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와 나와 너, 그리고 우리
메르스와 나와 너, 그리고 우리
  • 한기택
  • 승인 2015.06.2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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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는 국민의 하나 된 힘으로 이길 수 있다.

 예전에 먹고살기가 힘들 때에는 인사가 ‘진지 잡수셨어요?’였으며 급성 유행병이 돌아다닐 때에는 ‘밤새 안녕하십니까?’였었고 요즈음 인사는 ‘거기는 메르스 어때요?’가 되었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참으로 딱하고 답답하기만 하다.

 한국-WHO 메르스 합동평가단의 조사결과를 보면 ‘붐비는 응급실이나 다인실 위주의 입원 환경, 친구나 가족이 환자를 문병하는 한국적 문화가 전염률을 높이는데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했고 ‘투명하고 신속한 정보 공개가 제일 중요한데, 이 부분이 실패한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하였다.

 우리나라의 메르스는 최초 감염자가 메르스 발병국을 다녀왔으면서도 바르게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발병국을 다녀왔다고 신고한 데에서부터 시작되었으며, 많은 국민들은 물론이려니와 치료하는 의료진까지도 메르스가 얼마나 무섭고 전염력이 강력한지 모르는 가운데 환자를 진료하다가, 또는 문병을 갔다가, 입원을 했다가, 구급차를 운전하다가, 메르스에 감염되었고. 의료기관들의 메르스 확진 환자들에 대한 격리치료와 확진 환자들의 자기관리에 대한 소홀로 4차 감염까지 이어졌고 여기에 가택 격리자들의 가택격리 소홀로 가족 간 전염도 이루어지는 등 한 달 만에 메르스가 대한민국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으며, 대한민국의 최고 의료기관이라고 자부하는 ○○○○병원이 메르스 확산의 주역으로 추락하였다.

 이것이 한국 메르스의 짧은 역사이다. 우리는 메르스의 짧은 역사를 뒤 돌아보며 지혜를 모아야 한다.

 메르스 확산에 대한 책임은 초기대응에 실패한 정부와 초기 진료한 의료기관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 어려운 때에 정치인들이 힘을 모아도 쉬운 일은 아닌데 ‘네 탓 타령’ ‘친노, 비박 등 정파타령’을 하면서 ‘생명보다는 표를 염두에 두고 행동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든다.

 메르스가 대한민국의 전 지역을 강타하고 있으며 학교가 문을 닫고 시장이 얼어 붇고 관광객의 수가 급감하고 수출이 줄어들고 있으며, ‘나와 너 그리고 우리’ 모두의 행복을 위협하고 있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메르스가 이렇게 빠르고, 넓게 퍼져가고 있으므로 정부, 병원, 정치인들 탓만 하고 있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슈퍼 전파자 한 명이 70여명에게 전염시킬 정도로 전염력이 강한데도, 확진(보균)자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 아니 알면서도 원거리 여행도 하고 목욕탕에도 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는 등 남을 생각하지 않고 ‘나만을 생각하는’ 시민정신이 더욱 큰 문제라고 생각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바이러스 관련 전문 학술지 ‘바이루런스(Virulence)’ 등의 자료를 보면 미국, 스페인, 네덜란드, 독일의 2013∼2014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대응 시스템을 알 수 있다. 이들이 메르스를 조기에 진압할 수 있었던 공통점은 하나다. 정부와 병원, 시민의 긴밀한 유대와 협력이 바로 그것이다. 정부는 발 빠른 정보 공개와 신속한 환자 격리로 믿음을 주었고, 의료진은 치료에 헌신했으며, 시민들은 각자의 불편을 감수하고 당국과 병원의 지시에 기꺼이 따랐다. 이런 삼위일체는 메르스 초기 봉쇄로 이어졌다.

 한국은 원래 전염병에 무기력한 나라가 아니다. 2003년 전 세계적으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 창궐했을 땐 발 빠른 초동 대처로 한국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인정한 ‘방역 모범국’에 꼽힌 바 있다.

 순창군 장덕마을 주민들은 농번기의 바쁜 시기인데도 마을 전체주민들이 가택 격리를 철저히 준수하여 감염자가 나오지 않고 14일 만에 해제된 것은 모범사례이며 힘찬 박수를 보낸다.

 ‘나 하나의 실수’, ‘나 하나의 안이한 일탈’이 나의 행복과 우리들의 행복을 송두리째 앗아갈 수 있으며 우리나라 전체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메르스 퇴치를 위해 현장에서 사력을 다하고 있는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과 어려움을 참고 견디는 자가 격리자들을 비롯한 우리 모두가 ‘성숙한 시민 정신’으로 하나 될 때에 메르스 위기는 슬기롭게 이길 수 있다.(메르스 의심 신고는 109번입니다.)

 한기택<코리아교육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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