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마스떼(Namaste)!
나마스떼(Namaste)!
  • 이한교
  • 승인 2015.04.28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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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5일 네팔(Nepal)에서 발생한 7.8의 강진으로 국토의 40%가 피해를 보았다. 4,000여 명의 사상자와 660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였고 전기와 수도가 끊겨 네팔이 혼란 상태에 빠져 있다. 피해가 더 컸던 이유는 주거형태가 대부분 벽돌 쌓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내진 설계’와는 거리가 먼 주택이라 가옥의 80%가 맥없이 무너져 내려 그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네팔은 1인당 국민소득 400달러, 면적은 남한의 1.5배로 모든 게 열악하다. 척박한 땅, 가난한 땅, 그러면서도 모든 고통을 운명처럼 받아들이면서, 세계에서 가장 낙후된 편에 속하지만, 항상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살아가는 곳, 서로 존중하고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유일한 나라, 지구에서 가장 높고 가장 아름다운 산 8,000m급 14개의 산 중 8개나 가지고 있는 위대한 나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따스한 순수한 눈빛을 가지고 있는 나라, 무거운 짐을 날라다 줘야 살 수 있는 처지에도 해맑게 웃어주었던 셰르파들이 사는 나라, 지금 필자는 그들의 무사 안녕을 생각하며 마음으로 그 길을 찾아 다시 걷고 있다.

 나마스떼(Namaste)!란 네팔 어디를 가든 만나는 사람마다 수없이 주고받는 그들의 인사말이다. 이는 종교를 떠나 서로 존중하고 안녕을 빌어주는 겸양의 말이다. 이 소리를 현지에서 주고받았던 수천수만의 눈과 귀가 네팔의 지진현장을 향하고 있다. 그리고 아낌없는 지원의 손길로 이어지고 있다. 그 아픔을 함께하고자 동참과 기도가 계속되고 있다. 바라기는 빠른 복구가 이뤄지길, 많은 한국의 산악 영웅들이 남긴 발자국이 그곳에 그대로 영원까지 남아있길, 오랜 과거로부터 설산(만년설)을 동경하는 세계 산악인들의 바람처럼 그 산맥의 좁은 길과 웅장함 그리고 아름다움의 면모가 그대로 보전되길, 더 이상의 혹독한 시련이 없이 이른 시일 안에 안정되길 빌며, 우리 대한민국 또한 이번 기회를 통하여 자연재해에 미리미리 대비하는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우리나라도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규모 5 이상 지진이 육상에서 발생하면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할 거라는 보고가 이미 나와 있다. 현재 1978년 관측 이후 지진 발생 빈도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한편, 현재 세계적으로 강진이 잇따르는 것을 두고, 백두산의 대폭발 징후로 보기도 한다. 백두산은 현재 침강이 멈추고 다시 융기를 재시작했다고 한다. 일본의 화산 전문가인 다니구치 히로미쓰(谷口宏充) 도호쿠(東北)대 명예교수는 향후 20년 안에 백두산 폭발 확률이 99%에 달한다고 학술대회에서 주장하고 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공동주택의 내진 설계 비율은 60%에 불과하고, 제주도는 34%로 최하위로 나타나고 있어, 지진이 발생할 경우 엄청난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고 자연재해를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는 없다. 다만, 재난에 대비한 구체적인 행동요령을 반복해서 습관이 될 때까지 훈련하면 그 피해는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정부도 이번 기회에 자연재해가 인재로 번져 그 피해가 더 커지지 않도록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 우리가 보고 듣는 네팔 현장의 보도는 남의 얘기가 아니란 얘기다. 처참한 광경을 보면서 안전에 대한 각성이 필요하다. 또 안전 불감증을 새삼 일깨워 주기 위해서라도 네팔의 고통을 같이해야 한다. 특히 정치인(지도자)은 부질없는 정치 논쟁을 끝내고 한마음으로 국민의 안전을 걱정해야 할 때이다. 미래를 보는 눈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를 따지기 전, 곤경에 처해있는 그들을 먼저 위로하고 도움을 줘야 한다. 국력에 걸맞도록 함께하고 나눔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풍토가 우리를 안정된 나라로 만들어 가게 할 것이다. 그들에겐 불행한 일이고 우리에겐 다행한 일이 아니라, 지금은 함께해야 할 고통이란 점을 인식할 때라고 본다.

 비록 현재 네팔은 변변한 생활필수품 하나 만들지 못하는 가난한 나라지만, 작은 도움으로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오뚝이처럼 일어설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을 신의 뜻으로 받아들이면서 전 세계인들이 보내준 성원과 지원에 감사할 것이다. 필자는 지금 히말라야 한 자락을 허락받아 산등성이를 에돌아 걸었던 기억을 더듬어 지난 발자국을 따라 걷고 있다. 그리고 그 위대하고 장엄한 히말라야 만년설을 바라본다. 지난해 ‘나마스떼’라는 인사를 주고받았던 셰르파들과 안나푸르나를 오가며 스쳐 지나가던 원주민들의 무사 안녕을 빌면서 말이다.

 이한교<한국폴리텍대학 김제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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