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 어디가 맛있어?”
“비빔밥 어디가 맛있어?”
  • 나영주
  • 승인 2015.06.2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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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전주에서 태어나 20년간 살았다. 그 후 대학을 서울로 가게 되면서 서울 종로구에서 13년간 살았고, 전주에 다시 내려와서 일한 지는 1년 남짓이다. 개인사를 서두부터 쓴 이유는 이 글이 내 고향에 대한 어떤 인상비평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유소년 시절을 전주에서 보냈고 20대를 서울에서 보냈기 때문에, 내 고향 전북에 대해 ‘내재적 관점’과 ‘타자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은 한국의 수도가 아니다. 서울이 곧 한국이다’ 1960년대 주한 미국대사관의 문관이었던 그레고리 핸더슨의 말이다. 굳이 핸더슨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대한민국이 서울공화국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5천만 인구 가운데 1천만의 인구가 살고 있으며, 경기도의 서울 광역권 인구까지 합치면 총 인구의 절반에 육박한다. 인구수 뿐만 아니라 역사와 전통, 정치와 행정,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대한민국 그 자체다. 수년 전 헌법재판소가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인 사실은 관습헌법이라고까지 할 정도니 말 다한 셈이다.

 기형도는 그의 시 <조치원>에서 ‘서울 생활이란 내 삶에 있어서 하찮은 문장 위에 찍힌 방점’이라고 말했지만, 개인적으로 20대를 서울에서 보낸 경험은 소중하게 남아있다. 지방에 비해 서울이 가지는 그 수많은 장점들 중에 젊은이들을 서울로 끌어들이는 서울만의 매력은, 다양한 문화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서울은 ‘구’를 지날 때마다 문화가 달라진다. 종로구의 문화와 강남구의 문화가 다르다. 홍대앞 상수동의 소요를 즐기다가 옛스러운 북촌을 거닐 수도 있고, 고즈넉함이 지겨우면 강남으로 넘어가 첨단을 느끼면 된다. 이국을 체험하고 싶다면 이태원으로 가면 되고.

 일자리도 그렇다. 고향에 내려와서 놀란 점은, 중고등학교 동창들의 대부분이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갔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서울생활을 하면서 고향 친구들을 고향에서보다 서울에서 더 자주 만날 수 있었다. 서울의 살인적인 부동산값과 물가, 지난한 경쟁의 피곤함을 감안하더라도 젊은이들이 굳이 서울로 일자리를 찾아갔다는 사실은 젊은이들의 최우선순위가 일자리라는 점을 방증한다.

 전북도에서도 갈수록 감소하는 인구문제에 위기의식을 가지고 인구유출, 특히 젊은 층의 인구유출을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전북도민일보 2015. 5. 19. 기사 참조). 실제 최근 5년 동안 도내 지역 인구증감이 2011년 187만 4천여명에서 2015. 5월 186만 9천여명으로 정체현상을 빚고 있고, 전북지역 인구 평균나이는 41.9세로 전국 17개 시도 중 전남과 경북, 강원에 이어 4번째로 높다.

 결국, 이러한 문제점은 일자리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문화콘텐츠 측면에서도 향유할 수 있는 문화나 엔터테인먼트가 젊은층의 수요에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서울처럼 특색 있는 다양한 문화를 만들 수는 없겠지만, 젊은 느낌의 ‘문화적 먹거리’에 지방의 아기자기함을 가미한다면 젊은층의 인구 유출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필자가 행정가가 아니라서 그 구체적인 해법은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서울로 상경했던 십여년 전보다 지금 나의 고향은 많이 달라진 듯하다. 예를 들어 한옥마을을 위시한 관광명소들도 많이 개발되어 서울의 삼청동이나 북촌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한편, 전주의 서부신시가지를 가면 서울의 강남까지는 아니지만, 경기도 일산이나 분당의 신도시의 거리를 거니는 듯한 착각이 들 때도 있다. 앞으로 전북에 일자리가 많아지고 문화적 자본도 확충되어 필자의 젊은 고향 친구들을 명절이 아닌, 평소에도 고향에서 많이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광을 목적으로 전북을 방문하는 지인들이 하나같이 묻는 질문이 있다. “비빔밥은 어디가 맛있어?” 앞으로는 전북에 대한 질문이 좀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다.

 나영주<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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