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길: 사즉생, 생즉사
혁신의 길: 사즉생, 생즉사
  • 진성준
  • 승인 2015.05.28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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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정치민주연합의 김상곤 혁신기구가 출범한다. 이번 혁신기구는 4.29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위원장 후보자가 여러 번 바뀌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으며 가까스로 꾸려진 기구이다. 하지만, 혁신기구에 대한 국민과 당원의 시선은 매우 차갑다. 과거 우리당은 선거에 패할 때마다 다양한 기구를 만들고, 여러 혁신 방안을 마련하였지만, 근본적인 변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송구스럽게도 저 역시 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혁신의 방향에 대해 기고문, 인터뷰 등을 통해 의견을 제시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책임을 통감한다. 하지만,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이루라는 엄중한 국민의 명령 앞에 그 어떤 야당 정치인도 이를 포기할 권리가 없었다. 야당 정치인에게 주어진 숙명이라 여기고 또다시 혁신의 비전을 제안하고자 한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혁신의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보수는 처절하게 다툼을 하다가도 큰 선거를 앞두고는 무섭도록 결집한다. 이들은 파벌 갈등이 존재하더라도 ‘집권에 대한 강한 열망’이 견해 차이를 극복하고 결집하도록 만든다. 하지만, 야당은 파벌 갈등과 계파의 이해가 정권을 교체하라는 국민의 열망을 가로막아 왔다.

 혁신의 동력은 ‘정권을 교체하라’는 국민의 강력한 명령을 야당이 전적으로 수용해야 생겨난다. 보수 집권 10년 동안 우리 서민과 중산층이 겪은 말할 수 없는 고통과 눈물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라는 대의 앞에 그 어떤 파벌의 이해도, 정치적 명분도 분열의 이유가 될 수 없다. 행동하는 양심과 깨어 있는 시민들의 집권에 대한 열망을 혁신의 에너지로 변환시켜내야 한다.

 둘째는 시대정신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일체화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이후 한국 사회의 시대정신은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무상급식에서 드러난 국민적 요구와 시대정신을 깨닫고 먼저 의제화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국민에게 완전한 신뢰 받을 정도로 이를 체화하고 현실 정치에서 구현해내지 못하였다. 인물, 조직, 문화, 행태 등 모든 분야에서 시대정신을 구현하고 실천하는 데까지 당의 혁신은 미치지 못하였다.

 현재 우리 국민은 여기까지가 우리의 한계라며 지난 대선공약을 모두 뒤집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보다 야당에게 낮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냉철하게 보면 국민들은 야당이 말로는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외치고 있지만 실제로는 기득권만 유지하려는 집단이라며 불신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그 어떤 혁신도 성공할 수 없다. 특히 우리가 일상적 정당 활동에서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경험시켜주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다시금 기회를 줄 리 만무하다.

 그동안 우리는 중앙당 차원에서 수많은 혁신안을 내세웠지만, 그 어떤 혁신의 대안도 지역위원회가 당원들에게 당원 모집을 요구하는 것 외에 일상적 정당 활동의 전형을 제시하지 못했다. 따라서 일상적 정당 활동의 전형이 혁신안으로 제출되고 실천되어야 한다. 당이 앞장서 당원과 국민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당의 문호를 활짝 개방해야 한다. 중앙당, 시도당 그리고 국회의원 사무실을 ‘북카페’로 개조해서라도 국민이 언제든 찾아와서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는 정치와 생활의 근거지로 만들어야 한다. 당의 비전과 노선이 국민의 삶 속에 녹아들어야 한다.

 특히 일선의 지역위원회가 자원봉사형 조직, 협동조합형 조직으로 전적으로 거듭나야 한다. 당원들이 선거 때만 되면 입당원서를 들고 다니며 당원가입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당원들이 지역사회와 소외된 이웃을 위해 자원 봉사하도록 해야 한다. 당원들의 명예와 자부심도 높이고 우리 사회의 소외받고 어려운 ‘을’들이 스스로 입당하게 하여야 한다. 또한, 당원들이 주도하는 벼룩시장, 선한 소비운동 등을 통해 특권경제가 아닌 공유경제가 대중의 삶에 체감되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혁신의 종착점은 사람의 혁신이다. 대중의 선택을 좌우할 가장 중요한 혁신이다. 그동안 새정치민주연합은 경선이 필요한 지역에는 전략공천을, 전략공천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경선을 실시하며 거꾸로 후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선택을 해왔다.

 내년 총선에서 야당이 패배할 경우 보수의 영구집권 길이 열릴지도 모를 엄중한 상황이다. 당의 부름으로 출마하는 사람들은 당과 공동운명체가 되어야 한다. 당은 죽어도 나만 살면 된다는 식의 기득권질이 기승을 부리지 못하도록 아예 규제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당이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공천을 받은 이들은 아예 그다음 선거에 나가지 않겠다는 서약을 해서라도 가장 경쟁력 있는 인재가 등용될 수 있도록 하는 집단의 지혜가 발휘되어야 한다.

특히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라는 시대정신 상징할 인물이 전면에 배치되어야 한다. 또한, 일상적 정당 활동의 전형을 창출할 인물을 발굴해 당의 변화가 국민의 일상 속에서 체감되도록 해야 한다.

 혁신의 길은 사즉생, 생즉사이다.

 진성준<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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