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다니 컬렉션
시마다니 컬렉션
  • 권익산
  • 승인 2015.07.0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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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군도로를 따라 군산으로 가다보면 개정면 사무소 옆에 발산초등학교가 있다. 작은 시골 학교이지만 전국에서 유일하게 보물을 두 점이나 보유하고 있는데 발산리 오층석탑과 석등이 그것이다. 석탑은 간결하고 아름다운 모습의 고려전기 석탑이고, 석등은 기둥에 해당되는 간주석에 용과 구름무늬가 새겨져 있는 매우 특이한 형태로 보물로 지정되었다. 오래된 마을 한복판에 있는 학교라 예전에 절이 있었을 것 같지도 않은데 무슨 사연으로 학교에 석탑과 석등이 자리하게 되었을까?

학교가 들어서기 전에는 이 땅이 시마다니라는 일본인 지주의 농장 사무실과 집이 있던 자리라는 것을 알면 의문의 실마리가 풀린다.

일본 야마구치현 출신 시마다니 야소야라는 자는 일본에서 주조업으로 번 돈을 가지고 1903년 군산으로 들어왔다. 그는 술의 원료가 되는 쌀을 구하기 위해 군산 일대의 땅을 사들여 400만평의 대농장을 건설하였다. 그는 다른 일본인들과 달리 농장에서 번 돈으로 한국의 문화재를 수집하는데 열을 올렸다. 그 과정에서 원래 완주군 고산면 봉림사터에 있던 석탑과 석등을 자신의 집에 옮겨 놓았던 것이다. 망한 나라의 무너진 절터를 지키던 석탑과 석등은 식민지배자의 집 마당을 장식하는 소품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탑이 있는 정원 바로 옆에는 특이한 3층짜리 건물이 함께 서 있다. 겉에서 보면 층간 구분 없이 철근 콘크리트로 덮여 있고, 쇠창살이 박힌 작은 창문만 몇 개 나있어 얼핏 보기에는 사람이 사는 집이 아니라 감옥처럼 보이는 건물이다. 출입구는 두꺼운 철제문에 열쇠가 달려 있어 일반적인 문이 아니라 금고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곳에 시마다니는 전북 곳곳에서 모은 고미술품을 보관했다. 이러한 금고 건물은 군산 시내에 있는 히로쓰 가옥에서도 볼 수 있다.

시마다니 야소야의 뒤를 이어 농장을 물려받은 것은 셋째 아들 시마다니 독이었다. 그는 일본이 패망한 이후에도 일본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인으로 귀화해 재산을 지키려고 했다는 일화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아예 전북에서 영원히 살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금고에 있던 문화재들을 일본으로 가져가지 않아 해방 이후 회수할 수 있었고, 지금은 시마다니 켈렉션이라는 이름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발산리 오층석탑보다 더 기구한 경험을 한 것은 국보 제86호 경천사지십층석탑이다. 국립중앙박물관 1층에 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이 탑은 경복궁 안 조선총독부 건물 옆에 있던 것을 총독부 건물을 해체하고 경복궁을 복원하면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 놓은 것이다.

승려의 출입도 금지하던 한양의 궁궐 한복판에 어떤 이유로 고려시대의 석탑이 자리 잡을 수 있었을까? 발산리 석탑과 마찬가지로 경천사지 탑도 원래는 개성의 경천사터에 있었다. 그런데 1906년 다나카라는 일본 궁내대신이 고종황제가 자신에게 선물로 주었다고 속이고 일본의 자기 집 정원으로 으로 가져갔다. 이 사실을 안 조선총독부가 조선의 국유재산은 총독부 소유이므로 총독부에 반환해야 한다고 요구하여 가까스로 조선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높이 13미터가 넘는 거대한 석탑을 해체하여 일본을 오가는 동안 조립이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된 후였다. 그 후로 경북궁 한켠에 방치되어 있다가 1960년에 와서야 보수 과정을 거쳐 당시 중앙청 마당에 복원하여 놓았다가 다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진 것이다.

일본인에 의한 문화재 약탈은 이토 히로부미를 빼고 이야기 할 수 없을 것이다. 이토 히로부미는 한국의 문화재 약탈에서도 원흉의 역할을 했다. 그 자신이 초대 통감으로 부임한 후 닛타라는 하수인을 시켜 조선의 고려청자를 닥치는대로 사들여 한때 도굴품 매매 시장에서 고려청자가 품귀 현상을 빗기도 하였다. 또한 이에 자극받은 일본인들이 통감부의 비호를 받으며 개성 일대의 고려 고분을 마구잡이로 파헤쳤으며, 수많은 고려청자가 일본으로 넘어갔다. 현재 국내에 남아 있는 고려청자를 2만점 정도로 추정하는데 일본에 있는 것은 3~4만점 정도 될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권익산 원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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