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학교 통폐합정책 재고돼야
농어촌학교 통폐합정책 재고돼야
  • 김춘진
  • 승인 2015.08.19 2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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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16일 교육부는 학교. 교육과정 운영비 중 측정단위가 ‘학교 수’인 일부 항목을 ‘학급 수’ 또는 ‘학생 수’로 바꾸는 내용을 골자로 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 한 바 있다. 교부금 배분시 학생 수 비중을 확대해 학생 수가 많은 지역에 더 많은 교부금을 배분하겠다는 취지이다. 교부금 산정 기준에서 학생 수 비중은 현행 31%에서 50%로 늘리고, 학교 수 비중은 50%에서 30%로 축소되어 학생 수가 많은 수도권지역에 더 많은 교육재정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학생수가 적은 농산어촌 학교에 대한 교육재정지원 축소를 통해 학교통폐합을 유도하겠다는 정부당국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가뜩이나 도. 농간의 교육환경격차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격차가 더욱 확대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우리 농어촌의 인구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적극적으로 귀농·귀촌정책을 통해 도시민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산업화 과정에서 농업과 농촌을 소외시키고 도시위주 정책을 펼쳐온 결과가 현재 우리 농촌이 처한 상황을 만들었다. 자동차 등 타산업의 수출 길을 열어주도록 농업·농촌의 피해가 예상됨에도 우리 농산물시장을 외국에 내어 준 장본인도 정부다. 결과적으로 사회·경제·문화·교육 등 사회 전분야에 걸쳐 도·농간의 격차는 더욱 심화되어 가고 있다. 젊은이들이 농촌에 정착할 수 없는 환경을 정부 스스로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학생 수가 적다는 이유로 교육재정을 줄이겠다는 것은 우리 농촌을 두 번 죽이는 것임이 분명하다. 어려움에 부닥친 농어촌을 살리고 농어촌공동체의 형상을 유지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도시와 차별화된 교육재정 지원을 통해 많은 젊은이들이 농어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방안은 현실을 외면한 것이고, 지역균형발전에도 역행한다.

농어촌지역학교는 교육적 기능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해 왔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하여 활력을 잃어 가고 있는 농어촌에 있어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교부금 배정기준 변경은 학교 통폐합을 통해 농산어촌의 공동화를 촉진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 분명하다. 더 좋은 교육환경을 찾아 농촌을 떠나 도시로 유학을 떠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농어촌의 교육환경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 것이다. 이는 결국 이농현상을 더욱 가속화 시킬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1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입법예고한 학생 수에 따른 교육재정지원 방안은 도·농간 교육재정격차로 이어져 소규모학교가 산재되어 있는 농어촌지역의 교육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이는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에 부합하지 않는다. 학교교육을 경제적인 잣대로 재단하고 판단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지금은 농어촌학교의 학생 수가 줄어든다고 재정지원을 줄이거나 통폐합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교육정책은 농어촌지역의 소규모 학교를 지역의 특색에 맞게 올바르게 육성하여 도시와 차별화된 교육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이를 통해 농어촌 교육도 살리고, 도시지역의 학생들도 우수한 교육환경을 찾아 농촌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도 도시의 각박한 교육환경을 피해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대안학교를 찾는 학생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농어촌학교를 도시학교와 차별화된 교육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농촌학생뿐만 아니라 국가전체적인 교육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교육당국은 경제적 잣대가 아닌 교육적 기준에서 농어촌학교를 바라보고, 인위적인 통폐합이 아닌 육성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춘진<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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