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의 입맛대로 바뀌는 2015개정 교육과정 중단하라
정권의 입맛대로 바뀌는 2015개정 교육과정 중단하라
  • 윤성호
  • 승인 2015.07.12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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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 교육과정위원회’ 설치 백년지대계의 교육 가능케 해야

 이명박정부의 2007개정 교육과정의 집중이수제로 인해 같은 교과를 두 번 배우거나 배우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였다. 또 학년별 발달 단계에 맞지 않는 과목 이수, 스포츠클럽활동 전면·졸속 시행 등은 학교현장을 혼란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이후 시행되고 있는 현재의 교육과정은 2013년 초등 1, 2학년 적용을 시작으로 2016년이 되어야 고등학교까지 전체가 시행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정부도 또다시 2015개정 교육과정을 도입하고 있다. 2000년 7차 교육과정 시행 이후 현재까지 전면·부분 개정 포함하여 무려 14차례에 이르는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특히 2007, 2008, 2009, 2011 개정 등 여러 교육과정이 동시에 적용되어 학교를 큰 혼란에 빠뜨리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학교현장은 교육과정 실험의 마루타가 된 지 오래다.

  이와 같이 정권의 입맛 따라 진행된 교육과정 개정은 현장교사들의 의견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어왔다. 학교 현장에서 근무하는 교사에게도 혼란을 가져오는데, 교육과정 개정에 따라 교육내용이 바뀌고, 입시제도가 바뀌는 경험을 하고 있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혼란은 말할 것도 없다. 불과 몇 년 앞을 계획할 수 없는 교육과정이 무슨 교육백년대계를 만들어낼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과정에 대한 반성과 평가는 없었다.

 지금 추진하고 있는 ‘2015개정 교육과정’안의 특징은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초등 1~2학년 수업시수 증대, 안전교과 신설, 소프트웨어교육 도입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안전교과의 신설은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학교 교육으로 돌리면서 ‘인성교육’을 추진하고 있으며 초등학교부터 한자 병기의 추진은 한자 사교육업체의 이해관계를 지켜주고 있다. 또 어떠한 근거와 연구결과도 내놓지 않은 채 대통령의 말 한마디와 소프트웨어 산업계의 일방적인 요구에 따라 심지어 초등학교에서부터 중·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소프트웨어 교육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친일독재를 미화하는 뉴라이트 역사 교과서는 이미 전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혀 사실상 폐기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일독재를 옹호하고 교육 획일화를 가져올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서 더 나아가 국어 교과서, 통합사회, 통합과학 국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와 같이 ‘2015개정 교육과정’은 가히 ‘불통 교육과정’이라고 명명될 만하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안전교과가 아니라 안전한 정부다. 초등학교 1~2학년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수업시수 늘리기와 과중한 학습 부담이 아니라 놀이 시간의 충분한 확보이다. 교육과정 개정을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현장의 의견을 겸허히 들어야 하며 개정 내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과정 역시 필수적이다.

 성급한 실적주의는 교육에서 지양되어야 하는 것이다. 영·수·국 등 입시과목에 편중되어 전인교육을 무색하게 만들고, 발달단계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많은 교육내용의 양과 난이도로 학생들의 학습고통만 가중시켜왔다. 선택형이라는 미명하에 지나친 세분화된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인식을 파편화시키고, 맹목적인 수준별 교육과정은 협력이라는 더 많은 교육적 성취와 교육의 기본 가치를 방해하고 있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자치활동 대신 교육부의 교육시책이 전달되는 통로로 전락하여 있다.

 현재도 우리 학교와 교육은 행복이 아니라 고통의 대명사가 되었다. 세계 최고의 수업일수와 수업시수, 학습 내용의 과다와 고난이도, 과다한 영·수 수업시수, 그럼에도 대부분이 수포자(수학포기자)가 되는 학교, 유치원부터 스트레스를 주는 영어, 전국의 학생을 줄 세우고 경쟁을 내면화시키는 상대평가, 세계 최고의 입시 경쟁체제와 극심한 사교육, 학습 흥미도 OECD 최하위 상황에 처해있다.

 하지만, 교육과정이란 무엇인가? 한 사회의 미래 세대를 교육하는 내용과 방식을 규정하는 교육의 핵심 요소이다. 따라서 교육과정이 정권의 입맛에 좌우되어서는 안 되며, 교육철학에 입각한 숙고와 교육주체 간 충분한 논의의 과정을 거쳐 매우 신중하게 수립되어야 한다. 정부는 무리하게 일방적으로 정한 9월 예정의 총론과 각론 법적 고시를 포기하고, 정권에 따라 교육을 바꾸고, 교육의 내용을 끼워 맞추는 영혼 없는 교육과정이 아닌, 사회적 논의에 기초한 교육과정을 수립할 수 있는 ‘사회적 교육과정위원회’를 설치하여 백년지대계의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윤성호<전교조 전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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