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임대시장, 살인적 월세 부담
주택 임대시장, 살인적 월세 부담
  • 이종호 기자
  • 승인 2015.07.28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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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최고 수준 월세, 서민들이 운다 <상>

 전국 최고 수준의 사글세(월세) 부담으로 집 없는 전북 서민들이 눈가에 눈물 마를 날이 없다. 과거 월세는 목돈을 내놓을 형편이 안 되는 저소득층이 주 이용 층이었다. 하지만 최저금리가 계속되면서 전세금을 받아 은행에 예치하는 것보다는 월세를 받는 게 이익이다 보니 전세에서 월세로 주택임대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전북도가 발표한 ‘사회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도내 주택을 소유한 65만 가구 가운데 무려 13만 가구, 약 20%가량이 월세로 주택을 임대해 사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세로 사는 10만 가구보다 훨씬 많은, 월세 역전 현상이 일어난 셈이다. 문제는 전북의 월세가 다른 시·도보다 훨씬 세다는 점이다.

 ■ 허리 휘는 서민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도내 주택전 ‘월세전환율’은 9.0%로, 전국 평균 7.5%를 크게 웃돌았다. 월세 전환율은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비율로, 집 없는 서민들이 매달 내는 월세를 전세금에서 보증금을 뺀 금액으로 나눈 뒤 100을 곱해 산정하고, 다시 12를 곱해 연이율로 환산한 비율이다.

 예를 들어, 전세금 1억 원짜리 주택을 보증금 1천만 원과 월세 50만 원으로 계약했을 경우 월세 50만 원을 전세금(1억 원)에서 보증금(1천만 원)을 뺀 금액(9천만 원)으로 나눈 월세 이율(0.55%)에 다시 12를 곱하면 연간 월세이율(6.7%)이 나오는 식이다.

 전월세 전환율이 9%인 전북의 경우는 1억 원 전세 아파트에 1천만 원의 보증금을 찔러 놓는다면 매달 68만 원의 월세를 내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같은 조건에서 서울의 월세 비용(약 50만 원)보다 평균 18만 원을 더 내는 셈이며, 전국 평균보다도 매월 8만 원을 더 부담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소득수준이 수도권 지역에 비해 70%에도 못 미치는 전북의 저소득 현실을 감안할 때, 살인적인 월세 부담이라는 도내 부동산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서민층 수요가 많은 연립 다세대와 단독주택의 경우 전환율이 각각 10.9%와 11.2%를 기록하는 등 가뜩이나 어려운 집 없는 중·하층의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 일명 ‘깔세’도 등장: 도내 전월세전환율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면서 월세도 오르고 있다. 전주지역의 30㎡ 다가구 주택 월세는 지난해 평균 25만~27만 원 수준이었지만 올해부터 35만 원까지 올랐다. 일부 주택의 월세가 1년 새 25%가량 껑충 뛴 셈이다. 다른 일각에서는 자취를 감췄던 임대 기간만큼의 비용을 한꺼번에 지불하는 월세인 일명 ‘깔세’도 등장했다.

 도내 주택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급격하게 전환되는 이유는 기준 금리 인하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정한 기준금리는 1.50%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5천만 원의 전세금을 받아 은행에 넣어두면 1.50%의 금리로는 연간 이자 수익이 75만 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월세로 환산할 경우 매달 50만 원씩을 받아 연 600만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집주인들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면서 ‘전세 품귀’ 현상이 발생하고 세입자들은 주택담보대출 등을 통해 내 집 마련에 나서고 있다. 대출 담보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은 어쩔 수 없이 시중에 공급된 월세를 전전할 수밖에 없다. 건설현장 일용직 근로자로 생활하는 A씨는 “건설현장에서 매달 벌어들이는 수입이 100만 원에 불과한데 생활하고 있는 원룸의 월세금과 관리비 공과금 등으로 40만 원씩을 내고 있다”며 “저축은커녕 월세에 전전긍긍하며 입에 풀칠도 못할 지경이다”고 하소연했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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