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행사
5월의 행사
  • 임보경
  • 승인 2015.05.2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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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5월은 설레고 감사할 일이 많았으며 하늘이 예뻤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 나라의 주인은 어린이이기에 이 날만큼은 우리들의 세상이라며 설날에 새옷 입을 기대만큼 예쁜 마음으로 기다려지던 어린이날이 우리에게도 있었다.

 용돈이 귀하던 그 시절엔 정성껏 꾹 눌러 써내려간 부모님께 보내는 편지에 우표 한장을 붙여 혹여나 떨어질까 또다시 손바닥으로 탕탕 두드리며 고이 우체통에 넣었던 아름답고 행복했던 5월의 행사가 우리들 기억에 있었다.

 그리고 부모님은 두 개의 수레바퀴라면 앞에서 이끌어주시고 뒤에서 밀어주시던 분은 선생님이시다. 선생님께서 회초리를 들으시면 하늘의 법인 양 우리는 순종하고 따르며 감사하게 종아리나 엉덩이에 파란 훈장을 받아 새겼다. 그때는 그러함이 당연한 현상이었다.

 기쁘고 아름다웠던 5월의 행사가 요즘 사회에선 우울한 5월로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주 20차시 역사강의가 있었다. 교장선생님으로 퇴임하신 65세 선생님께서 일어나셔 칠판에 빼곡히 적어내려간 스승의 노래를 어린 나에게 직접 불러주셨다. 부끄럽고 죄송스럽고 뭉클한 그 시간을 우리는 잊을 수가 없었다. 그분께서는 그리 배워오셨고 가르쳐 오셨음을 그리고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무엇인가를 느낄 수가 있었다. 젊은이들아~느껴라! 깨우치라 라고 무언의 외침을 난 들을 수가 있었다.

 유교에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는 하나라는 풀이로서. 뜻은 임금(국가)과 스승과 부모에게서 받은 은혜는 같으니 정성껏 받들어야 하며,

 자기 생각대로 스승을 비난하는 것과 같은 행동은 좋지 않다고 16세기 조선시대 성리학자이신 율곡선생님의 말씀을 우리는 기억 한다.

 그리고 심지어 자신의 족보에조차 부모 다음에 스승의 이름을 기록하여 대대손손 그 은혜를 잊지 않으려 했다. 한다.

 옛날 훈장님이 학생들을 가르치던 서당 등 우리의 전통적인 학교에서는 학생이 책 한 권을 끝내면 학부모는 음식을 장만하여 스승을 위로하고 학우들과 기쁨을 나누는 잔치를 베풀었는데 이를 “책거리” 또는 “책씻이”라 하였다. 손때 묻은 책 한권을 소중하게 모셔놓고 어루만지고 살피면서 소중한 시간들을 추억하던 그 시절 반면 요즘은 넘쳐나는 게 정보이며 책이다. 쉽게 접할 수 있으며 누가 먼저 아주 빨리 책을 발간하느냐가 관건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책 속에서 우리는 참다운 가르침을 받을 수가 있을까?

 그 후 스승의 은혜를 기리는 행사는 광복 이후 학교마다 자연스럽게 진행되었다. 처음엔 제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기념일로 충남 강경여고 청소년 적십자단원들(RCY)은 1958년부터 병환 중에 계신 현직 선생님과 퇴임한 옛 선생님을 찾아뵙고 위문하는 봉사활동에서 시작되었다한다. 1964년 5월 15~16일 전주에서 열린 제13차 전국적십자학생협의회에서는 은사의 날을 스승의 날로 고치고 제1회 스승의 날 행사가 시행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스승의 날을 66년 5월 15일로 변경하면서 세종대왕의 탄신일 5월 15일로 하기로 결의한 이후부터 진행되다가 군사부시절에 억압을 받았다가 다시 부활하여 지금까지 실시되고 있다.

  오랜 역사를 통해 만들어진 5월의 행사중 하나인 스승의 날을 기념하기보다는 우리들의 마음자세를 다시 세워봄이 옳을 듯싶다.

 현대의 교권에 대한 이미지는 역사 속에서 바라보는 의미와는 너무나 다르게 손상이 갔다. 체벌금지부터 금해야 할 것들이 더 많은 세상에서 우리의 자녀를 올바르게 자르쳐주세요라는 요구를 할 수 있을까 싶다. 세월이 지나고 보니 선생님의 회초리는 우리에게 아주 훌륭한 보약이 되었음을 뒤늦게 깨닫는 것은 무엇일까? 그 회초리에는 선생님의 깊고 깊은 사랑의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며칠 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이 있었다. 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뛰었던 젊은이들의 뒤에는 항상 교육의 힘이었던 선생님들이 계셨던 것이다.

 국가는 백성을 보살피고 어루만져 줄 의무와 대안을 제시해야 하며 부모님은 자녀를 사랑과 올바름으로 모범이 되어야 함은 당연하며 스승은 지식과 기능을 가르치고 전함에 진실해야 하며 정성으로서 인생의 안내자가 되어야함을 우리는 당부하며 뒤를 따르는 우리 또한 잘 배워서 실천에 옮길 것을 약속해야 한다. 이렇게 잘 형성된 5월의 행사는 우리가 가졌던 추억만큼은 아니지만 훈훈한 기억으로 기다려지는 기념일로 남지 않을까 싶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라는 말은 현대사회에서 이렇게 해석해보면서 5월의 행사로 인하여 심신이 바쁘고 고단했던 분들에게 위로의 말씀과 아름다웠던 그 시절의 정서를 꺼내어 우리에게 들려주시기를 소망해본다.

 임보경<역사문화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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