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에 ‘국가’도 ‘삼성’도 뚫렸다
메르스에 ‘국가’도 ‘삼성’도 뚫렸다
  • 김성주
  • 승인 2015.06.18 1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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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가 뚫린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병원 삼성병원의사가 국회에서 억울한 듯 말했다.

 사스와 신종플루를 잘 방어해 모범국가라는 평가를 받았던 의료선진국 대한민국은 왜 메르스에 허망하게 무너졌을까? 국내 최고의 의료진과 시설을 갖춘 삼성병원은 어떻게 하루아침에 메르스 집단 감염의 진원지가 됐을까? 자부심이 자만심으로 전환된 순간 메르스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국가와 재벌이라는 두 거대 세력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이 위기에서 빠져나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한민국 의료체계와 삼성병원의 명성은 치료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했지만, 신종전염병에는 취약했다. 돈벌이가 안 되는 감염병 앞에는 최고의 시설과 최고의 인력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감염병을 막아내는 것은 오로지 철저하게 유입을 차단하고 신속하게 격리하고 치료하는 것뿐이다. 이것은 민간병원이 담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몫이다. 그런 면에서 삼성병원의사가 뚫린 것은 삼성이 아니라 국가란 항변은 절반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삼성병원 조차도 메르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감염의 온상이 되어버린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우리는 돈이 되는 치료기술은 발전시켰지만,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은 제대로 기울이지 않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전염병 예방이야말로 의료의 본질에 속하는 것이다.

 결정적인 잘못은 감염사실의 은폐에 있다. 두 번의 대유행을 만든 슈퍼전파자인 1번과 14번 환자는 모두 삼성병원 응급실에서 머무는 동안 확진 판정을 받았다.

 1번 환자가 질병관리본부로부터 확진 판정을 받은 20일 신속하게 이 사실을 공개했다면 14번 환자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복지부와 삼성의 은폐가 메르스를 대란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삼성이니까 숨긴 것일까? 삼성이니까 숨겨준 것일까? 이 사태가 진정되면 반드시 조사해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 청와대의 무관심이 정부의 무능을 낳고 정부의 무능은 대란을 낳았다.

 무엇보다도 공공의료체계의 붕괴는 메르스에 속수무책인 환경을 만들었다.

 보건소는 전문성이 없고 동네 병의원은 환자를 기피하고 격리병원은 절대 부족한 상태에서 국민들은 어디에 전화를 걸고 어느 병원을 찾아가야 할지 알 수 없다. 갈 곳을 몰라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는 동안 감염은 확산하고 상태는 악화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신종플루 대응 병원 역할을 수행했던 진주의료원을 강제폐업시킨 홍준표경남지사에게 아무런 벌칙도 주지 않았다.

 대신 해외환자 유치와 의료해외진출에 매달려 대통령은 급기야 ‘제2중동 붐’을 위해 청년들에게 ‘중동으로 가라’고 설파했다. 그러나 중동으로 가기 전에 메르스에 대해 주의하라는 말은 전혀 꺼내지도 않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우선인가 돈을 벌어오는 것이 우선인가.

 그런데 정부는 임시폐쇄된 삼성병원의 의사가 기존 환자들을 원격진료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특혜조치를 단행했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와 의사간의 원격진료는 허용하지만, 의사와 환자 사이에는 금지되어 있는데 초법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마치 벌을 받고 있는 아이에게 사탕을 주는 꼴이다. 이들의 동맹은 앞으로도 굳건하게 유지될 것이다. 아니 위기를 맞아 더 단단하게 뭉칠지도 모른다.

 정부는 벌써 출구전략을 쓰고 있다. 메르스로 인한 소비위축을 핑계로 이제 두려움에서 벗어나자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면 메르스 대란을 낳은 책임은 숨겨지고 면죄부를 받고 빠져나가게 될 것이다. 세월호 때처럼 누군가 희생양을 삼고 메르스 공포를 소비침체의 주범으로 몰아갈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메르스 확진환자 발생 직후부터 사태확산을 막기 위해 신속한 정보공개와 범정부대응 그리고 청와대가 직접 나설 것을 요구해왔다.

 야당의 주장만 빨리 받아들였더라도 대란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생명은 어떤 경우에도 돈벌이의 대상이 아니라 보호대상이어야 한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앞으로도 의료분야에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시도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부딪칠 것이다. 이 싸움에서 최후의 승자는 국민이어야 한다.

 김성주<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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