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라는 교과서
일본이라는 교과서
  • 김 진
  • 승인 2015.05.2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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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TV에서 일본의 ‘인구 학자’가 했다는 말이 소개되었다. 한국은 일본이 갖지 못한 중요한 한 가지를 갖고 있는데, 그것은 ‘일본이라는 교과서’라는 것이다. 맞다, 일본에게는 경제성장과정에서 따라가며 보고 배울 수 있는 책이 없었다. 한데 해방 후 우리경제는 일본이라는 교과서를 펼쳐 놓고, 배워가며 성장할 수 있었다. 전자·조선·철강·자동차산업 등 많은 부분에서 일본이라는 교과서를 배워가며, 성장해 왔다.

 * 일본에서 찾는 답

 그러기를 반세기, 이제 삼성은 소니를 제쳤고, 조선업도 이미 세계 정상에 섰다. 현대기아차 역시 도요타를 제치진 못했어도 경쟁 반열에 올랐다. 그러한 한국경제의 위상은 1인당 GDP로 살펴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일본이 37.500$로 세계 26위인데 비해, 한국도 28.700$로 세계 29위의 국가로 성장했다. 1990년에 우리의 국민소득은 일본의 40.8%에 불과했던 것을 생각하면 참 대단한 성장을 이루었다고 자평할 만하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일본은 1988년에 1인당 국민소득 2만$를 넘기고 나서 4년 만에 3만$를 돌파했다.

  또 스위스는 2년, 스웨덴은 4년, 독일과 덴마크는 각각 6년 만에 3만$로 넘어섰다. 한데 우리는 9년째 2만$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역시 경제성장률이 3.5% 이상을 기록해야만 3만$를 넘게 되는데,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10년째 2만$의 덫에 갇히게 될 것이다. 이에 반해 일본은 92년에 3만$를 넘긴 후, 불과 3년 만인 95년에 4만2천$를 정점으로 찍었다.

  그리고 나선 ‘잃어버린 20년’이란 이름에 걸맞게 단 한번도 4만$를 넘어서지 못했다. 왜 그랬겠는가! 답은 인구다. 일본은 1995년부터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정확히 그 해부터 내수침체가 시작됐다. 65세 이상 노령인구 비중이 늘다 보니 소비가 줄고, 내수경기는 침체하고, 재고가 쌓여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다. 이처럼 장사가 안 되니 당연히 국가에 낼 세금도 적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 3만$를 못 넘어서고 주저앉을 수도

 그렇게 시작된 침체가 20년을 넘어 30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아무리 아베노믹스가 가로막아도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한데 이것이 일본만의 이야기일까? 일본은 65세 이상 노령인구가 1990년에 12%에서 시작하여 24%까지 증가하는 데 22년이 걸렸다.

  하지만, 한국의 노령인구는 2013년에 12%를 넘어섰지만, 17년만인 2030년이면 24%에 도달한다. 1970년에 노령인구 비율이 3.1%였던 것에 비하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증가속도다. 그리되면 상당히 고통스럽고 긴 불황이 도래할 것이다. 재수 없는 불길한 예측일 수도 있지만, 인구가 이대로 감소한다면 3만$를 못 넘어서고 주저앉을 수도 있다.

  의아한 것은 우리국민들이 경제는 항상 성장한다고 믿는 것이다. 어떻게 경제가 발전만 하겠는가! 경제가 늘 성장한다면 일본은 왜 20년을 뒷걸음질치고, 아베는 왜 저리 돈질만 하고 있겠는가! 어떤 보고서를 보니, 아베노믹스가 실패하면 2020년에 한·일 간의 국민소득이 뒤바뀐다고 했다. 참 어처구니없는 보고서다. 일본경제가 그리 돈을 쏟아 붓고도 좌초한다면, 우린들 무슨 수로 연평균 4.5%의 성장을 거둘 수 있단 말인가!

  마치 ‘너는 걷고 난 달린다면 내가 이길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일본은 멍청한 나라가 아니다. 20년 불황 속에서도 세계 3위의 GDP를 지키는 나라다. 지금이라도 우리가 정신 차려 일본이라는 교과서를 잘 살펴봐야 한다. 어떻게 성장했고, 왜 불황을 맞았고, 어떻게 이겨내고 있는지를. 국가를 운영하는데 성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속시키는 것이다. 일본은 우리 경제에 답을 찾아 줄 세상에서 유일한 교과서임을 깨달아야 한다.

 김진<경희대 객원교수/전북생활체육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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