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어머니를 만들었듯이
신이 어머니를 만들었듯이
  • 김 진
  • 승인 2015.08.0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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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의 모든 아주머니나 할머니들은 누군가의 어머니일 것이다. 아주머니나 할머니라는 호칭에도 정겨움은 있지만, ‘어머니’와 같은 복잡한 감정은 아니다. 어머니란 이름에는 따스함과 숭고함도 있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진하게 느껴지는 가슴 휑한 아림도 있다. 어디 그뿐이랴! 유대의 격언을 보면, 신이 언제 어디에나 있을 수 없어서 어머니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 말은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정이란 신처럼 절대적이라는 걸 의미한다.
 

 * 신이 만든 또 하나의 어머니

 그 같은 숭고함으로 따지자면 어머니에 비할 바는 못 되겠으나, 역할로 굳이 비유를 하자면 신이 만든 또 하나의 어머니도 있다. 바로 ‘정치’다. 세상의 모습이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시대상을 대변하는 경제 역시 너무 복잡하고 헤아리기 어려워서 神이 정치를 만들었나 싶다.

  사실 정치는 경제의 기틀을 만들고, 이끌어가는 주체다. 한데 이 ‘경제’라는 말은 <경세제민>에서 따왔다. 세상을 다스려 백성을 고난에서 구제한다는 경세제민의 줄임말이다. 허니 의미로만 보면 경제와 정치가 다르지 않은 듯싶다. 그러나 반대로 정경유착이란 말도 있다. 이는 정치와 경제가 필요 이상으로 밀접해졌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정치와 경제는 별도의 고유한 영역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하면 정치와 경제는 뜻으로만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분명히 다른 역할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 경제와 정치는 관점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이겠지만, 속성과 본질적인 면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우선 정치는 여러 집단의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보다 나은 사회로 발전시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정치는 소수자와 약자 그리고 다수 등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역할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경제는 이와 달리 ‘선택’의 문제에 매달려 있다. 즉, 보다 효율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어떤 쪽을 택하느냐가 바로 경제의 본질이다. 따라서 정치는 보다 넓은 범위의 국민이나 영역을 포괄하여 보호하는 반면, 경제는 합리적이고 결과를 중시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속성과 본질이 다르니 경제적인 관점과 정치적인 배려를 함께 고려하여 조화로운 판단을 해야 하는 정치인들의 역할이야말로 참으로 중요하다 할 것이다.
 

 *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허나 정치인도 사람인지라 때론 흔들리기도 한다. 유권자의 표가 정치인의 판단을 흩트려 놓는 것이다. 그리 보면 세상은 조화가 잘 이루어져야 편안한 것 같다. 자유와 민주, 장애와 비장애, 경제성장과 복지 등등 한쪽의 욕구에 치우치지 않는 조화가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조화로운 세상을 얻기란 쉽지 않다. 모두가 자신의 영역에서, 자신에게 맡겨진 책임과 해야 할 몫을 다해야 한다. 구성원 모두가 제 역할을 잘해줘야 사회가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언론도 그렇다. 기자는 기사로 말한다고 했다. 아무리 SNS가 발달했다지만, 아직도 사회 곳곳에 그늘은 많다. 또 아직도 힘없는 서민들은 세상에 가진 불만을 소주잔에다 뒷담화를 뿜어내며 살아간다. 한데 기자가 기사로 말하지 않고, 유불리에 따라 여러 현실적인 상황과 타협한다고 생각해 봐라. 독자가 모를 뻔했던 내용을 기자가 기사로 말해 주는 맛에 구독료를 내고 보는 신문인데, 그 신문이 제 역할을 못해 준다면 얼마나 참담한 일이겠는가! 억지스러운 비유기는 하지만 신이 어디에나 있을 수 없어 어머니를 만들었듯이, 독자들 역시 세상을 바로 보고 싶어서 구독료를 내고 신문을 만든 것이다. 세상은 가만히 앉아서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정치와 경제의 고리가 엮어서 굴러가는 사이에서 모두가 제 역할을 다할 때, 세상도 그만큼만 좋아지는 것이다.

 김진<경희대 객원교수/전북생활체육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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