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전주시대 개막에 즈음하여
국민연금공단 전주시대 개막에 즈음하여
  • 노대우
  • 승인 2015.07.02 17: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주로 오기로 한 토지공사가 경남 진주로 가고 대신 국민연금공단이 온다는 소식에 전북도민들이 분노하고 절망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 한복판에 있었던 국민연금공단이 전주완주혁신도시로 지난 6월 10일에 조용히 이사를 왔다. 아울러 도민들 분노의 힘과 정치권 등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원래 이전 계획에는 없었던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정착하기 위해 연금공단 본관 인근에 신축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도 연금공단에서 기금을 분리하자는 일부의 주장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제 신축공사가 시작된 만큼 차분하게 잘 마무리 한다면 기금운용본부는 2016년 10월에 전주로 이전하게 될 것이다. 기금운용본부 이전까지 마무리되면 명실공히 국민연금공단의 전주시대가 완성되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 입주한 공단 본관 건물은 지하1층 지상10층 규모이고 직원은 정규직, 계약직 등을 포함해 700여명 규모로 전주완주 혁신도시에 입주한 공공기관 중 규모가 가장 크다. 건물 내부에는 공간별 특색을 반영해 차별화된 분위기를 조성하고 건물 지붕과 양 측면에는 전주 한옥에서 영감을 받은 곡선 디자인을 적용하여 주민들께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주지하듯이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합병 여파로 2011년 5월에 갑자기 연금공단 이전 지역이 진주에서 전주로 변경되었다. 이 과정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배신감과 자존심 등의 상처로 인해 도민들의 거센 저항을 받게 되고 공단은 설 땅을 잃어버리고 오랫동안 방황을 하게 되었다. 이 시기에 필자를 포함한 전북 출신의 공단 직원들은 공단이 전주로 이전하기로 결정하였음에도 환영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천덕꾸러기처럼 아파하면서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었다. 이런 우여곡절을 거쳐 최초 이전 계획보다도 1년여 늦게 연금공단은 전주에 정착하게 된 것이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이제는 ‘건설 사업은 사양 산업이고 엄청난 규모의 기금을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온다니 더 잘된 일이 아니냐’고 주변에서 말씀하시는 걸 보면 은근히 자긍심을 가지게 된다. 특히 많은 도민들께서는 현재 약500조원인 기금이 장래에는 최고 2300여조까지 적립된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막대한 기금운용으로 국내 금융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한 공단의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이전하게 되면 지역의 부동산 경기, 상권 활성화 등으로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금융업 등 전북도의 경제가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기금운용본부가 우리들의 뜻대로 순탄하게 전주완주 혁신도시로 안착한다는 보장은 현재로서는 단언할 수 없을 것 같다. 최근 서울시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유치를 위해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 입주하면 임대료 30%를 깎아주겠다.”고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지방이전으로 인한 국내외 투자자와의 접촉이 어려워진다는 점, 금융 핵심 인력을 끌어오는데 있어서의 한계로 인한 운용 효율성 저하 등을 거론하며 서울 유치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막연하게 기금운용본부가 당연히 전주로 이전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거나 우리가 가만히 있어도 기금운용본부가 우리지역을 위해 헌신적으로 공헌할 것이라는 장밋빛 환상을 하고 있었다면 이런 생각은 당장 버려야 한다. 전북도민의 역량을 총 결집하여 기금운용본부가 전주에 안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기금운용 투자흐름을 면밀히 검토하여 전북도의 발전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이곳에 정착하는 700여명의 직원들에 대한 관심 또한 매우 중요하다. 누구나 새로운 곳은 항상 낯설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분들이 빠른 시일 내에 전주시민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혁신도시에 입주한 기관의 직원들 중 가족과 같이 이주한 직원은 약 500명 정도로 전체 직원의 15%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85%의 직원들이 주중에는 전주에서 근무하고 휴일에는 가족들이 있는 서울 등으로 돌아가서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을 전주 특유의 정으로 감싸고 편안한 생활 기반을 마련해 준다면 정착하지 말라고 해도 금세 정착하게 된다. 아직도 인프라가 구축되지 못해서 도서관과 문화시설이 없고, 수영장 및 대형 쇼핑시설도 전무한 상황이다. 문화 쇼핑시설이 빈약한 데다 대중교통까지 불편하다 보니 직원 혼자서 전주로 내려와 혁신도시가 아닌 지역에 거주하면서 출퇴근하는 공공기관 직원들이 많다고 한다. 먼저 이전해 온 기관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말을 빌리자면 “전주혁신도시에서 주거지를 마련하는 것은 턱없이 비싼 비용 때문에 엄두를 낼 수 없다”면서 ‘먹고, 자고, 쉴 수 있는 공간이 태부족해 주말이면 가족들이 있는 서울 등지로 모두가 되돌아가기 때문에 혁신도시는 당분간 주말에는 사람 없는 도시가 될 것 같다’고 한다. 이런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되지 못하기에 사소한 부분에 관심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 문화시설 관람료처럼 전주시민에게 주어지는 혜택들을 동일하게 적용하고, 막걸리 집 아줌마의 서비스 안주 하나 그리고 시민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는 그들을 빨아들이는 깔때기가 될 것이다. 그런 마음들이 모이면 공단 직원들은 전북도의 발전을 위해 발 벗고 나설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먼저 요구하지 말고 따뜻한 전주의 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국민연금공단은 전주 이전을 준비하면서부터 지역인재 10% 채용을 약속하고 현재까지 이를 충실히 실천하고 있다. 전북지역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지역인재 특별채용을 늘린 결과 국민연금공단에 입사하는 우리지역 자녀들이 크게 늘고 있다. 또한, 35사단과 결연을 하고 위문하고 있으며 전주남부시장 등 재래시장과 MOU를 체결하여 전통시장 활성화에도 앞장서고 있으며 우리지역 어려운 가정을 대상으로 봉사 및 후원활동을 펼쳐서 우리 지역사회에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거창한 것이 아닌 따뜻한 시민의 정을 바탕으로 공단과 우리 지역사회가 더욱 견고하게 상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노대우<국민연금 전주완주지사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