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규제완화보다 국가균형발전이 먼저다
수도권 규제완화보다 국가균형발전이 먼저다
  • 김윤덕
  • 승인 2015.05.21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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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고루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은 나의 가장 큰 정치목표이자 국가 차원에서 노력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는 것이 소신이다. 그러나 지난 6일 제3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그린벨트 규제완화 정부 발표를 접하면서 박근혜 정부가 수도권 규제완화의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란 생각이 들어 매우 우려스럽다.

 정부는 그린벨트의 입지규제를 대폭 완화해 30만㎡ 이하 그린벨트를 시·도지사가 해제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표현상은 ‘중ㆍ소규모의 그린벨트’라고 했으나, 30만㎡는 축구장 면적(7,140㎡)의 42배에 달하는 크기다. 현행 환경영향평가법상 주택건설사업이 30만㎡이고 도시개발사업이 25만㎡ 이상인 것을 감안해도 작은 규모가 아니다. 오히려 산업단지개발산업이 15만㎡ 이상인 것을 비교하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큰 규모임을 알 수 있다. 결국, 그린벨트 관리를 정부가 사실상 포기한다는 뜻이다. 또한, 그린벨트 내 환경 보전가치가 낮은 지역(환경등급 3~5등급)에 한정한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상 산 정상을 제외하곤 개발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다. 환경등급 1~2등급은 대부분 산 정상이다. 전 국토를 갈아엎겠다는 발상이 아니고서야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할 수는 없다.

 특히, 그린벨트 해제 총량의 42%가 집중된 수도권 내에 투자와 개발이 더욱 활발해져 수도권 과밀집중이 가속화 되는 동시에 국토의 불균형 및 지방의 상대적 황폐화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박근혜 정부는 개발압력에 과밀문제를 겪는 수도권의 규제는 대폭 완화하면서, 수요가 낮은 지역의 그린벨트 해제 권한은 선심 쓰듯 지자체에 이양해 마치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것처럼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의 사례와 같이 先 국토균형발전, 後 수도권규제완화의 원칙이 구현될 때만이 비로소 진정한 지방 분권의 기틀이 마련될 것이다. 그렇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수도권 규제완화를 강행한다면 이는 헌법상 국가균형발전의 가치를 포기하는 것은 물론 지역 간의 갈등을 조장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린벨트 규제완화와 관련해 “이제는 그린벨트 안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의 생활 불편을 해소하고 불합리한 재산권 침해를 해소하는 개발적 가치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린벨트를 ‘개발적 가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은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고 도시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지난 1971년 박정희 정권에서 그린벨트 제도를 도입한 취지와 배치된다. 그린벨트는 앞으로 더욱더 보전가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공공적 개념이다.

 우리나라 수도권은 전국 인구의 49.3%가 집중되어 있다. 이는 일본 도쿄권 33.2%, 프랑스 파리 18.1%, 런던 12.4%보다도 훨씬 높다. 뿐만 아니라, 제조업체의 56.9%, 1,000대 기업의 본사 84.0%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적 여건은 수도권에는 낮은 삶의 질로 대표되는 과밀의 문제를, 비수도권 지역에는 과소의 문제를 야기 시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반대로 국가균형발전을 우선시한다면 수도권 과밀 문제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린벨트 제도를 앞서 시행한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사례에서 우리는 이미 경험한 바 있다.

 국민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 도시 확산에 따른 부정적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된 대표적 공적 토지관리 수단이 바로 그린벨트다. 박근혜 정부는 그린벨트 본연의 도입 취지까지 훼손하면서 수도권 개발요구를 수용해 국토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화, 국토난개발을 부추기려 하고 있다. 주민불편 해소를 명목으로 한 그린벨트 규제완화는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국토균형발전과 쾌적한 국민생활을 포기한 시대역행적 규제완화에 불과할 뿐이다.

 그린벨트는 주민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린벨트는 도시환경보전과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방지를 위해 대도시권의 외곽을 그린벨트로 묶어 개발을 제한하는 세계적으로 활용되는 광역적 도시관리 수단이다. 특히 이 제도는 개발수요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도권의 개발수요를 지리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지역으로의 개발수요를 이전하여 지역균형발전의 효과를 거두었다. 그린벨트 해제와 권한 지방 이양보다는 국가균형발전이 먼저임을 박근혜 정부는 명심하기 바란다.

 김윤덕<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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