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와 행복지수
GDP와 행복지수
  • 이신후
  • 승인 2015.07.1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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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들 하십니까?」 몇 년전에 대학교 게시판을 뜨겁게 달궜던 대자보 제목입니다. 당시에 행복하지 않은 대학생활을 역설적으로 표현하여 전국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문구입니다. 비싼 등록금과 청년백수를 양산하는 대학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 릴레이 대자보 행진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대통령이 바뀌었지만 변한 것은 없는 듯합니다. 2015년 한국의 현실은 그리 ‘안녕’하지 못합니다. OECD 국가 중 노인자살률, 청소년 자살률 등 국민자살률이 1위, 노인 빈곤율과 사교육비 지출이 1위이며, 의료비 지출은 4위로 고통지수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청소년 행복지수도 OECD 국가에서 꼴찌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엔이 지난봄에 발표한 ‘2015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158개국 가운데 47번째로 행복한 나라라고 합니다. 그러나 세계에서 47번째로 행복한 나라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수치를 보면 한국의 1인당 GDP는 2만8천 달러 정도로 나와 있습니다. 물론 2만 8천달러를 버는 한국인도 있겠지만 아마도 대부분 한국인들은 그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맞벌이를 비롯한 온갖 스트레스를 감수하면서 밤낮으로 열심히 돈을 버는 현장에서 고생하고 있습니다. 그 기준수치에 도달하여야 행복한 대한민국 국민이 되는 길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그 길을 가는 과정에 누구는 너무나 힘이 부쳐 자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기서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행복지수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 ‘행복지수’는(Gross National Happiness, GNH)는 1970년경에 ‘부탄’이라는 나라에서 만든 개념입니다. 즉 행복지수는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측정하는 지수입니다. 이 행복지수를 측정하는 질문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첫째, 얼마나 사교적이고, 정열적이며 유연하고 변화에 열려 있는지. 둘째, 얼마나 긍정적인 시각을 가졌는지. 때로 움츠러들었다가도 빨리 회복할 수 있는지. 인생을 스스로 함께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지. 셋째, 건강, 재정상담, 인권, 선택의 자유, 공동체의식 등과 관련해 기본적인 생활에 충족되고 있는지. 넷째, 가까운 사람에게 도움을 구할 수 있는지 등 4가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부탄’ 국민들이 행복한 것은 상대적 박탈감이 적으며 오염되지 않은 자연 속에서 살고 바르게 살며, 정부가 국민의 행복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느낌으로서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사회지도층과 일반국민들 사이의 격차가 크지 않아서 행복하다고 합니다.

 반면에 성장지상주의의 우리 한국의 현실을 돌아보게 됩니다. 1인당 GDP가 2만8천 달러라고 숫자로 표현하는 기준에 들어가기 위하여 노력하는 국민들은 아마도 수치에 포위되어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국민의 행복은 개인에게 맡길 문제가 아닙니다. 국민들이 그 지수에 착각하게 하면 안 되는 것입니다. 국가의 시스템이 올바르고 제대로 작동 될 때 국민 개개인의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국가의 시스템은 특별한 것이 아닐 것입니다. 국민이 상대적 박탈감 없이 열심히 일한만큼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사회일 것입니다.

 자살하는 국민들이 많으면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당연히 필요합니다. 개발이나 발전 또는 성장률의 지표에 집중하기보다는 당장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부터 찾아서 해결해야 하는 것이 지도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의 지도자들이 올바르게 이끌어주고 국민들은 즐겁게 일할 때 행복은 가까이 다가올 것입니다. 특히 청소년 행복지수가 가장 낮은 것에 대해서는 심각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그들이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청소년문제 가운데 심각한 현상 중 하나는 학교 성적이 곧 사회 성적으로 스스로 인정하고 좌절해 버리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행복함은 요원해지고 말 것입니다.

 지금은 조금 힘들더라도 행복하지 못함을 비관하고 좌절하거나 포기함보다는 나만의 길을 만들어 가길 바랍니다.

 비록 꼬불꼬불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만든 길이 아닌 나만의 길을 만들어 가길 바랍니다. 설령 내가 만든 그 길이 완성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완성이란 완성하려는 그 과정이 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나 자신을 믿는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라도 해야 세상이 조금씩 바뀔 수 있을 테니까요.

 이신후<전북디지털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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