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감하는 ‘생명나눔’ 장기기증…대책 마련 절실
급감하는 ‘생명나눔’ 장기기증…대책 마련 절실
  • 설정욱 기자
  • 승인 2015.05.1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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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국 11만631명 신규등록...전북은 270명, 기증자 뒷걸음

 지난 7일 세상에 태어나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난 생후 5개월 된 김도준 군. 김 군은 떠나는 길목에서 3명의 또래 친구들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천사로 다시 태어났다.

 김 군은 불의의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뒤 이날 심장과 간·신장 2개를 기증하는 등 3명의 소중한 목숨을 살렸다.

도준이 부모는 장기기증을 통해 숭고한 생명을 선물한 것으로 다른 세 가족의 희망이 되어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앞으로 아들의 몫까지 건강하게 잘 살아가길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새 생명을 살리는 장기기증에 대한 희망등록자가 지난해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사후 또는 뇌사에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신규 등록자는 총 11만631명이었다.

지난 2009년 김수환 추기경이 각막 기증에 나서면서 10만 명 미만이었던 장기 기증이 18만4,764명으로 훌쩍 뛰며 활기를 띠었다. 그러나 장기기증 신청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서며 다시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도내에서도 지난 2009년 6,311명에서 지난해 270명으로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지난해 골수기증 희망자는 15명에 불과,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두 번째로 낮은 저조한 신청률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장기기증자 수가 뒷걸음질치면서 질병관리본부는 장기 이식 수급불균형 문제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올해 3월까지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대기자는 2만5,660명에 달하고 있지만 정작 장기이식이 확정된 인원은 뇌사자 3,234명과 사망 후 안구이식 1,585명 등 4,819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여기에 고령화로 인해 장기이식이 필요한 환자는 꾸준히 증가할 가능성이 커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게 자명하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대부분 장기이식 희망자는 뇌사나 사망한 뒤 이루어지는 만큼 수년이 지나서야 그 효과가 나타난다”며 “갈수록 늘어나는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와 달리 장기이식 희망자가 점차 줄어 앞으로 수급 상황에 대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물론 보건복지부에서 내놓은 ‘2014 국내 나눔실태 결과’를 보면 생존자 장기기증은 2008년 1,532명에서 2013년 1,920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현재 장기기증을 손꼽아 기다리는 환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박성광 전북대병원 장기이식센터장은 “장기기증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의식 확산, 그리고 장기기증 등록 절차 과정의 투명성과 안전성 확보를 통한 체계적인 기증문화가 정착되면서 올해 기증 희망자가 다소 증가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편이다”며 “자신이 세상을 떠나며 남긴 선물이 다른 사람의 소중한 희망의 빛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이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설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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