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와 세상
요리와 세상
  • 김종일
  • 승인 2015.07.22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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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자에 들어 요리와 관련된 방송 프로그램들이 각광을 받으면서 요리사들의 인기가 유명 연예인들 못 지 않다. 이미 몇몇 출연자들은 예능 프로그램과 광고 그리고 홈쇼핑에서도 얼굴을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대세남은 아마도 ‘백주부’라 불리는 백종원씨일 것이다. 그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고급 요리’의 개념을 바꿔준 요리사이다. 값비싼 재료와 독특한 조리 방법 그리고 비장의 조미료로 무장된 화려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차고 넘치는 재료와 어느 부엌에나 있는 소금, 간장, 설탕과 같은 조미료를 이용해서 맛도 있고 몸에도 좋은 음식들을 아주 촌스러운 방식으로 잘도 만들어낸다.

 음식뿐만이 아니라 보는 이들에게 덤으로 주는 생활의 기쁨과 활력도 크다. 방송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외모와 어눌한 말투가 우리랑 많이도 닮았다. 하지만, 서글서글하면서도 친숙하고 또 능청스러운 생김새와 언행으로 뭐든지 쓱싹쓱싹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일종의 대리만족이랄 수 있는 통쾌함을 느낀다. 그가 전해주는 음식 레시피가 생활의 노하우로 쌓여가고 있다. 백종원씨가 주는 가장 큰 매력은 아마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아닐까 싶다. 어려워 보이는 일도 조금만 생각하면 너나 나나 모두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우리에게 주는 웃음의 근원이 아닐까 싶다.

 요즘처럼 경제도 어렵고 여러 가지로 각박한 세상에 그가 주는 의미는 각별하다. 우선 바로 내 곁에 있는 바로 그것들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낼 수 있다는 생각을 들 수 있겠다. 그가 쓰는 음식 재료들처럼 비싸지도 않고 우리 주변에 널린 그것들이 새로운 창조의 출발점으로 모자람이 없다는 것을 일러주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이룸에 있어 반드시 거창한 새로운 계기나 전환점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서 있는 바로 이 자리도 충분하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방법 또한 매우 쉽다. 우리도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슬그머니 입가에 웃음이 새어 나온다. 역으로 말하면 그가 인기가 많다는 사실은 지금 우리들 삶이 편하지 않다는 하나의 반증일 수 있겠다.

 요리라는 것은 대개 여러 가지 재료의 조합으로 만들어진다. 우리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사람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것이 우리 사회다. 좋은 요리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재료들의 상호보완적 상생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일본에서 제일 부자라고 하는 사이토 히토리는 그의 저서 ‘세상의 이치를 터놓고 말하다’에서 누구에게라도 이득을 주는 존재가 되라고 가르치고 있다. 타인의 이득이 결국 나의 이득으로 이어진다는 조언이다.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하는 과정에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이해관계에 따른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도 끔찍한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를 종종 접한다. 타인을 위한 이타심이 결과적으로 나에게로 돌아오는 것이라면 서로 조금씩 이해하고 양보하는 배려가 너와 나를 위한 좋은 길이고 맛있는 사회를 만드는 첩경이겠다. 세상의 이치를 이를 때 자주 언급하는 치망설존(齒亡舌存)이라는 고사성어와도 일맥상통한다. 나이 들어 이는 모두 빠져도 혀는 그대로 있다는 얘기다. 진정한 강함은 이해와 배려 그리고 겸손에 있다는 말이겠다.

뉴스를 보기가 망측할 정도로 세상 돌아가는 모습이 흉측하다. 특히 정치판이 그러하다. 건건이 대립하고 싸우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서로의 존재 이유조차 부정하는 여와 야가 현재 우리나라를 이끌어가는 모습이 개탄스럽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짓만 골라서 한다. 그걸 바라보는 국민들도 자연스레 따라하게 된다. 내년이 총선이다. 우리 지역의 민심이 과거와는 현격하게 다르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는 바일 것이다. 엄청난 지각변동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목소리 크고 쌈박질 잘하는 투사는 절대 안 될 것이다. 우리의 ‘백주부’와 같은 정치인들이 많이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

 김종일<전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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