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협동조합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협동조합
  • 원도연
  • 승인 2015.07.26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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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이후 협동조합은 여전히 핫한 이슈다. 지금과 같은 경제시스템이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점에 모두가 동의하고 있고, 그것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협동조합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협동조합이 아직까지 대세를 형성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사실이고, 무늬만 협동조합이거나 설립만 해놓고 활동을 못하는 곳도 부지기수다. 기획재정부의 통계를 보면 2015년 5월말 기준으로 전국의 협동조합은 모두 7,188개를 기록했다. 전북의 경우 올해 3월말 기준으로 413개가 설립되어 전국대비 약 6%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협동조합은 많은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듯이 만병통치약이 절대 아니다. 협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적 경제가 시장경제와 맞서거나 이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협동조합 방식은 기업이 지금의 시장경제 방식에 비해 좀 더 사람냄새 나고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지금의 상황에 필요한 방식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협동조합 기업이 무조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돈을 벌기 원한다면 시장경제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과 도전은 정말 폭넓고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몇 년 전 이탈리아 볼로냐에 갔을 때 만났던 스페파니 자마니(stefano zamagni) 교수가 ‘협동조합은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했던 그 말이 실감나는 현실이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협동조합은 여전히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존재들이다. 협동조합을 하겠다고 하면 뭔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고, 또 주변에서 참여를 권유하는 협동조합들이 나와는 특별하게 실질적인 관련이 맺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내가 보기에 지금의 협동조합은 일상적인 생활의 문제라기보다는 여전히 계몽적인 성격이 강하게 나타난다. 협동조합이 세상을 바꾸는 일이라고 느껴지면 사실 아무나 참여하기는 어려워진다. 협동조합의 방향성과 목표, 그 의미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참여까지 하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중에 최근에 가장 눈길을 끌었던 협동조합은 서울 노원구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돈을 모아 ‘함께 걸음’이라는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이 한의원은 과잉진료를 줄이고 좋은 약재를 쓰는 병원을 만들자는 목표로 시작했다. 실제로 병원을 다니면서 과잉진료에 대한 의구심은 늘 있고 한의원에서 짓는 약의 재료를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쉽지 않다. 바로 이 점에 착안해서 주민들 500명이 모여 과잉진료의 부담을 줄이고 믿을 수 있는 좋은 약재를 쓰는 병원을 설립했다. 주민들이 직접 주인이 되는 병원을 설립하고 뜻을 같이하는 좋은 한의사를 영입한 것이다. 실제로 이 병원은 시중의 한의원보다 약값이 20% 이상 싸고 과잉진료가 없다. 병원의 주인인 주민들이 더 많은 수익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합원이자 주인인 이들은 이 병원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필요를 충족시킨 것이다.

 이보다 앞서 마포에서는 동물병원 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1천만 애견시대에 접어들면서 애견의 건강과 관리는 점점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동물병원은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치료비도 일정하지 않다는 문제를 늘 갖고 있었다. 이런 점에 착안해서 마포구 주민 960명과 반려동물 1천700마리가 주인인 협동조합이 탄생했다. 조합원들이 5만원씩 출자금을 내서 건물을 임대했고 수의사를 채용했다. 조합원 대표로 7명의 이사를 선출해서 이들이 이 병원의 운영과 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역시 조합원들은 이 병원에서 수익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 두 가지 사례는 도시형 협동조합이 어떻게 작동되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무엇보다 협동조합을 사회운동과 계몽의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보다는 철저하게 소비자의 입장에서 시작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두 협동조합 모두 첫 번째 목표를 조합원의 필요에 두고 남는 수익은 당연히 사회적 활동을 위해 사용한다. 협동조합의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필요를 충족시킨다는 목표가 먼저 세워져야 한다. 그리고 협동조합의 개념과 종류 등등은 너무 말이 어렵다. 협동조합의 정의는 “재화 또는 용역의 구매·생산·판매·제공 등을 협동으로 영위함으로써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하고 지역 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사업조직”으로 되어 있다. 어려운 말들이다. 협동조합이 좀 더 쉬워져야 가까이할 수 있는 당신이 될 수 있다.

 원도연<원광대교수/문화콘텐츠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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