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세계소리축제’에 대한 소견
‘전주세계소리축제’에 대한 소견
  • 이한교
  • 승인 2015.08.02 16: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95년 지방자치제도가 시작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수단으로 많은 지역 축제가 남발되었다. 축제의 양적 증가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지만 몇몇 성공적인 사례를 제외하면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의견이 더 많았다. 그 이유로 대부분의 축제가 공공지원금에 의존하면서 본래 가지는 목적과 비전이 퇴색해지고 있어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우리 지역의 ‘전주세계소리축제’는 비교적 성공적이라고는 하지만 다시 한 번 냉정한 평가를 할 때라고 본다.

 ‘전주세계소리축제’는 2001년에 시작되면서 ‘우리 소리를 중심에 둔 세계음악예술제로서, 우리의 음악과 세계의 음악이 한자리에 만나 소리의 향연을 펼치는 고품격 공연예술축제’라고 소개되고 있다. 이와 같은 정의를 내리기까지 내부적으로 많은 진통과 검토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 결과 소리축제가 문화예술축제로써 좋은 반향을 일으켰고, 전라북도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고 본다. 전주소리축제조직위원회가 발표한 ‘2010 전주세계소리축제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방문관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전체의 82.6%가 ‘다시 방문하겠다’고 응답했으며 78.6%는 ‘다른 사람에게 축제를 추천하겠다’고 답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필자는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 이유는 거창한 풍악 소리(홍보)와는 달리 함께할만한 프로그램이 부족하다고 본다. 물론 개인의 취향과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기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나이별, 성별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즉,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흥겨운 마당을 찾아볼 수가 없다. 구경거리는 있어도 오래 두고두고 이야기할 거리가 부족하다는 말이다.

 물론 개인적인 우려일 수도 있겠지만, 미래에 대한 평가는 많은 다른 축제와 마찬가지로 그리 밝지만은 않다고 본다. 이대로 두면 예산과 시간만 낭비하는 축제로 전락할지도 모른단 생각이다.

 그동안 ‘전주세계소리축제’는 13회를 걸치면서 많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축제에 대한 만족도가 안정적이지 못하다고 하는 것은, 창조적인 동력이 부족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축제란 살아있는 생물이라고 본다. 숨을 쉬며, 체온과 표정이 있고, 말하고 자생 능력을 갖춘 생명체다. 또 사람과 소통하고 함께 즐기면서 삶의 위안과 시름을 달랠 수 있는 벗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특히 문화예술축제는 귀한 생명을 다루듯 해야 한다는 말이다.

 현재 문화관광부가 축제육성 관련 정책을 시행하면서, 대부분(80%)관 주도로 운영하고 있다 보니 축제의 본성인 아날로그적 감성과 개별적 독창성이 부족한 축제가 되고 있다.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일찍이 이런 폐단을 벗어나기 위해 얼마 전부터 민간주도로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 관의 예산지원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역 문화예술축제는 지역을 대표하는 꽃으로 자생능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꽃이 화려한 플라스틱 조화(造花)로 교체되어 가는 것 같다. 조화인 국화꽃(문화예술축제)은 봄부터 소쩍새가 울지 않아도 되고, 천둥과 먹구름도 기다릴 필요 없으며,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졸일 이유가 없이 옮겨놓으면 되는 간단한 것이기 때문이다. 예산을 지원하는 관에 처지에서 보면 원하는 결과를 선명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하겠지만, 눈으로만 보고 평가하고, 지시사항과 맞지 않으면 운영진과 주최 측을 수시로 교체해도 되는 ‘갑‘의 역할만을 충실히 행하면 된다는 행정 편의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그동안 ‘전주세계소리축제’에 대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중요한 3가지는 축제의 정체성, 명칭, 예산에 대한 문제다. 이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예산의 자립에 있다고 본다. 2015년 8월의 한 졸업 논문에 의하면 ‘전주세계소리축제’를 유지하기 위해 1인당 평균 18,744원을 기부할 수 있고, 총 경제적 가치는 350억 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얼마든지 관에 대한 의존도(현재 70%)를 줄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필자도 도민의 한사람으로서 이 논문에서처럼 축제의 예산을 관에 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관의 간섭을 피할 수 있고, 남은 여력을 모아 세계의 소리가 참여하는 예술축제를 만들어 도민에게 나눠줘야 한다는 것이다. ’전주세계소리축제‘는 누구의 간섭 없이 전문가적인 견지에서 도민이 참여할 수 있는 축제로 만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가지고 있는 정보를 낱낱이 공개하고 냉정한 도민의 평가를 가감 없이 받아가면서 자생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또한, ‘전주세계소리축제’에 관련된 모든 사람이 합심하여 씨줄과 날줄을 촘촘히 엮어 만든 방석에 도민을 정중히 초대해야 한다. 그다음은 아프리카 속담(거미줄도 모이면 사자를 묶는다)처럼 도민의 마음을 모아, 까다롭고 치밀한 세계인을 불러드리는 ’전주세계소리축제‘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말이다.

 이한교<한국폴리텍대학 김제캠퍼스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