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해야 할 일
우리가 해야 할 일
  • 유희태
  • 승인 2015.07.1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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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사태를 보면서

 요즘 언론 지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메뉴인 그리스의 경제 위기를 지켜보면서 IMF를 온몸으로 겪었던 필자로서는 남의 일 같지 않아 마음이 몹시 불편하면서도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다시는 이 땅에 이 같은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몇 가지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1997년 당시 IMF는 구제금융 지원과 함께 재정 및 통화 긴축, 성장률 하향 조정 등 거시경제의 축소 균형은 물론 금융부실 해결을 위해 금융산업의 개혁 및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요구했다.

 역사적으로 처음 겪는 일이다 보니 우리 국민들은 나라가 망할 것 같은 수준의 공포심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여담이지만 당시 김대중 대통령 후보가 너무 지나친 요구라며 당선 후 재협상을 주장했지만, 보수 언론과 여당 후보였던 이회창씨에게 정치적 공격을 당하면서 당시 대통령 후보들이 IMF에 이행확인각서까지 써줘야 했던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이유로 그리스와 달리 우리나라는 IMF의 요구를 순순히 들어주고 말았고, 그 결과는 참으로 비참했다. 대마불사라던 대기업과 안전의 대명사였던 금융기관마저 한순간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수많은 실업자가 길거리로 내몰렸다.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다 보니 물가는 폭등하고 직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월급이 몇십 프로씩 깎여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위대한 국민이 있었다. 성실함을 바탕으로 쓰러져가는 기업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했다. 심지어 장롱 속에 소중히 간직했던 각종 추억이 담긴 결혼반지, 돌 반지, 기념소장품 등을 가지고 나와 장사진을 이뤘던 모습이 생생히 기억나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

 참으로 고통스러운 기억이지만, 아시아의 4마리 용이라던 한국에서, 그리고 유럽 문명의 모태이자 선진국이라던 그리스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

 첫 번째는 정치권과 관료사회의 부정부패와 무능이다.

 일부 보수 언론에서는 과도한 복지로 그리스라는 선진국이 침몰했다고 하지만 그것은 아주 지엽적인 이유에 불과하다.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의 복지수준은 거의 꼴찌에 가까운데 왜 우리 경제는 이토록 어려운 것인가? 성완종 리스트를 보며 짐작하건대 아직도 불법적이고 음성적인 정치자금이 기업에서 정치권으로 제공되고, 그 대가로 각종 특혜가 주어지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단 하나도 속 시원히 밝혀낸 것이 없다.

 부정부패 못지않게 문제가 되는 것이 무능이다. 온 국민을 고통 속에 빠트렸던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 예비군 훈련장 총기난사 사건을 보라. 국가 위기 상황에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당국자들이 전혀 로드맵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물론 있었겠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었으니 없으나 매한가지였다. 덕분에 온 나라와 국민이 그 고통과 슬픔을 고스란히 겪었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웠던 경제는 말할 것도 없었다.

 두 번째는 정치에는 관심이 없으면서 정(情)까지 많은 국민성이다.

 국가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젊은이들의 투표율은 부끄러울 정도다. 일부 어른들조차 정치이야기를 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사람의 하나로서 참담함을 금하기 어려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다니엘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서울 특파원은 “부패한 정치인에게 가장 큰 선물은 정치에 무관심한 대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정치를 언제까지 욕만 하면서 지켜볼 것인가? 적극적인 관심을 두고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투표는 객관식이다. 가장 좋은 답이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없다고 판단될 때는 차선책이라도 선택해야 한다. 그것이 선거다.

 정치에 대한 관심도 별로 없고, 투표도 많이 하지 않는데 정(情)은 많다. 아무리 나쁜 짓을 많이 했어도, 독립군을 때려잡던 일본군 장교를 지냈거나,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많은 국민들을 학살했어도 과도 있지만, 공도 있다며 이제는 용서해 주자고 말한다. 더 이상 과거를 이야기하지 말고 미래를 이야기하자고 말한다. 그러나 과거 없는 현재와 미래가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세월호를 해결하지 않고서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는가? 나치전범을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철저하게 추적하여 처벌하는 독일의 사례를 보면 과거청산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잘 알 수 있다. 아이들에게 정의를 가르칠 수 있으려면 인간적인 정(情)은 잠시 뒤로 미루어야 한다. 용서는 잘못한 이가 진심으로 구할 때 해도 늦지 않는다.

 이런저런 모임에서 시민들을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IMF 때보다도 더 힘들다고 하소연들을 한다. 가계부채가 1,000조가 넘어 1,100조에 초과하는 직전에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라에 큰 위기가 올 것 같아 책임 있는 사람의 하나로서 마음이 무겁다.

 우리나라는 자원은 빈약하지만, 성실성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국민이 있다. 나라의 가장 큰 자산이다. 국민이 정치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부정부패와 무능의 극치를 보이는 정치권 개혁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면 제2의 IMF 같은 국가적 위기는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유희태<민들레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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