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산정혜사(完山定慧寺)
완산정혜사(完山定慧寺)
  • 신정호
  • 승인 2015.05.27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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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고을 완산칠봉 서녘아래
 우람할 것도 없고 초라할 것도 없이
 그냥 그거로 아담하게 자리한 보문종 종혜사
 여스님들만 계셔 한결 더 정갈스레 보이는 그 울안
 다냥한 햇볕 드리우듯 전각마다 부처님의 숨결이 감싸 흐르고 몸채 보광전을 찾는 불자들의 수선스럽지 않은 합장
 나의 부조남대가 많은 영가들과 어울려 나름의 누리를이룩하고 있는 별채 명부전
 알몸으로 왔다가 옷 한 벌 입고 갈 나 ‘나는 무엇인가’
 보광전과 별채 나한전 사이 소박한 자태의 사리석탑은 평화로움의 표상
 언젠가 알 일을 증거해주신 그 영험함으로 인간 사이에 지루하게 엉켜있는 앙금을 말끔히 씻어주시길
 연꽃은 본시 진흙밭에서 피는것이거니」
 

  우리 동네(효자1동 금호아파트)에서 내 걸음걸이로 20분 거리에 정혜사가 있다. 내 워킹 코스로 안성맞춤이기에 나는 참 많이 이 절에 들리고 그때마다 나의 부모, 조부모, 증조부모(위패)를 모신 명부전을 찾아 머리를 숙인다.

  절은 기복(祈福)의 장(場)이기도 하기에 불자들의 합장에는 모두 염원이 담겨있기 마련이지만 나는 복을 빌 염치가 없다. 찢어버리고 싶은 과거를 돌아보면 지금 이만큼 사는 것도 과분한 것일진데 더 무엇을 바라랴. 다만 요즘 하나의 소망이 있다면 국립공원에 묶여 숨을 못 쉬고 있는 내 부조의 분묘가 제대로 햇볕을 받고 바람을 쐬도록 불력(佛力)이 미쳤으면 하는 것이다. 부처님의 뜻으로 국립공원관리공단 나으리들의 마음이 바뀌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도한다는 것을 솔직히 밝힌다.

  절에 들려 찬찬히 생각해 보는 것은 빈자일등(貧者一燈)-부자들이 많은 등불은 챙기지 않았지만 가난한 사람의 정성 지극한 등불 하나는 강풍 속에서도 보호해주신 부처님의 마음은 지금 우리가 이념적으로 새겨볼만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낙타와 바늘구멍의 예를 들어 부자의 천당행 불가능을 설파한 성경 말씀은 너무나간듯한 인상을 풍기지만 빈자일등보다 더 적극적이고 역동적인 비유임이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불교나 기독교 그리고 다른 종교까지도 그 이념적 근거에는 약자와 소수자를 먼저 껴안는 ‘동행’의 정신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정혜사측은 절집의 살림살이가 그리 넉넉지 않아 보이고 합장 차 드나드는 신도들 중에도 부자가 없어 보이는데도 모두의 힘을 모아 미얀마 양곤시 부근에 2층 규모의 현대식 학교건물을 신축, 현지 주민들의 자녀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3월 준공된 이 학교의 이름은 학교 부지를 기증한 현지인 더포아와 정혜사를 합성하여 ‘더포아정혜학교’라고 했다. 지금 이 학교에는 초등학생(1-5학년)과 중학생(1학년) 등 1백30여명이 다닌다. 나는 이 학교를 빈자일등으로 본다.

정혜사는 대한불교 보문종에 소속되어있고 보문종은 비구니들만으로 구성된 종단이다. 여스님들만이 계시면서 넉넉지 못 한 살림을 꾸려가는 처지에 먼 미얀마에까지 보시(布施)의 손길을 뻗쳐 학교를 지어준 것이 빈자일등이 아니고 무엇이랴.

이 글의 들머리에 쓴 운문은 내가 어떤 느낌이 들 때 펜을 들어 써보는 형식이다. 언뜻 시같다고 할른지 모르지만 결코 시가 아니다. 나는 약간 흔해 보이는 시인 면허(詩人免許)가 없다. 그리고 시큼 새큼한 글을 찾는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어 기교를 부릴 재간도 없고 그러기위해 머리를 짜낼 마음도 없다. 덤덤한 글이라도 진심이 담기면 될 것 같다는 생각뿐이다. 더욱이 이번 것은 군더더기 없는 부처님의 뜻을 찬미하는 글이거늘.

 

 전 언론인 신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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