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값이 금값’이라고 야단이다
‘감자값이 금값’이라고 야단이다
  • 황의영
  • 승인 2015.06.08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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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는 떨어지겠지요. 그날을 기다리며……” “닭도리탕에 감자를 못 넣고 무만 넣었더니 맛이 없네요.” “저는 감자킬러인데 이제는 쪄먹지도 못하고 있어요.” “감자 한 알에 드디어 마트에서 1,030원 하네요.” “감자 값 인상 주범인 감자스낵과자는 이제 사먹지 맙시다.” “감자가 금(金)자가 됐다.” 요즘 감자 값이 크게 올라 감자 사먹기가 쉽지 않다는 언론과 인터넷에서 소비자들의 볼멘소리들이다.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5월 1일에서 18일 사이에 국산 수미품종 감자(20kg)도매 가격이 평균 5만4,4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 6,000원보다 109%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자 값이 이렇게 고공행진을 하는 것은 출하량이 작년에 비해 27% 감소했는데 소비는 두 배로 늘었기 때문이다. 감자 소비가 급증한 이유는 달콤한 국내 감자칩 인기가 부쩍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모처럼 농산물이 제 대접을 받고 있어 농업인과 우리 농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즐겁게 하고 있다.

 감자는 남미 페루 안데스산맥이 원산지로 7천 년 전부터 재배됐다고 한다. 감자는 온대, 열대지역, 북위 70도까지도 재배가 가능하다. 남미 해발 4천m, 알프스산맥 1천900m 고지대에서도 재배가 가능한 위력적인 작물이다. 감자는 다른 작물에 비해 병충해 방제만 잘하면 많은 수확을 할 수 있다. 건조하고 서늘한 환경이 감자재배에 유리하여, 20~25℃에서 잘 자라고 강수량이 적은 게 감자재배에 좋다. 감자는 쌀이나 밀이 자라기 힘든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

  영국의 위대한 식물학자 찰스 다윈(Charles Darwin, 1809~1882)은 감자에 대해 “6개월 이상 한 방물의 비가 내리지 않는 칠레의 메마른 산과 남부지역 섬의 습기 많은 숲에서 똑같은 식물이 자란다는 것이 정말 놀라운 일이다”고 찬탄을 금치 못했다. 1552년 스페인 정복자들은 페루에서 처음 감자를 접했고 1570년경 귀국하면서 유럽에 전해졌다.

  처음엔 돼지 사료용으로 재배했다. 감자가 유럽 전역으로 전해지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감자는 가난하고 미개한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라는 편견 때문이었다. 감자가 식용으로는 사랑받지 못했지만, 최음제라는 오해로 귀족들의 정원에서는 사랑을 받았다. 프러시아의 프레데릭(Frederick, 1740~1786)대왕은 감자가 ‘빈곤에 시달리는 나라를 구할 수 있고 높아만 가는 빵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는 자원’으로 정확히 보고 재배를 적극 권장했다.

  파리앙티에(Parmentier, 1737~1813)가 감자를 프랑스에 전하고 20가지가 넘는 감자요리를 개발하여 적극 전파시켰다. 루이 16세는 파리앙티에에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빵과 같은 감자를 알게 해준 당신에게 언젠가는 프랑스가 고마워하게 될 것”이라 감사했다. 아일랜드가 유럽에서 가장 먼저 식용으로 감자를 재배했다. 아일랜드는 감자 재배에 최적의 기후와 토양을 가지고 있었다. 영국의 지배로 빈곤과 가난이 대물림되던 아일랜드에는 다른 곡물에 비해 생산량이 월등히 많은 감자가 신의 축복이었다.

  1845년부터 1850년까지 감자 역병으로 수확량이 급감하여 대기근(大饑饉)이 일어나 100만 명 아사(餓死)하고 150만 명이 조국 아일랜드를 등지고 북미로 이주해가는 슬픈 역사를 맞게 됐다. 우리나라에는 1820년대에 중국에서 함경도 지역으로 감자가 들어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우리나라에서도 굶주리는 백성들에게 훌륭한 식량으로 평가되면서 재배면적이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내가 어릴 때 농촌에서는 여름철 한 때 감자가 요긴한 식량이었다. 감자를 쪄 먹었다. 감자를 찔 때는 사카린을 넣거나 소금을 조금 넣었다. 그러면 한결 입맛을 돋워줬다. 농사철 들녘에서 일하는 농부들의 새참으로 내가기도 하고 끼니를 때우기도 했다. 감자는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여 소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왔다.

  봄 감자 생산량 저하와 감자칩 등 스낵류 소비 증가로 일시적 생산과 소비의 불일치가 생겨 가격이 등귀(騰貴)했으나 하지(夏至)를 지나 본격적인 감자 수확기가 되면 생산량이 증가하여 가격이 수그러들 것으로 예상한다.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풍작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 폭락으로 멍든 농심(農心)이 모처럼 감자 값이 좋아 얼굴이 풀리고 있다. 앞으로는 더 이상 농산물가격 폭락으로 농업인들이 가슴 아파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농업인들은 가격이 폭등하여 소비자 가계가 어려워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농업도 경영이기 때문에 적어도 원가가 보전되고 일정한 이윤이 남는 농사를 짓고 싶은 것이다. 우리 농업의 미래를 위해 농업인에게도 경제인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이윤은 보장돼야 할 것이다.

 황의영<전북대 무역학과 강의전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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