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스(MICE) 산업과 전북의 변화(2)
마이스(MICE) 산업과 전북의 변화(2)
  • 이헌승
  • 승인 2015.05.0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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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스(MICE) 산업은 무엇인가? 이는 단순한 관광시설이나 문화예술 공연장이 아니다. 그저 모여서 회의나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것도 아니다. 단순히 제품의 홍보나 전시를 위한 전시장만도 아니다. 왜 ‘산업’이라고 말하는가? 마이스(MICE)는 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 tour), 컨벤션(convention) 그리고 전시(exhibition)를 포괄하기 때문이다. 이 네 개 영역에다가 ‘마이스산업’의 전형인 싱가포르는 이제 ‘휴양 및 레저’까지 포함하였다. 이처럼 마이스산업은 여러 영역이 어우러져서 융·복합이 일어날 수 있는 매우 창조적인 ‘산업’인 것이다. 상상해보라! 한문화(韓文化)의 원류인 전북이 이런 다양한 영역을 비빔밥처럼 잘 버무린다면 어떤 시너지가 창출될 수 있을지. 10~20년 후를 상상해보라! 우리 전북이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세계적인 농·생명산업의 거점이 되고, 새만금을 기반으로 동북아 최고의 경제중심지 중의 하나로 발전하며, 미래 산업의 쌀인 탄소섬유가 융·복합을 창출하는 기반도시로 얼마나 크게 성장할지를. 그때 이 상상은 결코 이상(理想)이 아닌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창출한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www.marinabaysands.com)의 교훈은 무엇인가? 이미 그런 현실을 만들었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박람회(www.messefrankfurt.com)의 시사점은 무엇일까?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마이스(MICE)를 하나의 ‘산업’으로 육성했다는 점이다. 관광과 문화예술을 따로 분리하여 생각하지 않았다. 비즈니스 회의 기간 중 참가자가 편리하게 쇼핑할 수도 있다. 컨퍼런스와 전시회가 한 구역에서 이뤄질 수 있는 넓은 전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비즈니스와 함께 심지어 휴양·레저도 가능하다. 국제공항이나 철도역에서 접근성이 좋아 이동이 매우 효율적이다. 한마디로 철저하게 수요자의 입장에서 구상하여 설계된 중장기적인 역작이다. 여기에서는 참가자의 시간과 효율은 물론 편리가 크게 존중된다. 현재에서 보면 이런 현실은 우리 전북엔 이상(理想)이다. 하지만, 10~20년 후의 미래에도 이런 현실이 여전히 이상에 불과하다면 비전과 전략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서울과 부산의 마이스산업 육성책도 참고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거대 도시보다는 차라리 ‘1% 경제’인 제주에서 배워보자. 이는 요즈음 전북에서 회의시설이 들어서는 컨벤션센터 개발을 두고 자치단체 간에 갈등이 드러나는 것이 안타까워 그런 것이 아니다. 제주국제컨벤션센터조차 현실적으로 7∼8백 명 이상이 참가하는 회의, 컨퍼런스 및 전시를 동시에 진행할 공간이 없어서 서울과 부산의 컨벤션센터로 세계적인 대규모 이벤트를 모두 빼앗겨 현 시설의 확장을 요구하는 사례를 보았기 때문만도 아니다. 이곳이 나중에야 내국인면세점을 설치하며 혼선을 겪은 것을 봤기 때문만도 아니다. 한마디로 마이스(MICE)는 단순한 문화관광 이벤트 또는 “토탈관광”이 아니라 ‘대규모’와 ‘집적’을 바탕으로 문화·관광·회의·전시·레저의 융합이 이루어져 시너지와 높은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우리 전북은 어떻게 마이스산업을 육성해야할까? 첫째 현재 이뤄지는 국제영화제, 미래에 이뤄질 세계한식페스티벌은 물론 미래의 혁신도시와 새만금 등에서 필요한 마이스(MICE)를 한 구역에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대규모로 집적된’ 컨벤션센터를 구상해야 한다. 시군에 소규모 컨벤션센터도 필요하겠지만, 도내에 적어도 한 곳은 동시에 수천 명을 수용하여 회의·전시·레저 등이 모두 가능한 대규모 컨벤션센터가 필요하다. 이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전략을 갖더라도 그 정도의 ‘대규모로 집적된’ 공간을 확보하는 비전이 중요한 것이다. 둘째로 중규모라 할지라도 회의시설은 물론 대규모 연회장, 전시장을 동시에 갖추어야 한다. 여기에 면세점 등 ‘고급’상품 쇼핑센터와 대규모 호텔이 함께 입지해야 컨벤션센터가 자립할 수 있다. 회의시설만 두어 공공부문이 운영하는 컨벤션센터는 필패하며 결국 재정의 낭비를 초래한다. 더하여 외국인 카지노와 레저시설을 함께 둔다면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관광의 부가가치를 현저히 높일 수 있다. 셋째로 국제컨벤션센터는 고속철도 등 편리한 교통네트워크는 물론 국제공항 등 기반시설을 요구한다. 현재의 전북에서 보면 이 모두가 그저 꿈같은 이야기들인가? 그러나 변화는 이상(理想)을 현실로 바꾸는 리더십과 소통에서 나온다. 그래서 이상을 품은 지도자 간의 소통은 물론 마이스산업에 이상이 미흡한 도민과의 소통도 중요하다. 사실 이런 이상이 없거나 이를 실현하지 못하는 지도자는 후손에 대한 책무를 회피하는 것이다. 더 이상 이런 비전과 전략을 미루지 말자.

 이헌승<전북도청 경제분석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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