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의회민주주의는 죽었는가
우리의 의회민주주의는 죽었는가
  • 송재복
  • 승인 2015.07.07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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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즈음 정가의 핫이슈는 유승민 원대대표의 사퇴문제이다. 행정입법을 야당과 협상하여 만들어 낸 것이 잘못이고 그것은 ‘배신의 정치’이기 때문에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대통령의 말에 불거진 것이다. 이를 둘러싸고 여당내에서도 친박계와 비박계간의 갈등이 있고, 유승민 원내대표도 그동안의 직·간접적인 사퇴압력과 자신의 소신정치를 두고 심적 갈등을 한 것이 그의 표정에서 역력히 드러난다.

  행정입법의 제정이 그만의 결정은 아니되, 결국에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고뇌의 찬 심정이 있으리라. 그러나 당내의 압력에 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늘 9시 긴급의원총회에서 나오는 사퇴권고 안이다. 사퇴해서는 안된다는 비박계의원들과 찬성하는 친박계의원들 간의 대립 속에서 유대표의 자진사퇴라는 자리를 깔아준 것이나 우리는 여기에서 한국의회민주주의의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과연 의회라는 곳이 무엇하는 곳인가, 그리고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여당의 원내대표가 사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의회의 위상인가, 그리고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의 문제이다.
 

유승민 파동의 갖는 의미

 유승민 파동은 2가지 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행정입법을 한 것이 잘못된 것인가의 문제이다. 다른 하나는 대통령이 거부권행사 하도록 한 것에 대한 책임문제이다. 우선 행정입법이 잘못된 것인가의 문제를 보자. 행정입법은 행정부가 시행령을 만들어 적용할 경우 문제가 있을 시 국회가 시정을 요구하는 권한을 갖는 것이다. 행정부의 입장에서는 이것이 의회가 행정권한을 제약하는 것이고 3권 분립주의에 어긋나는 것으로 본다.

  반면에 의회의 입장에서는 행정이 국회가 제정한 법규정에 어긋나서 행정시행령을 적용하는 것은 안된다는 입장에서 법을 제정하는 국회 차원에서 시정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다. 박근혜대통령이 의원시절에도 역시 국회의 이러한 행정입법에 찬성한 적이 있는 것으로 보면 의원들간에 그에 대한 공감대가 상당히 이루어진 것 같다. 그러나 의원이 아닌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의 입장에서 과거와는 달리 이번 행정입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생각할 점이 있다. 박대통령이 이번 행정입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는 2가지인 것 같다.

  의회가 행정입법을 제정하는 것은 의회의 행정권에 대한 간섭 또는 제한으로 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행정시행령이 잘못되었을 경우 그것은 사법적 판단에 맡기면 되지 왜 의회가 관여하여 시정요구 하는 것은 국회의 지나친 월권이라고 보는 것이다. 문제는 의원 시절 때와 행정수장일 때의 시각차이가 나는 것을 우리는 과연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이다. 또다른 문제로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한 것에 대한 책임문제를 따져보자. 소위 유승민 파동을 일으킨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잘못된 것인가의 문제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했기 때문에 원대대표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대통령은 의회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주어진 고유권한이 거부권이다. 3권 분립의 제도적 장치로서 만들어진 것이며 필요시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한 것이 ‘배신의 정치’이며 여당의 원내대표가 책임져야 할 사항인가. 그렇다면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말만 듣고 야당과의 협상 등의 의정활동을 해야 한다는 말인가. 또 그렇게 될 경우 의회의 존재목적은 무엇인가.
 

 의회가 권력의 원천이 되어야

 일찍이 우드로 윌슨(w.wilson)은 미국 권력의 원천은 의회에서 나온다고 했다. 국민을 대표하여 선출된 의원이기에 국민을 위한 권력을 만들고, 법을 제정하기에 국가의 힘의 원천이라고 했다. 그렇기에 미국이 오늘날 3권 분립의 민주주의모델이 되고 있는 것이 그 때문이다. 우리의 의회 민주주의역사는 짧지만 민주화 이후 많이 발전해가고 있다. 빈번한 당명의 개칭과 당의 분열이 이루어지고 여야간 타협과 협상보다 극단의 투쟁과 정쟁이 있어왔다. 이 와중에 국민에게 실망도 주고 염증도 주었다. 그러나 이번 박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나타난 원내대표 사퇴문제는 행정과 의회간의 갈등이라기보다 한국 의회민주주의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한국의회민주주의는 퇴보되고 유승민 개인의 정치생명은 끝나야 하는가의 문제를 남겼다.

 송재복<호원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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