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와 무능한 정부
메르스 사태와 무능한 정부
  • 강동원
  • 승인 2015.07.0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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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방역당국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큰 고비를 넘겼다고 밝혔다. 천만다행이다. 하지만,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다. 아직도 제대로 된 치료제가 없는 상태이다. 잠복기가 길고, 전염성과 치사율도 대단히 높기 때문이다. 지난 6일 현재 메르스 확진자는 186명이었다. 이 가운데 사망자가 33명에 달한다. 최초 확진환자 발생이후 수천명 이상이 격리를 당했었다. 시중에는 전병염보다 더 무서운 게 ‘무능한 정부’라고 힐난하고 있다.

 의술이 발전하기 전에는 돌림병이 발생하면 피해는 상상 이상이었다. 역병(疫病)이 창궐하면 수많은 생명을 잃었다. 민심도 흉흉해졌다. 예로부터 전염병은 역질(疫疾), 질역(疾疫), 여역(?疫) 등으로 불려 왔다. 페스트균에 의한 급성 열병은 속수무책이었다. 백신이 개발되기 전에는 홍역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치료제가 없던 시절에는 폐병으로 불리던 결핵으로도 무수히 죽어나갔다. 장티푸스, 말라리아 등도 공포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의학이 발달한 오늘날에는 무서운 전염병도 방역체계로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예방은 물론 철저한 방역체계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메르스 사태에서 방역당국의 무능함을 드러냈다. 정부는 초동방역에 실패했고 허술한 관리로 인해 병원도, 국가도 뚫렸다. 전북 순창군에서도 메르스로 해당마을이 출입통제되고 장기간 격리되었다.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생계문제 해결도 시급했다. 그러나 긴급생계비를 지원하려 했으나 법령조차 미흡했다. 과거에도 있던 구휼(救恤)제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고대 중국 사마천의 사기(史記)에는 이민위천(以民爲天)이라는 말이 있다. 백성을 생각하기를 하늘같이 여긴다는 뜻이다. 깊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조선시대에도 역병에 걸린 사람이나 그로 인해 죽은 사람들의 가족을 지원하도록 했다고 한다. 세종은 “역병으로 죽은 자의 가족을 구호하도록” 지시했고, 영조는 “악질(惡疾)로 출막(出幕)한 이들에게 숫자대로 쌀과 간장을 지급하도록 구제할 것”을 흉년에 백성들을 구제하기 위해 설치한 관청인 진휼청에 청했다고 한다. 과거에도 역병이 돌면 이들 기관이 나섰는데 수백년이 지난 오늘날에 그보다도 못한 것 같다. 오히려 왕조시대만도 못한 리더십을 보여줬다.

 첫 메르스 확진환자 발생이후 달포 가량을 국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지금도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초동방역 실패로 인해 메르스가 확산되자 애꿋은 농민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메르스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해당 지역의 계절·웰빙 특화 농산물이 심리적 영향탓으로 인해 판매부진과 판로애로를 겪었다. 농민들이 발만 동동 굴렀다. 오죽하면 소비촉진을 위해 국회에서 판촉행사마저 개최하였다. 정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이었다.

 국민들은 메르스가 속히 종식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날씨와 같은 자연환경의 변화라도 있어 더 이상 추가환자 발생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무능한 방역당국만 믿다가는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 공포에 떨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어떤 병원에서 확진환자 발생했는지조차 알수조차 없었다. 쉬쉬대기에 급급했다. 세상이 다 아는 병원마저 공개하지 않았다. 납득할 수 없는 행태였다. 지방자치단체가 해당병원의 공개를 촉구하고 나서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자 정부는 뒤늦게 병원명단을 공개했으나 이마저도 틀렸다.

 메르스 사태의 확산은 정부가 자초한 셈이다. 방역당국은 초보운전자 같았다. 감염경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국민들은 자신도 언제 감염될지 모른다는 극도의 공포감에 떨었다. 단지 마스크를 쓰고, 손을 잘 씻어야 한다는 기초적인 예방법에만 의존했다. 보건복지부가 왜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웠다. 세월호 참사 이후 신설된 국민안전처는 초보수준의 문자발송으로 전형적인 뒷북행정을 보여줬다. 정부의 역할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맹자(孟子)는 민귀군경(民貴君輕)이라고 했다. 백성이 존귀하고, 사직은 그다음이며, 임금은 가볍다는 뜻이다. 정부에게 들려주고 싶은 성어이다. 정치와 행정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이다. 대통령은 보여주기식 행보가 아니라 책임있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 청와대가 컨트롤타워가 되어 진두지휘를 해야 제2의 메르스 사태를 예방할 수 있다. 불안에 떨고 있는 국민들을 위해 정부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을 인식하기를 바란다.

 강동원<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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