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의 진단… 낙수효과는 없다
IMF의 진단… 낙수효과는 없다
  • 최낙관
  • 승인 2015.06.2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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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성장 지향적 시장의 미덕은 분배 지향적 복지에 대한 공세적 입장을 취함과 동시에 복지국가 개혁에 대한 명분을 확보하는 이론적 근거가 되었다. 오래된 유럽의 복지국가들도 이러한 흐름에 편승하여 이른바 ‘제3의 길’ 혹은 ‘새로운 중도’와 같은 이름으로 개혁을 추동하며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모색하고 있다.

  그렇다고 성장과 분배 어디에 방점을 찍을 것인지를 둘러싼 보수와 진보의 논쟁, 즉 정체성과 정당성 확보를 위한 갈등적 대립이 사라진 것은 물론 아니다. 문제는 오히려 이를 둘러싼 양 진영의 입장 차이를 넘어 ‘옳고 그름’으로 고착화되는데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성장지향적 신자유주의적 경제이념에 충실했던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부의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가 없다는 자기 부정적 내용의 보고서를 제시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국내 전문가와 학자들도 낙수효과에 대한 근거가 없다며 그 허구를 지적하고 있다.

 낙수효과란 대기업과 부유층의 소득이 늘어나면 경기가 전반적으로 활성화되면서 결국 저소득층에게도 혜택이 돌아가 자연스럽게 빈익빈 부익부의 소득양극화가 해소된다는 성장주의자들의 논리다. 이러한 낙수효과는 대기업과 부자 중심의 정책을 정당화하는 논리적 기반을 제시하고 이를 맹신하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점에 연결고리가 있다.

  바로 그 때문에 낙수효과 무용론을 주장하는 IMF 보고서는 한국정부에 심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전반적인 경제정책의 기조를 바꾼다면 정부의 허약한 국정철학과 무능력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되고 현재의 기조를 계속 밀고 나간다면 무지의 맹신이라는 점에서 국민적 비난을 피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난 15일 IMF가 발표한 ‘소득 불균형의 원인 및 결과’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담긴 핵심적 내용은 무엇인가? IMF는 150여 개국의 사례분석 결과를 통해 상위 20% 계층의 소득이 1%포인트 증가하면 이후 5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평균 0.08%포인트 감소한 반면 하위 20%의 소득이 1%포인트 늘어나면 같은 기간 성장률이 연평균 0.38%포인트 높아진다는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

  결국, 경제성장이 목표라면 소득 상위 20%가 아닌, 소득 하위 20% 계층을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방향전환은 결과적으로 경제적 약자의 소득증가는 물론 중산층의 붕괴를 막고 궁극적으로 경제를 성장시키는 디딤돌이 된다는 의미에서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낙수효과를 부정한 IMF의 입장이 진정 옳은 것인지는 현재로서 단정할 수 없지만 적어도 시장과 성장 친화적이었던 IMF의 고백이라는 점에 시선을 고정할 필요가 있다. 정계도 술렁거리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IMF 보고서 발표 후 서면 브리핑에서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노동 생산성이 향상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대한민국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하며 그 처방으로 현 정부가 대기업 중심, 가진 사람 중심의 경제정책 기조를 과감히 수정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 한국사회에 심화하고 있는 빈익빈 부익부, 즉 소득불평등이 해가 거듭할수록 심해지는 위험상황은 그간 낙수효과에 의존했던 일련의 정책들이 얼마나 비현실적이었는지를 직간접적으로 대변해주고 있지 않은가? 원인을 알았다면 이제 실행에 옮겨야 한다. 물론 경제를 살리고 사회양극화를 극복하는 이 일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더욱 안 된다.

  그 실천적 전략으로 사회경제적 약자들에 대한 복지와 일자리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서민·중산층 중심의 소득 주도형 성장 전략을 내놓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IMF 보고서가 던진 파문이 향후 대한민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은 속단할 수 없지만 적어도 실질적인 분배를 강화할 수 있는 친서민적 친중소기업 정책들이 개발되어야 한다.

 최낙관<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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