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에 메기를 들여 놓아라
금융시장에 메기를 들여 놓아라
  • 이병화
  • 승인 2015.06.21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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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초 포항에서 상업시설을 개발하고 있는 한 회사의 대표를 알게 되었다. 그는 몇 년 전에 국내에서 내로라 하는 외국계 대형유통업체와 함께 상업시설을 건축하기로 하고 토지매입을 추진하였단다. 그 외국계회사가 자금을 제공하고 그는 각종 인허가 업무 등을 관장하기로 역할을 분담하였다. 그러나 그 외국계회사는 사업부지매입을 위한 중도금까지 지불한 후 잔금 지불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미루더니만 공동사업계약을 파기하면서 이미 지불한 계약금과 중도금의 반환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도 그는 논 팔고 집 팔아 토지 잔금을 지불하고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건축허가도 받았으며, K은행으로부터 상업시설 건축에 필요한 자금제공약속도 받았다. 또한 국내굴지의 건설회사로부터 건축도급공사를 하겠다는 의사도 확인하였을 뿐만 아니라 내로라하는 국내 대형 유통업체로부터 임대차 확약도 받았다. 수년간의 고생 끝에 당초 계획했던 상업시설 건축에 필요한 여건을 다 갖추게 된 것이다.

어렵게 어렵게 고개를 넘어가고 있는데 그 외국계 회사에서 제공했던 자금을 회수해야 한다고 동 사업부지의 공매를 신청하면서 문제가 발생하였다. 그는 신탁회사와 외국계회사에게 공매의 부당성을 수없이 외쳤지만 누구도 들어주지 않았고 신탁계약서에 그렇게 되어 있다는 말만 들을 수 있었다.

자기 회사 땅을 목적물로 하여 진행되는 공매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구하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어 겨우 자금을 투자하겠다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 투자자가 건축자금을 제공하겠다는 K은행으로부터 이를 확인하고 싶다는 것이다. 자신의 사회적 입장도 있으니까 K은행 근처에서 K은행 담당자를 만나자는 것이다. 그는 쉽게 생각하고 K은행 담당자에게 부탁했으나 은행원은 밖에 나가서 그러한 설명을 해줄 수가 없다는 말만 계속하였다. 이미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의향서’라는 문서까지 제공한 자가 그와 똑같은 내용을 밖에서는 설명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K은행의 은행장뿐만 아니라 금융감독당국의 수장까지도 고객의 입장에서 영업을 하겠다느니 금융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겠다느니 외치고 있는데 정작 행동으로 보여야 할 직원은 꿈쩍도 안하는 것이다. 그렇게 행동하는 그들의 입장도 이해할 수가 있다. 얼마 전 K은행의 어느 지점에서 고객에게 서류를 잘못 발행해 주는 통에 온 은행이 난리가 났기 때문이다. 투자자와 은행원간의 자존심 싸움으로 시간만 흘렀다. 결국, 그는 다른 금융회사와 접촉하여 은행원의 도움을 받아 필요한 서류를 확보하여 그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K은행 직원은 그간 고객을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투자자라는 제3자에게 설명해 주지 않으므로 그간의 수고가 물거품이 된 것이다. K은행의 담당자는 굳이 자신의 자존심을 구겨 가면서까지 업무를 처리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 일이 되어도 그렇지만 안된다고 하더라도 그에게 별다른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만일 그렇지 않았더라면 왜 그렇게 오랫동안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설명해 주지 않았겠는가? 이러한 현상은 자신의 실적과 별다른 관계없이 보수가 책정되고 인사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며, 설령 성과가 좋아 빨리 승진한다고 하더라도 올라갈 수 있는 자리의 한계를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서두르거나 무리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하여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우리들을 앞서 가면서 우리들에게 많은 교훈을 알려 주고 있지만, 그 모습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여기에 메르스라는 핵폭풍까지 가세하여 국가경제가 말이 아니다. 이를 반전시키기 위해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정부의 추경까지 들먹이는 형국이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행동해야 할 손과 발에 해당하는 공무원이나 금융회사 임직원 등 소위 갑의 위치에 있는 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으니 걱정만 커지는 것이다.

 이러한 금융환경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금융시장에 메기를 들여 놓아야 한다. 오래전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5대 시중은행의 틈바구니에서 인가를 받아 그 당시 금융시장을 교란한 후 최후의 승자로 남았듯이 이제 그들의 틈바구니를 헤쳐가면서 금융시장에 활기를 줄 매기가 필요한 것이다. 금융감독당국에서는 많은 청년구직자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리스크관리에만 전념하고 있는 금융산업도 활성화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지금이 적기다. 금융시장에 메기를 들여 놓아라. 시장은 시장 참가자들을 통하여 변화시켜야 한다.

 이병화<한국채무자회생법학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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