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논리 앞세우는 소규모학교통폐합 재고되어야
경제논리 앞세우는 소규모학교통폐합 재고되어야
  • 이상덕
  • 승인 2015.08.06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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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미의 하루는 아침 7시에 시작된다. 아침 8시에 학교버스를 타면 15km를 달려 40분 후에 학교에 도착한다. 하교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방과 후에 담임교사와 상담을 하거나 방과 후 특정 프로그램에 참여하려고 해도 통학차량 운행 시간 때문에 참여가 어렵다. 이 학교마저 없어진다면 정미는 30km나 떨어져 있는, 차로 1시간 이상 걸리는 학교에 다녀야 할 것이다. 이렇듯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으로 인해 정미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전국 몇천 명 학생의 등굣길은 더욱 멀어질 것이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은 지방교육재정 효율화 방안의 하나로 제시되었다. 정부 방안에 따르면 전국 1,750개교의 소규모 학교(읍·면 기준 학생 수 60명 이하)가 통폐합 대상이다. 초등학교의 경우 강원 50.6%, 전남 47.2%, 전북 45.7%, 경북 45.1%가 이에 해당한다. 전북 무주군의 경우 통폐합 이후 무주군 내 초등학교는 단 2개만 남는다는 얘기다. 지역 사회의 정신적?문화적 공간 역할을 하는 학교가 사라지게 될 위기에 처해 있다.

소규모학교 통폐합은 교육재정 운영의 효율성, 교육여건 요인 및 학생·학부모·지역사회 등에게 끼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첫째, 농·산·어촌의 소규모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가 침해되어서는 안 되며, 교육의 질이 보장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학령기 아동은 차별 없이 교육의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 소규모 학교 학생들이 통학차량 운행 시간 때문에 방과후 활동 참여와 교우관계에 제약이 가해지고, 악천후 등으로 차량 결행 시 결석·지각을 할 수밖에 없는 점은 학습권 보장 측면에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문제다. 또한 소규모 학교 통폐합은 장거리 통학으로 인해 교통사고 등 학생들을 각종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지며, 가족 간 이별 등 경제·심리적 부담이 가중시켜 다문화가족, 조손가족, 학교이탈학생 증가로 어려움을 겪는 농·산·어촌 학교 교육을 더욱 황폐화시킨다. 그리고 복식학급과 상치·순회교사 증가로 인한 교육활동 불안정화, 학생의 문화적 결핍 심화, 학력 저하 우려, 교육시설과 교원 수 부족에 따른 교과지도의 어려움 등의 문제도 발생한다.

둘째, 소규모학교통폐합은 지역균형발전 및 농·산·어촌 살리기 정책과 상반된다.

농·산·어촌 주민들이 도시로 떠나는 이유는 자녀교육과 경제문제 때문이다. 통폐합으로 인해 농·산·어촌 지역의 학령인구와 교원 수가 감소하면 도·농간 교육격차가 심화하여 탈농현상과 국토불균형 현상이 심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에 따라 농·산·어촌 주민의 생존권 침해 등의 새로운 사회문제가 발생한다. 특색 있는 소규모 교육기관을 찾아 아이들을 입학시키면서 유입되는 인구나, 웰빙을 위해 도시에서 농·산·어촌으로 귀농하는 청장년층이 점차 늘고 있는 사회적 추세를 감안할 때, 단지 경제적 시각에서 통폐합만 강조해선 안 된다.

셋째, 대한민국 교육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2017년까지 교원 충원을 통해 학급당 학생 수를 OECD상위수준으로 감축하겠다고 공약했으나 여전히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OECD 국가들의 학급당 평균 학생 수는 초등학교 21.3명, 중학교 23.5명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초등 25.2명, 중학교는 33.4명으로(2014년 기준), OECD 평균과 비교했을 때, 초등 3.9명, 중학교 9.9명이 더 많다. 교사 1인당 학생 수도 초등학교의 경우 OECD 평균보다 3.1명이 많다. 또한, 현재 공립학교 과밀학급(학급당 학생수 25명 이상) 수는 전체 157,551개 학급 중 80,861개로, 전체의 64.3%에 이른다. 도시 대규모 학교의 교육 여건 또한 개선이 필요하다.

교육을 경제논리로 풀어내어 작은 학교를 통폐합하는 것은 농어촌뿐 아니라 도시 아이들에게도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다. 교육지표 상위 수준으로 가기 위해서는 학교 통폐합이 아닌 더 많은 학급 증설과 교원 충원 노력이 필요하다.

이상덕<전북교육장학재단이사장> 

약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 ▲전북대학교총동창회 부회장 ▲김제북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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