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과 추억
콩나물과 추억
  • 황의영
  • 승인 2015.05.11 16: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이 시원하다” “자~알 먹었다” 콩나물국밥을 먹고 나서 친구와 함께 행복감에 젖어 한마디 한다. 콩나물국밥은 얼큰하고 시원하다. 그리고 깔끔하다. 전날 과음하여 속 풀이라도 할라치면 콩나물국밥만 한 것도 없다. 콩나물국밥 하면 전주의 특산음식으로 여겨 전주에 가야 맛있는 국밥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제는 대중화가 되어 내가 살고 있는 경기도의 한 신도시에도 ‘전주콩나물국밥’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간판의 국밥집이 여럿 있다. 이곳에 살고 있는 동향(同鄕) 친구와 함께 콩나물국밥집에 자주 가곤 하는데 전주에서 먹는 국밥보다는 못해도 그런대로 맛이 있다.

 콩은 중국 화북지방이 원산지로 중국에서는 4천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BC 1세기 초)부터 재배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콩은 식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콩에는 영양소가 풍부하다. 특히 콩에는 단백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예부터 ‘밭의 고기’라고 불리어 왔다. 콩은 두부를 만들어 먹거나 밥에 놓아먹기도 하고 된장을 담가 먹는다.

  콩나물을 만들어 채소로 먹기도 한다. 콩에는 완두콩·강낭콩·흰콩(메주콩)·서리태(밤콩, 서리밤콩)·쥐눈이(약콩, 서목태)·울타리콩·작두콩·콩나물콩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콩나물콩은 크기가 메주콩보다 작은데 노란색이나 푸른색을 띠는 것이 보통이나 검은색 콩도 있다. 콩나물은 콩을 물에 담가 하루쯤 불린 다음 시루에 볏짚을 깔고 그 위에 불린 콩을 넣고 어두운 곳에서 고온다습하게 하여 싹을 틔운다. 마르지 않도록 물을 자주 주고 콩나물이 5~7cm 가량 자랐을 때 먹기 시작한다. 콩나물은 흰색이나 담황색을 띠는 것이 좋고 비타민, C가 많이 함유되어 있다.

 내가 어릴 적에는 가을부터 봄까지 채소가 부족하기 때문에 집집마다 콩나물을 길러 먹었다. 뜨겁지 않은 윗목에 물을 담은 옹기함지를 놓고 나무받침대를 올려놓은 다음, 그 위에 콩나물시루를 올려놓는다. 적당한 시간 간격을 두고 물을 준다. 대엿새 되면 뽑아 먹기 시작하는데 콩나물밥을 해먹거나, 콩나물국·콩나물김치국을 끓여 먹기도 하고 콩나물을 데쳐서 나물로 먹는다.

  콩나물밥을 양념간장에 비벼 먹는데 맛이 좋아 가반(加飯)하기가 일 수였다. 콩나물국은 말갛게 끓여 먹거나 냉국으로도 먹으면 시원하고 맛있다. 감기라도 들라치면 콩나물국에 고춧가루를 듬뿍 넣어 빨개진 국물을 마시곤 했다. 김치를 넣은 콩나물김칫국은 김치맛과 어우러져 입맛을 더욱 돋운다. 명절에는 콩나물 요리가 빠질 수가 없다. 떡을 먹을 때는 콩나물국과 같이 먹는데 떡이 잘 넘어가도록 떡을 먹고 콩나물국물을 마셨다.

  지금은 결혼식에 돈으로 부조하지만 가난했던 내가 어린 시절에는 동내에서 혼사가 있는 집이 있으면 콩나물을 길러 한 동이씩 부조를 했다. 콩나물은 예부터 우리 서민들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중한 음식이었다. 내가 대학교에 다닐 때인 1970년대 초반에도 전주에서는 콩나물국밥이 소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전날 술을 많이 마셔 속이 안 좋을 때면 콩나물국밥집에 갔다. 콩나물국을 끓이는 솥 가에 고추를 널어 말리면서 국밥에 말리던 통고추를 부숴서 넣고 새우젓을 한 숟가락 푹 떠 넣어 간을 맞추면 참으로 맛있었다. 여기에 날달걀을 깨어 넣고 휘휘 저어 먹으면 금상첨화였다. 먹다 부족하다 싶어 국물을 더 달라고 하면 주인아주머니는 주저 없이 한 국자 국물을 떠서 더 주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콩나물국밥을 먹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배 아픈 것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지금 전주에는 한 집 건너 한 집이 콩나물국밥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콩나물국밥집이 많다. 콩나물국밥집을 체인점을 만들어 기업화하기도 했다. 콩나물 재배업자도 많이 늘어나고 돈도 많이 번다고 한다. 나는 콩나물국밥을 자주 먹는데 1970년대 먹었던 그 콩나물국밥 맛은 아니다. 지금 먹는 콩나물국밥에 영양분이 더 많이 들어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정성은 그때보다 많이 부족한 것 같다. 그때 콩나물국밥집 아주머니는 우리를 자기 자식처럼 여기고 정성을 다하여 국을 끓여 주셨다. 그 때 콩나물국밥에는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이라는 양념이 듬뿍 들어가 있었는데 지금은 아닌 것 같다. 혹시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마음이 양념으로 들어간 것은 아닌지 하는 마음이 들어 약간은 씁쓸하다. 국민음식으로 자리 잡은 전주콩나물국밥이 오래오래 서민들의 사랑을 받기를 바란다.

 황의영<전북대학교 무역학과 강의전담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