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거점병원 역할 재정립....공공성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 잡겠다
지역 거점병원 역할 재정립....공공성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 잡겠다
  • 강명재
  • 승인 2015.08.17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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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 나라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메르스 사태가 끝나가고 있다. 5월 20일 첫 확진자 발생 이후 69일 만인 지난달 28일 정부가 사실상 종식 선언을 했으며 확진환자 1명이 무사히 치료를 마치는 내달에는 공식적인 종신선언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 동안 국내에서는 186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그 가운데 36명이 사망했다.  

두 달여가 넘는 동안 메르스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와 신념은 신종전염병으로부터 도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야한다는 것이었다. 지역 최고의 공공의료기관인 국립대병원이야말로 도민건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한다는 사명감에 모든 의료진들이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 없었고 다행스럽게 병원 내에서 단 한명의 환자도 발생시키지 않고 위기를 넘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의료인의 한사람으로 내내 마음이 무거웠던 것은 우리 지역을 비롯해 확진 환자들 상당수가 지역 환자였다는 것이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지역병원을 신뢰하지 못해 수도권의 대형병원을 이용했거나, 가족이나 지인의 병문안 차 대형병원을 방문했다가 아픔을 겪게 된 것이다. 이들 환자들이 굳이 수도권까지 올라가지 않고 지역의 거점병원을 이용했다면 어땠을까?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확인됐듯이 지역 환자들의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 현상은 수년전부터 계속되어왔고 최근에는 교통의 발달과 수도권 대형병원들의 공격적인 마케팅 속에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우리 전북지역 역시 2009년에는 176만 건의 진료가 수도권으로 유출됐으며 4년 뒤인 2013년에는 196만 건의 진료가 수도권에서 이뤄졌다. 이에 따른 의료비용은 2009년에는 1348억 원, 2013년에는 2078억 원이 각각 유출됐다. 4년 동안 의료진료 유출건수는 11.4%가 증가했고 비용은 54%가 증가했다. 

그렇다면 지역병원은 수도권 대형병원과 비교해 의료수준의 차이가 심할까? 답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 병원의 경우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실시한 각종 의료질 평가에서 ‘최고’등급을 받았다. 유방암·대장암·폐암·급성기 뇌졸중 분야의 적정성평가에서 1등급 평가를 받았으며, 진료량 평가에서도 식도암·위암·간암·췌장암·고관절치환술·조혈모세포이식수술 등 6개 분야에서 모두 최고 등급을 받았다. 이러한 평가 결과는 수도권 대형병원과 비교해 우리 병원의 의료 수준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메르스가 우리에게 남긴 경고와 교훈들은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지역 거점병원장인 나에게 남다른 교훈과 각오가 있다면 도민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을 찾지 않아도 지역에서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 환경을 조성해야겠다는 것이다. 우리 병원의 훌륭한 의료진과 장비 및 시설들을 적극 알리고 환자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신뢰받는 병원을 만들어 도민들의 아까운 시간과 비용, 힘든 수고를 덜어주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넘어야할 산이 너무 많다. 지역 거점의료기관으로 지역 공공의료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할 사회적 책무를 지니고 있는 동시에 수도권 대형병원과 경쟁하면서 수익성을 창출해야하는 냉엄한 현실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해부터는 정부의 국립대병원 경영평가 방침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적자생존의 위기를 맞고 있기도 하다. 국립대병원의 수장으로서 앞으로 주어진 3년은 무한경쟁 체제 속에서 우리의 생존도 지키고 공공의료 책무도 지켜낼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해법’을 찾는 여정이 될 것이다.



강명재 / 전북대병원장



약력 ▲전북대병원 병리과장 ▲의과대학 부학장▲ 홍보실장·기획조정실장 ▲대학병리학회 호남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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