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부족한 사람끼리 만나 채우며 사는 것
결혼은 부족한 사람끼리 만나 채우며 사는 것
  • 송영준
  • 승인 2015.06.16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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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6월도 반이나 훌쩍 지나 버렸다. 유난히 많았던 기념일 챙기느라 정신없이 보낸 지난 5월을 되짚어보니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과 서로 존재를 존중하고 사랑을 깊이 생각하고 감사하는 부부의 날 등 가정을 위한 기념일이 많았다. 따뜻하고 싱그러운 5월과 가정의 달은 잘 어울린다. 게다가 낭만적인 사랑, 화목한 가정,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결혼과 같은 키워드도 잘 어울린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5월 평균 29,500쌍이 결혼식을 올렸고 유명백화점과 가전?가구 매장도 이 기간에 맞춰 혼수세일과 풍성한 이벤트를 한다고 하니 결혼의 계절임을 의심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무남독녀로 키워 늘 어리게만 생각했던 필자의 딸도 계절의 여왕 5월의 푸른 여신 앞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한집안의 며느리가 되었다. 교육이다, 지방근무다, 해외사무소근무다 하면서 여러번 떨어져 있었고 그때마다 공항이나 터미널에서 반갑게 맞아주고 포옹해 주었던 그런 아이였다. 그래서 평생을 같이할 요량으로 시집가지 말라고 꾀기도 했었는데 어느 날 잘 생긴 사내를 소개했고 시집가고 싶다고 하더니 드디어 5월의 신부가 되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졸업식에도 가주지 못했고 평소 살갑게 대해 주지도 못했던 것 같다. 더욱 마음이 아팠던 것은 불 같은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어린 가슴에 못을 박았었는데 슬기롭게 잘 극복해줘 고마웠다. 마음 한구석이 먹먹했지만, 딸을 보냈다는 허전함보다 의젓한 사위를 보았으니 아들이 한 명 생긴 것 같아 오히려 뿌듯했다.

 결혼식에서 주례가 신랑신부에게 당부한 말이 새삼스럽게 마음에 다가온다.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부모, 형제, 가문, 성, 고향, 생일 심지어 국적까지도 자기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타고난 것이지만 결혼은 성인이 되어 스스로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막중한 책임이 뒤따른다고 했다. 결혼식을 올림으로써 진정한 가족이 되었으니 사랑한다는 말을 더 자주 하고 사랑한다고 말할 때마다 그만큼씩 사랑이 깊어진다고 했다. 아무리 하고 싶은 것이 있더라도 남편 또는 아내가 싫어하면 하지 말라고 하면서 스스로 선택해 놓고 서로에게 상처주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부디 주례사의 말씀대로 결혼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알콩달콩 서로 위하며 아름답게 살기를 기원한다.

 핵가족 시대는 이런저런 이유로 자녀 수가 보통 1명 또는 2명 정도에 머물고 있고 다들 귀하게 키운 탓에 일부이겠지만 자녀의 결혼으로 새 식구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아들 또는 딸을 뺏긴다는 상실감이 든다고 하니 아이러니하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뿌리는 하나인데 각자의 방향으로 커가는 연리지와 같은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자식이 태어나는 순간 이제 부모가 되었다는 벅찬 감격으로 눈물을 흘렸고 아이가 성장해 가면서 탈이라도 났을 때는 대신 아프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키웠다. 반면에 아이가 주는 해맑은 웃음과 재롱은 기쁨, 희망, 행복으로 다가왔고 거친 세파에 시달려 약해진 부모 마음을 위로해 주는 청량제가 되어준다. 자식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부모가 걸어왔던 길을 반추하기도 하고 부모보다 더 크게 발전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모습은 부모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결혼은 제2의 인생이라고 할 만큼 자신과 상대방에게 아주 큰 변화를 가져온다.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고, 시댁과 처가라는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며 또 사랑하는 인생의 파트너와 함께 일상을 나누고 때론 어려운 일들도 이겨낸다. 서로 살아온 환경이 다른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고 부부의 연을 맺어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것뿐만 아니라 집안끼리도 인연이 생겨 사돈을 맺는 것으로 예로부터 인륜지대사이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로 여겨져 왔다. 결혼은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한다고 하니 이왕이면 결혼해서 사랑을 예쁘게 가꾸며 살았으면 하는 것이 대부분 부모들의 바람이다.

 결혼에 대한 준비가 중요하긴 중요하다. 아무런 각오나 미래 설계 없이 결혼부터 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을 망설이는 청춘 남녀들이 있다면 되도록 빨리하라고 권하고 싶다. 준비가 되면 결혼한다는데 결혼에서 완벽한 준비는 없는 것이다. 부족한 것은 상대의 존재만으로도 다 채워지니 염려 말고 결혼을 미루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결혼 그 자체가 서로 부족한 사람끼리 만나 채우며 사는 것이다.

 송영준 대한지적공사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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