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현대미술, 그 발자취를 찾아서
전북현대미술, 그 발자취를 찾아서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5.07.0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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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리문화의전당 기획전 ‘전북현대미술 기억을 거닐다’

(故)문복철 작 - 4월의 모뉴망

    백과사전에서 혹은 일반적으로 ‘현대미술’에 대한 개념을 이야기 할 때는 제2차 세계대전 후의 미술을 기준으로 삼는다. 세계의 현대미술이 이를 고비로 한층 더 과격한 모험과 실험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 한국의 현대미술 또한 일제의 억압과 질곡으로 단절됐던 전통미술의 계승과 세계미술에 참여가 자유로워진 1945년 8월 15일을 기점으로 회자되곤 한다.

 하지만, 지역의 현대미술을 이야기 할 때는 이 같은 연대에 대한 규정으로 폭을 좁히기 보다는 작품 속에 어떠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가를 굽어보는 것이 우선이다. 어느 해, 전통적인 예술의 특징인 묘사나 지연주의적인 미감에 치우치기보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고뇌와 좌절, 삶의 이야기들을 새로운 시각과 형상으로 보여주기 시작한 미술가들. 그 메시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들을 찾아 기록하는 일 또한 더 없이 중요함을 깨우쳐주는 의미있는 전시의 문이 열린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 4일부터 18일까지 전북예술회관 전시장에서 기획전시 ‘전북현대미술 기억을 거닐다’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전북화단의 현대미술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확인하고, 현재 전북화단의 근간을 이어오는 작가들을 누구인지 살펴보고, 이를 통해 지역미술문화의 미래는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하는가를 모색해보는 시간이다. 전북현대미술이 전북미술사의 한 흐름으로써 존재하고 있음을 재확인하는 시간인 셈이다.
 

▲ (故)황소연 작 - 생존경쟁

 전북현대미술의 기억에 대한 탐구를 위해서는 지난 197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전북현대미술의 첫 단추로 기록된 ‘제1회 물꼬회 창립전’이 그 것. 지역의 화단은 70년대 초반 원광대와 전주대에 미술교육과가 설립되면서 작품의 경향은 다양해졌고, 서울 소재의 대학을 졸업한 작가들이 지역에 유입되면서 보수적 화단에 현대성과 새로운 화풍을 추구하는 작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기류를 타고 창립된 ‘물꼬회’는 행위미술과 설치미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실험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아쉽게도 멤버들의 결속력이 와해되면서 1977년 4회 전시를 기점으로 아쉽게도 맥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어 1980년 전북현대작가회가 등장하면서 외연의 확장은 물론, 새로운 움직임을 구체적인 형태로 보여주기 시작한다. 창립전도 서울 청년작가회관에서 개최하는 등 중앙의 평론가들에게도 주목을 받는 전시로 전북현대미술이 한국의 변방이 아닌 중심임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1983년에는 선기현, 육심철, 전철수 등이 주축으로 쿼터그룹이 창립, 탈장르와 혼합매체 등으로 현대미술의 가능성과 정체성을 확장해 보였다. 이어 1987년에는 또 다른 젊은 세대인 채우승, 도병락, 홍선기 등이 나서 ‘C8page’라는 이름으로 모였다. 이들의 활동은 현대미술의 다변화를 모색하는데 주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전시에 초대된 작가들이 바로 전북현대미술의 토양을 살찌운 이들 그룹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줬던 인물들이다. 故문복철 故황소연 강현숙 김수자 김영규 김영란 김한창 노성기 도병락 문주호 박지환 박진영 서희석 선기현 심홍재 엄혁용 육심철 윤경희 이강원 이문수 이승우 이정웅 임병춘 임승한 임택준 장광선 전철수 채우승 최영문 최원 최희경 홍선기 홍현철 작가. 현재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선후배 작가들의 해후가 주목된다. 세월은 흘러 누군가의 기억은 흐릿해지고 있지만, 작가들은 동시대의 최전방에서 그야말로 절박한 이야기들을 여전히 전하고 있으니 말이다.

 김선태 미술평론가는 “한국현대미술의 한 지류로써 전북현대미술의 전개과정을 하나의 역사, 도도하게 흘러간 강물처럼 그 의미를 되새겨보고 전북미술의 현주소를 파악하는데 하나의 사료적 가치와 자료적 측면에서 정리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면서 “현재 전북미술의 모태가 되었던 전북현대미술의 태동과 전개과정을 되짚어 봄으로써 전북현대미술의 한 분야를 정리한다는 것은 사료적 가치로써 뿐만 아니라 앞으로 전개해나갈 전북미술의 향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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