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공원의 청결과 안전
도심공원의 청결과 안전
  • 이경신
  • 승인 2015.07.2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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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初伏)이 지나면서 본격적인 삼복(三伏) 더위가 시작되고 있다.

올 여름은 병아리 오줌마냥 찔끔거린 마른장마로 무더위가 시작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래도 최근 연달은 태풍 덕분에(?) 장대비가 쏟아졌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긴 메마름과 더위에 숨이 꼴깍 넘어갈 정도로 벌써부터 몸과 마음이 지친다.

낮의 길이가 길어지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시민들이 자주 찾는 곳이 도심속 공원과 전주천변 산책로이다. 아마도 열대야가 시작되면 더욱 더 많은 시민들이 적당한 운동과 시원한 휴식을 위해 공원과 천변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시민들이 몰리면서 청결과 안전이 문제가 되고 있다.

전주시내 공원은 근린공원 56곳을 비롯해 어린이공원 139곳, 소공원 29곳 등 230여곳이 산재돼 있다. 그런데 도심속 공원들이 시민들이 편안히 찾아 휴식을 취할만한 공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거공간과 인접한 공원들 대부분이 누군가 버리고 간 쓰레기와 폐가구 등이 쌓여 흡사 깨진 유리창의 이론(Broken Window Theory)을 그대로 옮겨 놓은듯 하다.

깨진 유리창 이론은 1982년 3월 미국의 범죄학자인 제임스 Q. 윌슨과 조지 L. 켈링이 발표한 것으로 건물의 깨진 유리창을 그대로 방치했더니 지나가는 행인들이 그 건물은 관리를 포기한 건물로 간주해 나머지 유리창도 모두 깨트리고 쓰레기를 갖다 버려 흉물로 만들어 버린다는 것이다.

또 다른 실험으로 본넷을 열어둔 두 차량을 구석진 곳에 주차하고 그 중 한 차량은 앞 유리창을 깨트려 놓고 2주일째 방치했더니 앞 유리창을 깨트린 차량은 거의 폐차 수준이 되고, 본넷만 열어둔 차량은 거의 큰 차이가 없이 처음 그대로 말짱하더란 것이다.

도심 공원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아무렇지 않게 담배꽁초를 버리면 그 누군가는 비닐과 화장지 등 쓰레기를 아무렇지 않게 버리고, 또 다른 그 누군가는 집안의 잡동사니나 심지어 폐가구 까지 마구 버려 순식간에 공원 곳곳을 쓰레기장으로 둔갑시키고 있다.

이렇게 방치된 쓰레기는 부패와 오염의 원인이 되고 자연이 시민들의 편안한 휴식과 건강을 방해하고 있다.

또 다른 이론인 이른바 하인리히 법칙(1:29:300)처럼 큰 사고는 어느 순간 우연히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29명의 경상자가 발생하고, 같은 원인으로 300명이 부상을 당할 뻔한 잠재적 사고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하인리히 법칙처럼 전주시내 공원과 천변에서도 각종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천변에서 자전거와 산책 나온 시민이 부딪쳐 사망사고가 발생한데 이어 삼천동 강변공원에서 운동기구를 이용하던 시민이 녹슬은 시설물이 부러지면서 덮쳐, 이마가 찢어지고 머리을 다쳐 12주의 중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 높은 천변제방에서 계단을 내려오다 미끄러지면서 자전거 레일용 시설에 몸이 찢기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물론 청결과 안전은 절대적으로 시민의식이 중요하고 무엇보다 본인이 잘 챙겨야 한다.

하지만 쓰레기를 수거하고 운동기구 등 시설물들이 행여 시민들의 안전에 문제가 없는지 공무원들의 책임의식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깨진 유리창 이론을 응용한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의 행정을 교훈삼아 본받을만 하다.

1994년 뉴욕시장으로 선출된 로돌프 줄리아니 시장은 취임 후 악명 높은 뉴욕 지하철의 노숙자와 범죄를 소탕하기 위해 건물 내.외벽의 낙서를 깨끗이 지우는 등 청결한 환경을 만들고, 무임승차 등과 같은 경범죄를 단속했더니 지하철 치안은 물론이거니와 뉴욕의 살인, 강도, 폭력과 같은 강력범죄의 수치가 현저히 감소했다는 것이다.

전주시 역시 도심공원에 방치된 쓰레기는 없는지, 화장실은 청결하게 이용되고 있는지, 천변의 무성한 수초는 잘 단장이 됐는지, 그리고 각종 놀이기구와 운동기구의 안전상 문제는 없는지 먼저 꼼꼼히 살피고 점검해야 한다.

그래서 올 여름엔 시민 모두가 쾌적하고 안전하게 도심공원과 천변을 이용할 수 있는 ‘품격의 도시’ 전주가 됐으면 한다.

 이경신 전주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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