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 개편의 첫 걸음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 개편의 첫 걸음
  • 현준
  • 승인 2015.08.1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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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와 협상 중인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등 이른바 트로이카로 불리는 국제채권단이 지난 9일 밤샘 협상을 지속하며 3차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이 거의 합의에 도달했다. 이번 달 20일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유럽중앙은행(ECB) 채무 34억달러를 상환해야 하지만 조속한 합의가 이뤄지면 그전에 자금이 공급될 수 있다. 비록 그리스에는 한 번의 인공호흡이 이뤄졌지만, 그 대가로 그리스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연금으로부터 시작해서 노동법, 부가가치세 개혁, 국유자산 매각, 부가가치세 간소화, 세금 기반 확대, 송전공사 민영화 등 손을 대야 할 부분이 많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번 그리스 금융위기를 ‘파켈라키’라는 단어를 들어 설명했다. ‘파켈라키’는 세무서나 각종 인허가 담당공무원에게 주는 뇌물이라는 뜻이다. 그리스에서는 돈 봉투를 건네는 것이 관행일 정도로 부정부패가 만연해있다는 것이다. 국제투명성기구는 그리스에서 지난 2009년 한 해만 9억 유로가 뇌물로 오고 갔다고 집계하기도 하였다.

최근 일련의 그리스 재정위기를 보면 지난 97년 IMF사태가 생각난다. 한보그룹으로 촉발됐던 IMF사태는 대기업의 방만한 운영과 도덕적 해이가 불러온 불법대출 등이 맞물려 대기업이 한순간에 무너졌던 사례였다. 대한민국의 ‘파켈라키’ 였던 것이다. 동시에 대기업 성장을 통한 대한민국 경제발전이라는 정부의 정책방향이 자칫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IMF사태를 기점으로 대기업위주의 경제정책을 중소기업 위주의 구조로 개편해, 위험을 분산시키고 바닥을 탄탄하게 다질 기회였지만 패러다임 전환에 실패했다.

최근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이 710조에 달한다는 소식과 롯데 재벌가의 재산을 두고 벌이는 3부자의 진흙탕 싸움을 보면, IMF때 겪은 대기업의 탐욕들이 드러나는 것 같아 걱정된다. 대기업이 나서서 청년 일자리 창출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등 국가를 등에 업고 성장한 과거의 은혜를 잊은 채 여전히 몸집 불리기에만 급급해 보인다. 손놓고 대기업만 바라볼 수 없는 지경이 됐다.

다행히 지난 4일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이 개정되었다. 개정된 내용의 주요 골자는 협동조합이 아닌 개별 중소기업도 중소기업중앙회에 준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고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설립된 협동조합연합회도 정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법 개정으로 340만 중소기업과 ‘협동조합기본법’에 의한 협동조합연합회가 직접 가입 대상에 포함돼 중소기업중앙회의 외연이 더 넓어져 중소기업 위주의 경제구조 개편에 더 힘을 실을 수 있게 됐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중소기업중앙회는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수준으로 치닫는 가운데 청년채용의 활성화를 위해 1+ 청년채용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중앙회 자체적으로 20명 안팎의 신규채용 및 홈앤쇼핑에서 50명 안팎의 신규채용을 통해 캠페인에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이 전체고용의 88%를 차지하고 있고, 최근 취업난으로 인해 중소기업 취업에 호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을 감안해 중소기업중앙회와 14개 중소기업 단체가 함께하는 ‘중소기업 일자리창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범 중소기업계 공동 일자리창출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이다.

이번 협동조합법 개정을 통해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할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 가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 위한 첫 걸음이 시작되었다. 사회 전반에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더 이상 한 나라의 경제가 몇몇 소수에 의해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기반의 경제 구축을 위한 첫 걸음도 같이 시작되길 바란다.

현준<중소기업중앙회 전북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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