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이거나, 속물이거나
의인이거나, 속물이거나
  • 나영주
  • 승인 2015.08.24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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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자신의 직업을 가진 인물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경찰관은 경찰이 등장하는 영화를 보면 기분이 묘할 것이고, 의사는 메디컬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의사의 모습을 보면서 여러 상념에 젖을지도 모른다.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우선, 변호사가 나오는 창작물을 보면 직업병인지는 몰라도 허점을 찾게 된다. 예컨대 법정 드라마 속 형사재판에서 판사가 ‘피고인’을 ‘피고’로 부르는 경우 같은 것이다(민사재판에서는 ‘피고’지만 형사재판에서는 ‘피고인’이다).

그다음으로 느끼는 감정은 사람들이 변호사에 대해 가지는 인상을 확인하면서 느끼는 당혹감이나 뿌듯함 같은 것이다. 보통 창작물에서 그려지는 변호사는 불의에 맞서 싸우는 정의로운 변호사거나 돈만 밝히는 속물, 둘 중 하나다. 이러한 극단적인 묘사는 극적인 인물묘사를 통하여 사건의 전개를 흥미롭게 만든다. 물론 현실에서의 변호사는 두 캐릭터 가운데 중간 정도에 속해 있을 뿐이다. 허구의 이야기는 다큐멘터리가 아니기에 자부심을 느끼거나 기분이 나쁠 필요는 없다. 다만,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변호사에 대한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어서 기분이 묘하기는 하다.

얼마 전 대법원은 형사재판에서 변호사의 성공보수 약정이 반사회적이므로 민법 제103조에 반하여 무효라고 판시하였다. 적어도 형사사건에서 변호사의 직무는 공공성이 강하기에 성공보수 약정을 체결할 수 없다는 취지인데, 논리의 궁색함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변호사에게 요구되는 의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변호사인 필자로서는 다소 억울한 감이 없진 않다. 변호사는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인’이면서도, 한편으론 인권과 정의를 수호하는 역할을 부여받은 ‘선비’이기도 하므로 이러한 이중적 지위에서 파생되는 어쩔 수 없는 딜레마이다.

변호사의 공공성과 상인성에 관하여 나라마다 취하는 입장은 다르다. 예컨대 독일은 공공성을 강조한다. 반면 자본주의 정신을 기반으로 하는 미국은 상인성에 방점을 둔다. 우리나라는 공공성을 강조하면서도 그렇다고 상인성을 배제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공공성을 강조하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대법원은 다른 판결에서 변호사의 상인성을 부정한 바 있고, 실제 변호사법 등지에서는 변호사 ‘영업’과 관련한 홍보에 대하여 다른 서비스업의 홍보보다 방식이나 정도에 있어 매우 제한적으로 규율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변호사법 제1조 제1항에서는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반면에 변호사의 ‘상인성’에 있어서는 주로 현실적인 측면에서 볼 때 부정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법률 서비스를 수요자에게 제공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금전으로 받기 때문에 큰 틀에서 보면 상인일 수밖에 없다. 다만, 변호사가 상인이다는 언설에 있어, 여전히 변호사를 선비로 보는 입장에서는 거부감이 들 수 있다.

청년변호사인 필자의 입장에서는 변호사의 공공성 강조가 아무래도 적극적인 사업(?)을 하려고 해도 발목을 잡는 이유라서 불편하기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변호사를 존중해주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불만이 크진 않다. 다만 법률서비스는 보이지 않기에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상인’으로서 답답한 경우가 많다. 예컨대 변호사가 해주는 상담은 원칙적으로 유료이지만, 현실적으로 돈을 받기는 쉽지 않은 형편이다. 영국속담에 ‘조개는 칼로 열고 변호사의 입은 돈으로 연다’는 말이 있다지만, 보통 사람들은 상담료를 지불하는 문화에 대해 난색을 표한다. 이중적 지위, 다시 말해 사회의 요구와 개인의 욕망 모순을 풀어내는 역할이 젊은 변호사들의 역할일 것이다. 현실이 영화와 같이 평면적이지 않은 것처럼, 인권과 정의를 지키는 수호자의 역할을 하면서도 성공한 서비스업자가 되는 길은 어렵다.

나영주<법률사무소 신세계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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