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 벽골제 세계문화유산 추진돼야
김제 벽골제 세계문화유산 추진돼야
  • 이상직
  • 승인 2015.06.3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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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처럼 빗줄기가 시원하다. 그동안 기나긴 가뭄으로 농민들의 속을 시커멓게 태우더니, 장마가 예년에 비해 늦게나마 시작된 모양이다.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 날이면 우리 고장 김제의 광활하고 드넓은 지평선이 생각난다. 그곳에 서 있노라면 쏟아지는 빗줄기 때문인지, 아니면 끝없이 펼쳐지는 물안개 때문인지, 가슴속 깊이 응어리진 뜻 모를 무언가를 토해내는 기분이었다.

 필자는 학창시절 아버님이 김제 광활면에서 벼농사를 하셨기에 가끔 일손을 도와주러 갔다가 시원한 빗줄기를 가슴에 적시곤 했다.

 그런데 올해처럼 장마가 기다려졌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봄 가뭄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온 나라가 그야말로 숯검정처럼 타들어갔다.

 의정활동을 위해 1주일에 서너 차례씩 서울과 전주를 오가는데, 다행히 우리 전북은 큰 가뭄이 아니지만, 중부지방 위로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옛날에도 비가 오지 않으면 나라님이 자신의 부덕을 책망하며 기우제를 올렸듯이 대통령이 나서 소방차 호스로 물을 뿌리는 퍼포먼스를 할 정도니, 앞으로도 물관리가 국가의 중요한 정책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고장 벽골제는 선조들의 지혜와 치수관리의 중요성을 담은 세계적 문화유산이다.

 우리나라 최대 고대 저수지인 벽골제는 백제 11대 비류왕 27년(330년)에 축조되었고, 그 뒤 고려 헌종 때와 인종 21년(1143년)에 수축했으며, 조선시대 태종 15년(1415년)에 파괴된 제방을 재축조했다고 문헌에 기록돼 있다.

 그리고 1925년 일제가 벽골제에 간선 수로를 개설한다는 명목으로 제방 한가운데를 훼손했으나, 김제시 부량면 신용리에서 월승리에 이르는 전체 약 3km에 이르는 제방이 현존하고 있으며, 광범위한 고대 농경사 및 토목 건축적 의의가 인정돼 1963년 1월21일 국가사적 제111호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이러한 벽골제는 실로 세계에 자랑할 만한 토목 문화유산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벽골제는 저수면적이 1만ha로 제방 길이 3.24km, 제방 폭은 상부 10m, 하부 21m, 높이 5.7m에 이르는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수백 년 늦게 축성한 전주부성의 둘레가 3km 남짓한 길이인 점을 감안하면 벽골제가 얼마나 가치있는 문화유산인지 짐작할 수 있다.

 백제의 영향을 받아 616년에 축조한 일본 사야마시의 사야마이케(狹山池)는 인구 5만의 소도시에 박물관을 만들어 제방의 단면을 전시해 매년 6만여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더욱이 벽골제에 비해 300여년 뒤에 축조된 사야마이케는 이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벽골제의 역사적 중요성과 문화적 가치가 비교되고 있다.

 다행히 벽골제 관련 문화재정비와 발굴사업이 2012년부터 본격 추진돼 오는 2018년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지난해까지 총 259억원이 투입돼 수문인 중심거의 위치와 축조방법, 중수, 제방의 성토방법과 붕괴시 수리, 증축 등 고대 수리시설 연구에 있어 중요한 자료를 확보했다.

 또 올해는 5차 사업으로 벽골제 중심거 출수구 구조와 보축 제방, 제방의 구조 등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벽골제의 원형보존과 발굴을 통해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 잠재목록 등록도 추진한다고 하니 뒤늦게나마 다행이다.

 되돌아 생각해 보면 1,700여년 전, 우리 백제 땅 선조들은 치수관리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벽골제를 쌓아 기름진 김제평야와 인근 정읍 감곡, 부안 동진 들녘에 생명수를 공급했다. 새삼 그 지혜와 노력이 감탄스러울 따름이다.

 오늘날 가뭄과 홍수를 예방하겠다며 22조라는 엄청난 돈을 강바닥에 쏟아 부으며 추진한 4대강 사업이 말짱 도루묵이 된 현실을 보면, 벽골제는 시사하는 바가 더욱 크다.

 지금이라도 고대 농경문화의 유적이자 전북의 자랑인 벽골제를 하루빨리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는 것이 우리 후대의 책임이자 역할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이상직<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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