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김성근, 그리고 남기협에게서 배우는 리더십
최강희, 김성근, 그리고 남기협에게서 배우는 리더십
  • 박세훈
  • 승인 2015.06.22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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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스 때문에 전국이 동토가 되어 버린 느낌이다. 일단 진정세로 접어들었다니 다행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논어의 안연 편에 나오는 공자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제나라의 경공이 정치에 대해 물었을 때 공자님은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 라고 대답하였다. 임금은 임금다워야 임금이라고 할 수 있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신하라고 할 수 있고, 아비는 아비다워야 아비라고 할 수 있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자식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단 이들의 역할에만 국한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사회 각 분야에서 각자가 맡은 바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때 사회가 안정되고 발달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요즘 우리는 나 한 사람쯤 잘 못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이 사회 전체의 안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비싼 값을 치르면서 경험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국민들에게 기쁨을 주는 스포츠계의 리더들이 있다. 전북 현대 모터스의 최강희 감독은 2005년 부임 이래 패배의식과 불만이 가득했던 선수들을 리빌딩해 전북현대를 우리나라의 명문구단을 발전시킨 장본인이다. 특히 그에게는 재활공장장이라는 별명이 붙어다닌다.

  오랜 슬럼프를 겪는 선수들을 소통과 신뢰를 통해 부활시켜 팀의 우승에 기여하는 주전 선수로 탈바꿈시킨 사례 때문에 얻은 별명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공격수인 이동국 선수가 그 대표적인 경우이다. 최감독은 선수들에게 부활의 의지와 자신감을 심어주고 스스로 부활할 때까지 기다려 주는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

 야구의 신이라 불리는 한화 이글스의 김성근 감독 때문에 요즘 프로야구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만년 꼴찌 한화가 중간 순위까지 치고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적었다. 그러나 야신은 달랐다. 철저한 준비와 기록에 근거하여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물고 늘어져 끝내 이기고 마는, 지더라도 만만하게 지지 않는 근성의 팀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언제나 약팀을 맡아 상위권으로 끌어올린 김성근 감독에게는 남다른 리더십이 있다. 힘든 훈련을 통해 기본기를 튼튼하게 키운 점, 한번의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 미리 대비를 해두는 점, 지와 덕을 겸해 야구 감독으로서 뿐만 아니라 인생의 멘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점,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점, 자만하지 않고 끊임없이 배우는 점, 포기하지 않고 선수의 재능을 깨우쳐 진정으로 야구를 사랑하게 한 점 등이 오늘의 김성근 감독을 만든 리더십이라 생각한다.

 남기협은 세계여자골프계를 주름잡고 있는 박인비 선수의 코치이자 남편이다. 선수생활을 접고 싶을 정도의 심한 슬럼프에서 박인비는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남기협 코치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남기협 코치는 기본적인 스윙궤도에 대한 교정으로 그를 세계 제1의 선수로 거듭나게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리더십은 남들에게 영향을 미쳐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게 만드는 힘이다. 이런 점에서 종목은 달라도 위에서 언급한 세 리더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그들은 남들이 기억할 만큼 훌륭한 선수는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감독으로서는 최고라는 인정을 받고 있다. 감독과 선수는 역량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둘째는 선수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남다르다는 것이다.

  여건이 좋고 우수한 선수들로 구성된 팀을 맡아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진정한 리더는 열악한 여건과 평범한 선수를 가진 팀을 맡아 팀의 분위기를 바꾸고 좋은 성적을 내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는 슬럼프에 빠진 선수를 인내와 동기부여로 키워냈다는 점이다.

  누구나 슬럼프에 빠질 수 있다. 지도자를 잘 만나면 긴 터널을 쉽게 빠져나올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기본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운동이든 공부든지 간에 기본이 충실해야 좋은 성적을 내는 법이다. 요령과 술수는 성적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기본으로 돌아가자’(back to basics)는 말은 만고의 진리이다.

 박세훈<전북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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