 다잡고 힘차게 2학기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인간의 변화는 교육이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목표이다. 인간이 교육을 통해서만 변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교육은 인간을 쓸모있는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유목적인 활동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는 교육을 생각하면 시험점수를 연상하게 된다. 교육을 잘 받은 사람은 시험점수가 높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교육을 받는 사람에 의해서라기보다는 교육을 주도하는 교사를 포함한 어른들에 의해서 고착화된 생각이다. 이러한 생각은 당연히 인간의 변화 가능 영역 중에서 지적인 영역을 강조하는 현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많은 교육학자들은 이것의 잘못을 경고하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는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교육을 잘 받은 사람이라는 교육신화를 굳게 믿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교육철학자인 Nel Noddings는 교육은 유능하고, 배려적이며, 다정하고, 매력적인 사람을 육성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러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지적인 바탕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지식 교육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자명하다. 교육을 통해 길러야 할 인간은 지적인 특성뿐만 아니라 인성, 사회성, 건강, 심미성 등 종합적인 특성을 갖춘 사람인 것이다.

지난 7월부터 인성교육진흥법이 발효되고 있다. 아마 2학기부터 각급 학교는 인증을 받은 인성교육 프로그램이나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교사들도 일정 시간 연수를 받아야 한다. 인성교육 진흥을 위해 학교보다는 사교육 시장이 벌써 뜨겁게 경쟁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특히 퇴직자들이 중심이 되어 이런저런 수련원이나 센터를 만들어 학교에서 실시할 인성교육을 지원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평생을 학교에서 근무한 고매한 인격의 소유자들이고, 작금의 학생들에게서 나타난 온갖 문제점에 대하여 누구보다도 고민을 많이 하신 분들이기 때문에 그간의 고민과 지혜를 잘 반영하여 인성교육 프로그램이나 교육과정을 잘 만들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우후죽순 격으로 나타난 모든 인성교육원들이 다 그럴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옥석을 잘 가릴 필요가 있다.

미국 최고의 교육자상을 수상한 Ron Clark 선생님이 쓴 「아이를 위대한 사람으로 만드는 55가지 원칙」이라는 책이 있다. 저자가 선생님으로 살면서 삶을 사는 올바른 방법과 인생을 즐겁게 사는 현명한 방법을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려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규칙을 수집해서 제시한 책이다. 이들 원칙들은 ‘어른들의 말에 공손하게 대답하기’부터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꾸준히 노력하기’에 이르기까지 실천하기 어려운 것들이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좋은 교육규범들이다.

교육은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교육의 바탕이나 기초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교육을 잘 받는다는 것은 다름 아닌 이러한 간단한 규범을 실천하며 살도록 가르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기초가 부실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온갖 문제가 생겨나는 것이다. Robert Fulghum 목사는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고 썼다. 앞서 책과 내용이 매우 유사한 책이다. 저술한 시기도, 저자도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삶의 목표와 방향은 같다고 볼 수 있다. 삶의 지혜는 대학원이라는 최고의 산꼭대기에서 터득하는 것이 아니라 유치원의 모래성에 있는 것이라는 풀검 목사의 말을 되새겨 본다.

박세훈<전북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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