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이 나쁠까, 성매매가 나쁠까
간통이 나쁠까, 성매매가 나쁠까
  • 나영주
  • 승인 2015.05.12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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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 없는 섹스는 무의미한 경험이다.’ 리버럴한 뉴요커로 유명한 영화감독 우디 앨런의 말이다. 성매매는 정신적 교감이 없고 금전이 개입되어 사람의 육체가 거래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현행법상 형사처벌을 받는다. 얼마 전 헌법재판소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성매매 특별법) 제21조 1항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과료에 처한다’는 규정에 대한 위헌 여부 판단에 들어갔다(전북도민일보 2015. 4. 8.자 기사 참조). 이번 심판은 2012년 7월 서울 동대문구에서 성매매에 적발된 여성이 형사재판과정에서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하고, 서울 북부지방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성매매에 대한 찬반논쟁은 성매매의 역사가 유구한 것만큼이나 오래되었다. 논쟁의 핵심은 성매매에 대한 정의다. 고대 희랍 철학자들은 성관계로 신과 교접하는 역할을 맡았던 무녀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 근대에 와서 자유주의자들은 생매매가 개인들의 자유의지에 기초한 거래라고 보면서 윤리적 비난가능성, 나아가 법적 처벌이 개입될 소지가 없다고 말한다. 반면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자본주의의 극단이 발현된 모습이라고 보면서, 성매매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에서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한편, 진화심리학자들은 자연계의 암컷은 보통 수컷에 대하여 신중한 탐색을 거쳐 성관계를 맺는 경향이 있는데, 일부 영장류가 먹잇감을 매개로 해서 암컷이 수컷과 교접하는 사례를 제외하고는 대가를 매개로 하는 성관계는 없다고 말한다. 즉 성매매 여성이 성구매자 남성을 만난 지 몇 분도 되지 않아 성관계에 이르기 때문에 인간에게서나 찾아볼 수 있는 특별한 사례라는 것이다. 페미니스트들은 어떤가. 성매매가 가부장제와 남성 중심의 결혼제도의 모순에서 파생되었다는 점에서는 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일치하지만, 젠더 해방과 결부시켜 성노동자로 긍정하는 리버럴 페미니스트와 성적 착취의 입장에서 부정적으로 접근하는 전통적 페미니스트간의 대립이 있다.

 헌법적 쟁점으로 논쟁을 보면 더욱 흥미롭다. 합헌측과 위헌측의 팽팽한 대립이 있는데 세부적인 쟁점은 차치하고 큰 줄기에서는 자유로운 개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는 입장과, 성매매는 근원적으로 인간의 자기파괴에 해당하므로 자기결정권의 범위에 포함될 수 없다는 입장이 있다. 전자는 성관계가 사랑에 기초하지 않는다고 하여 국가가 개인의 사생활에 개입하여 형벌권을 행사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반면, 후자는 성행위 자체는 사생활이나 금전이 매개되면 공적영역으로 포섭되어 사회의 건전한 성풍속을 지키기 위해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그 밖에 성매매 단속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 생계형 성판매 여성의 문제와 일명 ‘스폰서 계약’이나 ‘고급 콜걸’에 대해서는 처벌이 미온적이고 서민(?)들이 이용하는 집창촌을 단속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라는 논거와 그렇지 않다는 논거가 대립하는 등 법적인 문제를 넘어 첨예한 사회적 대립양상으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어느 한 편의 입장이 옳거나 그르다고 말할 수 없으나, 앞서 살펴보았듯 각 주장의 저변에는 성매매에 대한 가치판단이 깔려있다. 헌법재판소가 어떤 판결을 내릴지 알 수 없다. 다만, 성매매특별법과 얼마 전 위헌결정이 내려진 간통죄를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간통죄에 대한 위헌결정의 주된 논거는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 자유’ 침해였다. 일탈적이고 비난가능성이 큰 간통죄도 위 권리에 의하여 위헌이라면, 동일한 논거로 성매매특별법도 위헌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다만, 간통과 성매매는 비윤리적이고 건전한 성풍속을 저해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반면, 간통은 사랑(?)에 기초한 성관계라는 점에서 금전이라는 대가관계가 있는 성매매와 다르다. 법적인 검토를 제쳐두고서라도 단순히 말해 간통이 나쁜가, 성매매가 나쁜가. 둘 다 나쁘지만 나쁨의 정도는 성매매가 더 나쁜가. 우디 앨런은 사랑 없는 섹스는 무의미하다고 하면서 한 마디 덧붙였다. ‘하지만, 무의미한 경험이란 때론 굉장히 좋은 것이다.’ 과연 우리 사회는 이와 같은 가치관에 동의하진 않아도 받아들일 수 있을까.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주목된다.

나영주<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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