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제 잘난 맛에 사는 말 많은 세상이라지만
아무리 제 잘난 맛에 사는 말 많은 세상이라지만
  • 황경호
  • 승인 2015.05.10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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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우리네 주변은 사회·경제·정치를 막론하고 참 시끄럽다. 물론 사람이 모여 살면 어느 정도 갈등과 이로 인한 충돌 및 소동은 당연한 일일게다. 하지만, 작금의 모습은 그 정도가 너무 심해서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그중에서도 우리를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바로 정치판이다. 그야말로 눈앞에 벌어진 상황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목불인견(目不忍見).

 최근 청백리의 표상 황희 정승이 때아닌 수난을 겪었다. 이는 한 정치인의 분별없는 말로 시작되었는데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황희 정승이 간통도 하고 온갖 부정청탁에, 뇌물에 이런 일이 많았다는 건데 그래도 세종대왕이 이분을 다 감싸고 해서 명재상을 만들었다’며 이완구 전 총리와 견주어 말해 논란을 자초했다.

 김 의원에 의해 제기된 황희 정승에 대한 기록은 세종실록에 나온다. 세종과 황희 정승 모두 세상을 떠난 뒤 사관(史官) 이호문이 추가한 내용으로 황희의 부정부패를 고발했다. 그러나 이는 영의정 황보인을 비롯한 여러 대신들이 ‘믿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삭제토록 했지만 작성된 사초(史草)를 한번 고치면 나중에 첨삭을 막기 어렵다는 이유로 그대로 두었다.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사관의 개인적 감정에 의한 잘못된 내용임을 알면서도 사초(史草) 본연의 모습을 지키기 위해 손을 대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런 전후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막대한 세비와 다양한 혜택을 누리는 국회의원이 이완구 전 총리를 감싸기 위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청백리를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폄훼한 것이다. 지난 청문회 과정에서부터 ‘성완종 리스트’ 파문까지 온갖 거짓말로 일관해온 이완구 전 총리를 어떻게 황희 정승과 비교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까?

 이런 발상 자체가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또한, 오로지 자신의 이익과 목적만을 탐닉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현주소를 보는 듯해서 서글프기도 하다.

 물론 이번 사건은 당사자의 사과로 일단락되었지만 이런 일이 불거질 때면 정치판이 그런 판이라는 것을 익히 알면서도 맥이 풀리고 그저 막막하기만 할 따름이다. 이번에 김 의원이 사전에 더 세심하게 알아보고 신중을 기해서 말하거나 아예 침묵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동안 정치판의 많은 행태를 보며 황당함과 기막힘, 그리고 무지함에 치를 떠는 국민들의 아픔에 소금을 뿌리는 고통마저 더해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한, 의원 나리들의 무지함도 감출 수 있었을 게다.

 그래서 일찍이 프랑스의 정치가 보나르는 ‘침묵은 어리석은 사람의 지혜이며 현명한 사람의 미덕’이라고 했다. 바로 어리석은 사람도 할 수 있는 지혜가 침묵이며 이를 통해 굳이 스스로 어리석음을 나타내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즉 어떤 말에 대해 생각하거나 아는 것을 말할 때 자신의 무지나 얕은 지식을 상대방에 드러내게 되는데 침묵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감추는 지혜가 된다는 것이다.

 또한, 현명한 사람의 미덕이라는 뜻은 자신이 이것저것을 안다고 말할 경우 상대방은 뒤처짐이나 무지 등 자신의 약점을 스스로 느끼게 되기 때문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들어주는 것이 상대를 배려하는 미덕이라는 의미이다.

 물론 우리 사회는 의사소통이 삶의 중요한 한 부분이며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의사소통 중에 많은 대화는 종종 오해를 낳기도 한다. 더욱이 요즘은 개인주의가 극에 달한데다 제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스스로 PR시대를 강조하며 많은 말들이 오간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은 물론 타인이나 사회, 더 나아가 국가에 상처를 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적절히 상대방을 배려하며 대하는 자세를 아는 게 중요하고 너무 말하는 거보다 덜 말하는 게 좋을 때가 많다. 바로 ‘침묵’이 강조되는 이유이다.

 이런 말이 있다. ‘사람이 귀가 2개이고 입이 하나인 이유는 듣는 것의 반만큼만 말하라’라고. ‘침묵은 금이다’ 라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너무나 소란스러운 작금의 사회 속에서 김 의원의 행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가급적 말을 줄이며 사는 것이 정말 필요한 때인 듯싶다.

 황경호<전주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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