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6기 성숙한 지방자치의 조건
민선 6기 성숙한 지방자치의 조건
  • 최낙관
  • 승인 2015.07.2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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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2년 이승만 정권에서 시작된 한국의 지방자치는 1961년 5·16쿠데타에 의해 전면 폐지되었고 이후 1987년 6월 항쟁까지 오랫동안을 어두운 터널 안에서 숨죽이고 있었다. 이러한 암흑기 속에 놓여 있었던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1991년 지방의회가 구성되면서 다시 부활하기 시작하였다.

  이제 스무 살을 넘겨 성년으로 접어든 한국의 지방자치는 비로소 풀뿌리 민주주의에 힘을 불어 넣을 수 있는, 부연하면 ‘성장을 넘어 성숙을 지향’하는 디딤돌이 되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여전히 중앙정부의 예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무늬만 지방자치’라는 날선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의 지방자치가 안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와 한계는 무엇인가? 다양한 접근과 의견이 가능하겠지만, 지방재정의 허약한 체질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본다. 근본적으로 재정자치가 어렵거나 불가능한 구조하에서 지방정부와 지자체의 존재감은 그저 허울뿐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는 지방자치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이면서도 지방재정을 뒷받침하는 지방세가 지방자치단체 세입의 20% 수준밖에 되지 않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지방자치제의 핵심인 지방재정의 자기책임성이 왜 이렇게 크게 약화할 수밖에 없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예컨대 전국 226개 시군구 중 절반이 넘는 125개의 자치단체가 지방세로 인건비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을 우리 전라북도에도 예외가 아니다. 도내 14개 자치단체 중 10곳이 자체수입으로 공무원 인건비조차 해결하지 못할 정도로 재정상황은 열악한 실정이다.

  재정자립도를 보면 그 상황은 훨씬 더 비관적이다. 2015년 전라북도의 재정자립도는 17.4%로 전남에 이어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기초자치단체를 보면 그 허약한 체질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전주, 군산, 익산, 완주를 제외한 10개 시군의 재정자립도가 단 단위, 즉 10% 미만이고 그중 진안, 장수, 임실은 5%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앙정부에 대한 예속은 불 보듯 뻔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지자체의 재원을 보장하고 재정불균형을 완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지방교부세를 가지고 중앙정부가 지방을 길들이기하고 줄세우기를 시도하는 이른바 ‘갑질 행태’를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지역 간, 자치단체 간 불평등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면, 과연 무엇을 위한 그리고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선 6기 자치단체들은 기존 사업 이외에 단체장의 공약사업을 위한 재원마련에 숨이 가빠지고 허리가 휠 정도이다. 최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북지역 14개 시·군 단체장들이 제시한 공약은 803개 사업이고 이에 필요한 예산은 16조1천479만3천 600만원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 하에서 이 막대한 예산확보가 민선 6기 전라북도의 성공조건임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아울러 지방의회의 역할 또한 성숙한 지방자치를 위한 또 하나의 축임을 부인할 수 없다. 총평을 해보면, 전라북도 제10대 도의원들의 조례 제·개정을 포함한 입법 활동은 52건으로 9대 14건보다 3배 이상 큰 폭으로 증가했고 아울러 각 상임위원회별 전담 고문변호사를 위촉하고 맞춤형 법률 자문을 통해 조례 제·개정 등에 대한 입법완성도를 높였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평가가 지속하기 위해서는 지방의회가 합리적이고 현실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의정활동지원 시스템 보강이 필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단순한 재정적 지원이나 영리 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겸직허가 보다는 실질적인 의정활동에 필요한 인적자원이나 시스템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본다.

 중앙정부가 한편으로는 상생 균형발전을 선언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늘어나는 예산을 합의 없이 지방정부에 떠넘기려는 현실에서 자치단체와 의회는 생산적 긴장관계를 유지함과 동시에 민생을 최우선으로 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작은 기적이 일어나길 기대해 본다.

 최낙관<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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