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륜지락(天倫之樂), 모두의 소망
천륜지락(天倫之樂), 모두의 소망
  • 강동원
  • 승인 2015.05.27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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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새 여름이 시작하는 때 입하(立夏)는 물론 만물이 점차로 생장하여 가득차게 된다는 소만(小滿)마저 지나갔다. 흔히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가정을 생각하는 기념일이 유독 많기 때문인 듯하다. 이런 연유 때문인지 특별히 사랑, 효도, 공경, 화목 등 소중한 가족과 가정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가정마다 조촐한 외식과 가족모임들이 이어졌다. 지역 곳곳에서는 다채로운 행사들이 펼쳐졌다.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느낄 수 있다. 가족은 사회구성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이며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충족과 심적인 안정을 제공하는 터전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나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이 있는 것이다. 그만큼 가족이나 가정은 소중한 공동체이자 사회생활의 기본이다.

 하지만, 양극화 심화, 경제적 빈곤, 사회적 병폐현상의 심화는 가족해체를 앞당기고 있다. 이로 말미암아 부모의 이혼과 별거, 가족 구성원의 가출, 자녀의 양육포기, 가족의 자살, 불화 등이 늘어나고 있다. 가족의 해체로 말미암아 신체적·심리적 건강악화, 아동과 노인학대, 패륜범죄, 청소년 문제, 가정폭력, 고독사 증가 등 우울한 소식들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는 급속한 핵가족화와 가족해체 현상으로 인해 가족의 의미가 무색해지고 있다. 지난 1990년대 9%에 불과했던 우리나라 나 홀로 가구는 2010년 23.9%로 증가했고, 2030년에는 32.7%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혼자 사는 가구 10곳 중 4곳이 독거노인이다. 우리나라도 초고령화 사회에다가 1인 가구 사회로 급속히 변모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가족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이 급속히 붕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2년 여성가족부 조사자료에 의하면 조부모를 ‘우리 가족’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23.4%에 불과했다. 2007년 63.8%에 비해 형편없는 수치였다. 심지어 부모와 배우자의 부모를 가족으로 인식한 비율도 77.6%, 50.5%로 이전 조사와 비교하면 각각 15.2%, 28.7% 낮아졌다.

 이러한 가족에 대한 인식 변화는 가족의 붕괴와 함께 당연히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의식도 엷어져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가족의 해체는 사는 게 힘들어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060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게다가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9%에서 올해도 멈추지 않고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혼자 살아가기도 빠듯해졌다. 부모의 빈곤을 채우기엔 지갑이 너무 가볍다. 더는 가족에게만 모든 부담 지울 수 있는 상황이다. 국가가 노인과 청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젊은 세대가 부모를 부양할 수 있도록 청년 실업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가족의 보살핌을 받을 수 없는 독거노인들을 위해 고정소득을 얻을 수 있는 노인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이 밖에도 질병치료, 건강검진, 가정방문, 정신상담에 이르는 지원책도 필요하다. 최소한 가족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예로부터 상화하목(上和下睦)이라고 했다. 위에서 사랑하고 아래에서 공경(恭敬)함으로써 화목(和睦)이 된다는 뜻이다. 가정의 평화는 곧 사회공동체와 국가의 안녕을 기하는 모태일 수 있다. 화목한 가정은 개인이 각자 인륜을 지키고 노력해야 하나 또한 국가가 사회적 분위기 조성과 함께, 일자리 창출, 소득확대 등 경제적인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부모, 형제 등 혈족간에 잘 지내며 즐거워하는 것을 ‘천륜지락(天倫之樂)’이라고 한다. 이 세상의 가장 큰 즐거움은 가족이 함께하는 것이다. 가족의 일원들 각자가 천륜의 즐거움을 회복하도록 노력하는 것은 물론 국가가 가족공동체가 유지되도록 뒷받침해 줘야 한다. 가정의 달인 5월 하순을 보내며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인식하고 일깨우게 한다.

 강동원<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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