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과 보건환경
생물다양성과 보건환경
  • 김진태
  • 승인 2015.05.18 2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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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상에 최초의 생명체가 출현한 이래 매우 많은 생물들이 살았었고 살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생물종은 약 150만종으로 파악되었는데 분야별로 이보다 훨씬 많은 생물종들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들이 살고있는 안정된 기후대를 중심으로 분포하고 있는 생물종을 중심으로 진행된 연구결과이기에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미확인 생물종들은 이미 보고된 종들보다 다양하고 풍부할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생물종다양성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를 생각해 본다. 단순히 이상하게 생겼거나 신기한 형태를 보이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생물종들이 많거나 적은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사뭇 궁금하다.

생물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주변의 무생물적인 자연여건과 생물적인 요소들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이론이다. 영양상태 유지와 자극에 대한 반응을 효율적으로 진행함으로써 경쟁에서 앞서가는 우위를 점할 수 있다면 안정적인 자손번식과 생활권을 확보하는데 애로사항이 없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생태계에 속한 생물종이 처해 있는 환경은 기본적인 먹이사슬이나 먹이망 관점에서 보면 단순하다. 생태적 지위가 다를 뿐, 생물의 특성을 공통적으로 유지하면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양분을 만들어가는 식물과 달리, 동물들은 에너지를 외부로부터 공급받고 이를 제대로 확보할 때 경쟁우위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매우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다른 숙주를 찾는 기생성 생물들은 특히 환경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몇 해 전 연가시를 주제로 한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공포심을 느꼈는데 사람들에게 공포를 야기한 부분은 무엇일까? 연가시의 길쭉하고 흐느적거리는 행동이었을까, 아니면 곤충을 물가로 유인하듯 사람들을 물가로 몰리게 한 후 사망케 하는 부분이었을까라는 자문을 하면서 이전에는 미처 인지하지 않고 지냈던 사실들이 새삼스럽게 느껴지고 위협요인이 된다는 인식 그 자체가 공포는 아니었을까 하고 자답해 본다. 그렇다. 아직 인식하지 않았던 사실들이 우리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이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작은소참진드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SFTS)이라는 생소한 질병을 야기하는 매개체로서 밝혀지면서 우리는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느껴야 했다. 쉽사리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작은 크기의 진드기가 수풀에 앉아있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달라붙어 무서운 질병을 옮긴다는 점에서 무심코 숲속이나 산책로를 거닐던 우리에게는 충격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질병에 걸리고 모든 진드기들이 곳곳에 있다가 사람들을 공격할 것 같은 영화 속의 한 장면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알려진 사실이 모두 진실이 아니 듯, 작은소참진드기에 대한 공포심도 마찬가지라 생각된다. 자연에 분포하는 작은소참진드기는 생물종다양성을 이루는 하나의 생물종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일부 개체들이 질병을 매개하는 바이러스에 감염되면서 주위의 숙주에게 접근하여 질병을 야기하는 과정이 진행되는 것이다. 마치 연가시에 감염된 곤충들이 연가시의 번식시기에 맞춰 생리적 조절을 당하면서 물가로 가는 것처럼 말이다. 2011년 중국에서 최초로 보고된 이래 국내에서는 2013, 2014년 전국적으로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전라북도에서는 다행스럽게 아직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관심과 예방에 대한 대책수립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조사를 진행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막연한 공포를 느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직 아니라는 연구결과를 신뢰하는 것이 현실적 판단이라 생각한다. 질병관리본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진드기의 감염률은 0.5%인데 100마리의 야생 작은소참진드기를 채집하면 1마리가 감염되어 있는 정도라는 것이다.

발생하지 않은 사실에 무조건 안심할 수는 없지만, 미리 걱정하며 염려하면서 불안해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계절적 특성을 보이는 생물들의 발생주기를 감안하여 예방대책과 개인위생을 철저하게 준수한다면 굳이 관광주간이 아니더라도 쾌적한 청정자연 전라북도의 아름다운 생태환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일부 언론에서 사용하는 살인 진드기라는 공포스런 명칭을 변경하기만 하면 말이다.

김진태<전라북도보건환경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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