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마케팅
진심 마케팅
  • 김보금
  • 승인 2015.05.14 1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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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 화요일, 초여름 길목처럼 환했던 요즈음의 오후 5시와 달리 그날은 근래 보기 드문 태풍과 비바람의 영향으로 온통 잿빛 하늘이었다. 이런 날 행사를 주최한 측은 보통 노심초사다. 1차 회의와 토론회 그리고 저녁식사까지 순서가 준비되어 있으니 주최 측은 계획한 인원이 올까 좌불안석으로 입구 쪽을 바라보게 된다. 참석자입장에서 보면 태풍에 비바람까지 분다면 주제발표자나 토론자가 아니라면 다른 핑계를 대면서라도 불참하고 싶은 날씨였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행사 시작 전에 도착한 참석자들이 많아지면서 이동식 토론장 옆문까지 열어놓을 상황이었다. 참석자들은 행사장소인 전주지역만이 아닌, 익산, 군산 등 다른 지역에서도 도착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토론회의 성격이 즐겁고 상쾌한 주재만은 아니다. 전북지역에 일자리, 고용관련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어떻게 하면 전북지역의 고용을 높일 것인가 고민하는 시간 이였다. 물론 일이 즐거워서 또는 필자처럼 주제발표 내용이 궁금해서 올 수도 있지만 늦은 시간까지 머리를 맞대는 이유는 전북발전에 일자리가 중요한 의제일 수도 있지만 일을 진행하는 측의 진심에 있었다. 특히 위원장을 맡고 계시는 교수님은 연로하신 연령층에도 불구하고 참석기관 전체에 전화를 직접하고 참석을 권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팀장들 역시 전화를 받았다고 하니 그 정성에 참석할 수밖에 없었다.

 발표내용 역시 전문가 아니면 어려운 전북지역만의 구인난과 구직난의 특징을 전국과 비교하면서 일자리문제를 짚었다. 특히 구인인원 증가율은 전국과 비슷하나 구인대기시간은 2003년 이후 전국보다 짧은 특징 있었는데 2011년 이후 그 차이가 없어지면서 지난 3-4년간 계속 개선되고 있었다. 이는 일자리연계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들이 모였으니 구인관계 기간 등은 중요한 관심사이다. 또한, 일자리 문제가 거시경제의 상태와 어떠한 관계를 갖는지의 분석은 경제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연구자들에게는 도움이 되는 통계라고 생각한다. 결국, 비바람이 부는 날씨 임에도 불구하고 그날의 토론회는 성공이었다.

 우리는 흔히 ‘지성이면 감천이다.’ ‘정성이면 돌 위에도 꽃이 핀다.’라는 말을 한다. 사악한 마음으로 정성을 들여 부당한 결과를 얻어낼 수도 있지만 오랜 시간 정성을 들일 때의 기본은 진심이 아닌가 싶다.

  필자는 업무 특성상 공무원에서부터 기업인, 정치인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사람을 만나는 방법이나 스킬을 익혀서 매너가 멋진 사람도 있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진심이 아니었음 알 수 있으니 보이지 않는 뒷부분을 알아내는 것은 세월이 주는 지혜인 것 같다.

 자기 일이 좋아서 정성과 진심을 다해 일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는 기분이 좋다. 공무원으로서 민간인을 대할 때 갑의 입장이 아닌 규정을 지키며 최선을 다해 일하는 그들을 만날 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고, 기업의 임원이나 대표는 당연히 최선과 정성을 다해 일하겠지만 회사에 소속된 평직원의 열정 또한 감동이다. 마치 자신이 사장의 친인척인 것처럼 현장에서 뛰는 그들을 마주할 때 그 회사의 미래가 보이는 듯하다. 나 역시 30-50대의 아줌마들을 대상으로 상담하고, 교육하고 취업에 연계하며 발 빠르게 뛰어다니며 일이 즐겁다고 정성을 다하는 센터의 직원들을 볼 때 다시 한 번 감동한다.

 그동안 일하며 함께한 동료와 관계자들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진심을 가지고 함께 일했으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문득 토론회를 마치고 일일이 손잡아 주며 감사한 마음을 전달하던 연로한 교수님을 생각하며 그분의 진심 마케팅은 성공하였음을 깨닫게 한 하루였다.

 김보금<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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