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성공보수 판결 유감
형사 성공보수 판결 유감
  • 유길종
  • 승인 2015.07.2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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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은 며칠 전 형사사건의 변호사 성공보수약정이 무효라는 내용의 판결을 전격적으로 선고했다. 외국의 경우 여러 나라들에서 형사사건의 성공보수약정이 금지되어 있고,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학계를 중심으로 형사 성공보수약정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으므로, 이 문제가 그렇게 생소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대법원이 이렇게 전격적으로 일체의 공론화 과정 없이 형사 성공보수약정을 무효라고 선언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필자는 형사 성공보수에 대하여는 어떤 식으로든 제한이 있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한다. 굳이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과 윤리성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당해 사건에 투여하는 시간과 노력에 비추어 지나치게 과도한 성공보수를 받는 것은, 곤궁한 처지에 있는 의뢰인을 공갈하거나 속이는 것에 진배없다. 형사사건에서 지나치게 과도한 성공보수를 주고받은 것이 사법불신으로 이어진 것도 사실이므로 어떤 방식으로든 이에 대한 제한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지만, 사건의 난이도나 그 사건에 투여하는 변호사의 시간과 노력 등에 상응한 성공보수의 약정은 그것이 형사사건의 영역에서의 것이라고 하더라도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과 윤리성에 반한다고 볼 근거가 없고, 사법불신의 원인이 될 리도 없다. 일반인들의 인식도 마찬가지이다. 필자는 적정한 수준의 형사 성공보수도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법리적인 차원에서든 정책적인 차원에서든 이러한 건전한 범주의 성공보수약정을 금지할 이유가 없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앞으로 모든 형사 성공보수약정을 무효로 볼 것이라고 선언하였으나, 그 내용과 절차면에서 실망스러운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로 판시내용 면에서 논거가 조악하고 논리비약이 너무 많다. 전관예우가 사법불신의 원인 중 하나이고 전관예우의 몸통은 대법원이라는 시각이 엄존함에도 대법원은 사법불신의 모든 원인을 변호사 탓으로 돌리는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가정한 폐해는 모두 지나치게 과다한 거액의 성공보수를 약정한 경우에 발생하는 것이다. 사건의 난이도나 당해 사건에 투여되는 변호사의 노력에 상응한 성공보수를 약정한 경우는 달리 보아야 함에도, 대법원은 막연히 모든 형사 성공보수약정이 형사사법에 관한 선량하고 건전한 사회질서에 어긋날 수 있다고 함으로써 논리를 비약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모든 형사 성공보수약정이 대법원이 지적한 모든 폐해의 원인이고 그렇게 문제가 심각한 것이었다면, 변호사와 의뢰인들의 인식과 무관하게 형사 성공보수약정은 무효라고 해야 한다. 대법원이 실컷 형사 성공보수약정이 반사회적인 행위인 듯이 성토하다가, 변호사나 의뢰인들의 인식 등을 이유로 지금까지 이루어진 성공보수약정의 경우에는 무효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은 이유불비이고 모순이다. 한편, 대법원은 이 판결로 형사 성공보수약정이 반사회질서 행위가 된다고 명확히 밝혔음에도 향후에도 성공보수약정이 체결된다면 이는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로 보아야 한다고 하나, 그동안 반사회질서 행위로 볼 수 없던 행위가 대법원의 견해표명 하나로 곧바로 반사회질서 행위로 된다고 하는 근거는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둘째로 절차적인 면에서 정당하지 못했다. 대법원은 그동안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들에 대하여 공개변론을 실시해 왔고 이를 자랑해 왔다. 변호사의 형사 성공보수를 금지할 것인지는 단순한 변호사 보수 체계의 변화가 아니라 사법현실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사안이다. 당연히 공개변론을 실시하여 각계의 의견을 들었어야 했다.

 이 판결도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기존에 이루어진 행위들을 모두 무효라고 선언하기에 부족하거나 부적절하고, 정책적인 면에서는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였다면, 이렇게 무리하게 판결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입법에 맡겼어야 할 일이다. 대법원이 상고법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차제에 정책법원의 위상을 확실히 하려는 의도에서 서둘러서 전격적으로 이런 판결을 선고한 것이라면 이는 지나치게 정치적인 처사이다.

 이번 판결은 필자가 보아온 대법원 판결 중 최악이다. 최악의 판결일망정 이를 계기로 국민들의 사법신뢰가 고양되기를 바라지만, 이번 사태에서 보인 대법원의 독선적인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유길종<법무법인 대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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