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언론의 미래를 생각한다
지역언론의 미래를 생각한다
  • 권영후
  • 승인 2015.05.03 16: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디어 기술의 발전으로 전통미디어인 종이신문은 소비자의 손을 떠나고 있다. 현재 미디어 변화의 속도는 매우 빠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혁신적인 노력도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이러한 외부환경은 ‘자생적 복원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지역언론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역언론의 미래를 전망하기는 어렵지만,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분명하다.

 미디어 콘텐츠가 신문과 방송을 벗어나 다양한 플랫폼과 기기로 유통된 지 오래되었다. 이제 거의 모든 신문기사나 방송프로그램은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피시, 노트북, 태블릿 피시, 스마트폰, 손목시계를 거쳐 모든 ‘사물 인터넷’을 통해서 제공될 수 있다. 특히 콘텐츠를 종이 안에 가두려고 분투하는 종이신문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지 논란이 분분하다. 앞으로 소비자의 선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미디어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이 어떻게 진화할지는 알 수 없다.

 뉴스의 취재와 작성방법도 달라지고 있다. 로봇이 기사를 작성하는 로봇 저널리즘(알고리즘 저널리즘), 빅데이터 저널리즘, 드론 저널리즘, 가상현실 저널리즘 등 새로운 포맷이 보편화하고 있다. 사람이 수행했던 영역에 디지털 기술과 소프트웨어가 관여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새로운 기삿거리가 매일 경쟁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경제적 효율성을 담보하면서 수요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뉴스를 생산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앞으로 기자들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올해 미국 퓰리처상의 대상에 해당하는 공공서비스 부문은 지방신문이 받았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찰스턴 지역에서 발행되는 기자 80명, 발행 부수 8만5천 부에 불과한 신문인 <더 포스트 앤드 쿠리어>가 그 주인공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발생하는 가정폭력으로 수많은 사람이 사망했다는 내용을 깊이 있게 파헤친 기획기사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로 수상하였다. 이 기사를 쓴 나탈리 하우프는 월세조차 낼 수 없는 박봉과 고된 노동강도 때문에 이미 기자직을 그만둔 상태였다고 한다.

 미디어 기술의 급변, 새로운 플랫폼과 기기의 출현에 따른 소비자 성향과 기사 생산 방식의 변화에 지역언론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논란만 무성할 뿐 뾰족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지역언론이 장기적으로 지역의 공론장을 이끌어 갈 수 있을지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만 우세할 뿐이다. 새로 나오는 미디어 기술과 첨단 저널리즘에 투자하여 생존력을 강화하는 것은 대다수 영세한 지역언론에 힘겨운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해결 가능한 방안은 무엇인가. 지역언론이 다른 어느 분야보다도 경쟁력을 가진 지역뉴스에 답이 있다고 본다. 지역 독자들의 성향과 수요를 파악하고 아젠다를 발굴하여 양질의 기사를 생산하는 역량의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 독자의 알권리 보장, 정확성, 공정성 등 저널리즘의 원칙을 준수하면서 지역의 공론장을 선도해야 한다.

 현재 지역언론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의 보도자료와 중앙통신사의 기사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 주민이 아닌 힘있는 기관과 집단의 시각에서 만든 기사와 지역의 잡다한 뉴스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한 지면만 보일 뿐이다. 무슨 정보와 이슈를 전달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편집이 혼란스럽다. 물론 지역언론의 경영상 이유로 공공기관의 광고나 지역 이벤트에 의존하고 지역의 자잘한 소식을 다룰 수밖에 없는 현실에 이해는 간다. 지역언론 기자들의 저임금과 기자 한 사람이 기사를 양산하는 현실적 여건상 지역뉴스의 경쟁력 강화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생산된 뉴스는 지역주민에게 호응을 얻기 힘들다. 지역언론이 주민들에게 외면당한다면 지역의 지배세력과 중앙언론이 지역공론장을 장악하게 될 것이다. 지역정치 타락과 토호세력의 발호를 견제할 수 없게 된다. 지역주민의 자치능력과 풀뿌리 민주주의는 실종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주민의 욕구에 맞추어 스토리를 발굴하고 뉴스를 작성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지역의 인구 통계학적 변화와 민생 현안, 지역 정책의 결정구조와 갈등 문제, 토호 세력의 지대추구 행태, 지역 경제 등 지역발전을 도모하고 주민의 실생활에 부응하는 지역 의제는 널려 있다. 주민들이 지역언론에 요구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지역주민들은 자신들이 사는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을 깊이 있게 알고 싶어한다. 지역뉴스의 혁신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지역언론이 살아남기 위한 최우선 과제다.

 권영후<소통기획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